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6703
일본 전범기업 고문과 박근혜 인수위원의 '잘못된 만남'
[주장] 무토 전 주한일본대사의 수상한 이력과 사법농단 재판에 언급된 윤병세 전 장관
19.07.30 09:38 l 최종 업데이트 19.07.30 10:03 l 육근성(toutplus)
유창한 한국어 실력, 수 차례에 걸친 한국생활, 한국 체류 기간은 도합 12년... 이 정도면 한국을 잘 알 수밖에 없다. 국내 체류 당시 신분은 자국의 고위공직자. 그래서 한국에 지인도 많다. 정관계 인사뿐 아니라 재계와도 친분이 있다. 게다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후 한국 TV에 출연해 "큰 재난을 당한 일본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준 한국인의 온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여 확실하게 눈도장까지 찍은 그런 외국인. 이런 외국인은 드물다. 이 정도 배경이면 한국을 상대로 '로비'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의심해본다.
그런데 실제 그랬다. 그는 고위공직자 생활이 끝난 뒤 자국의 대기업 고문이 돼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 외국인의 이름은 무토 마사토시. 그는 주한일본대사를 거쳐 미쓰비시 중공업 고문을 역임했다.
전 일본대사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고문으로... 그가 만난 인물은?
▲ 무토 전 주한일본대사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 연합뉴스/오마이뉴스
2012년 10월 주한일본대사 직을 마친 무토는 2013년 1월 미쓰비시 중공업 고문으로 서울에 돌아온다. 그가 찾은 곳은 법무법인 김앤장. 여기서 그는 중요한 사람을 만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꾸려지자마자 외교국방통일분과위원이 돼 새 정부의 내각 하마평에 오르던 윤병세 김앤장 고문이었다.
그즈음, 한일간 민감한 이슈는 일제 강제징용과 관련된 사법부의 판결이었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김앤장은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의 국내 소송대리인이었다.
지난해 12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정황을 적시했다.
윤병세와 무토와의 만남, 그 타이밍은 절묘했다. 무토가 윤병세 김앤장 고문을 만난 시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고법의 원고 측(강제징용피해자) 일부 승소 판결, 이에 불복한 피고 측(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의 대법 재상고 등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던 때였다. 또한, 막 대선이 끝나 새로운 권력이 태동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무토는 피고 측 인사 자격으로 피고의 대리인 측과 회동했다. 그런데 그 대리인 측이 새 정부 인수위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둘이 만나 깊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만남이 이뤄진 지 2개월 정도 뒤, 윤병세 고문은 박근혜 정부의 첫 외교부장관이 된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지연시키기 위해 벌어진 일들
▲ 전범기업 고문과 외교부장관 윤병세 대통령 인수위원이 외교부장관이 될 때 무토 전 대사는 전범기업을 돕는 고문 자격으로 서울에 체류, 윤 장관과 만났다. ⓒ 육근성
무토가 미쓰비시 중공업 고문으로 한국에 돌아와 잡은 '줄'은 새 정부의 첫 외교부장관이자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였다. 2012년 5월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대해 "일제 식민지 지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개인 권리를 존중한 부분은 나름 의미가 있다"라는 입장을 보였던 외교부는 윤병세 장관 부임 후 양승태 사법부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배상판결 '파기'를 위해서 정부 수뇌부가 모여 회의를 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2013년 12월 1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 황교안 법무부장관,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등이 만나는 '소인수회의'가 진행됐다.
검찰은 윤 전 장관이 2013년 소인수회의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확정시 정치적·외교적 해결은 불가능해지므로 사법적 해결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실을 고려해 기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윤 전 장관은 "외교 차원 기밀사항이다" "정확히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의 답변으로 모호한 자세를 취했다.
2013년 소인수회의 후 법원행정처는 재상고심에서 정부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2013년 10월 민사소송법 개정 등을 고심했다. 하지만 법 개정에 따른 소요시간의 문제로 2015년 1월 '국가기관 등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외교부가 일본기업에 유리한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면 재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김앤장 변호사에게 확인해줬다.
결국 윤병세 외교부는 2016년 11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2018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윤병세 외교부가 작성한 의견서가 김앤장이 대법원에 낸 상고이유와 비슷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의견서의 골자는 '법원이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2018년 외통위 국감에 출석한 윤병세 전 장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과거 정부가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해 밝혔던 입장을 정리해서 준 참고자료일 뿐"이라면서 "객관적·중립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KBS는 "근거로 제시한 논문이나, 동일한 미국 법원 판례,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신문 칼럼까지 그대로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2012년 파기환송에서 2016년 말 의견서 제출까지, 그동안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재상고심은 5년 동안 미뤄졌다.
2015년까지 동서대학교 석좌교수... 일본 돌아가선 '혐한 선봉'
▲ 동서대 총장과 무토 전 대사 2012년 12월 13일, 장제국 동서대 총장(좌)으로부터 석좌교수 위촉장을 받는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대사. ⓒ 동서대 공식블로그
무토 전 대사는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임기는 2012년 10월에 끝났는데 임기를 채우진 못했다. 2012년 들어 연달아 불거진 '악재'가 조기귀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기업들의 강제징용 관련 소송 파기환송과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와 한국 사이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부산에 있는 동서대학교는 2012년 12월 그를 국제학부 석좌교수로 위촉했다. 당시 동서대학교는 홈페이지를 통해 "무토 석좌교수는 그 동안 외교 현장에서 쌓은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동서대 학생들에게 특강을 통해 전해주게 된다"라고 전했다.
동서대는 고 장성만 민주정의당 의원이 설립한 대학이다. 장 전 의원은 오사카 성서신학교를 나온 목사이기도 해 일본과 인연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그의 장남(장제국 동서대 총장) 역시 일본과 연이 있다. 게이오기주쿠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차남은 현역 정치인이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사상구)이 바로 그다.
무토는 2013년 3월부터 강의를 하기 했다가 2015년 일본으로 되돌아간다. 이후 '혐한' '반한' 대열의 선봉에 선다. 2017년 책을 출간했는데, 제목은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였다. 책에는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맞춰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그는 지난 23일 또다시 책을 펴냈다. <문재인이라는 재액>이 바로 그것. '재액'은 인터넷 공간에서 문 대통령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이들이 쓰는 표현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한일간 국면이 냉랭해진 시기에 나온 책이다. 무토, 타이밍은 잘 잡는 사람이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내용의 글이 필자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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