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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시 비웃듯, 검찰이 내놓은 개혁안의 이면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19-10-04 17:54:19 수정 2019-10-04 18:00:43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검찰에 개혁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이후 검찰이 이달 1일과 4일 연달아 자체적으로 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겉으로 ‘파격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대부분이 검찰의 집행 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령이나 법무부 훈령으로 수정이 가능한 것들이거나, ‘민주적 통제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 내놓아보라’는 취지의 문 대통령 주문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 1일 검찰이 내놓은 안부터 들여다보자.
이 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울중앙지검 포함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한다’는 것이었다.
얼핏 상당수 특수부를 폐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1~4부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30여명의 검사로 이뤄져 있으며, 사안에 따라 때로는 모든 부 소속 검사가 수사에 총동원된다. 규모에 따라 다른 지검 인력을 충원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는 검찰의 탈정치를 목적으로 이뤄졌지만, 현실에서는 사실상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과거 중수부 역할을 그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특수부 폐지와 같은 사안은 검찰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것으로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는 곧 청와대에 역으로 ‘대통령령을 개정할 때 우리가 정치 행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남겨놓으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따라서 검찰이 내놓은 안이 실질적으로 파격적이려면, 현재의 특수부를 전면 폐지하거나, 부패범죄 수사 역량을 갖춘 일부 특수부를 유지하되, 기존과 같이 마구잡이 표적 수사를 못 하도록 하는, 이른바 특수부의 ‘탈정치화’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았어야 했다.
이처럼 특수부의 탈정치화를 포함해 검찰이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민주적 통제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또 이날 내놓은 안 중 전향적인 것처럼 비춰지는 또 다른 내용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겠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원래 법률 개정은 입법부인 국회의 고유 권한이지, 검찰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검찰의 권력기관화라는 비판이 제기되어온 외부기관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키겠다’는 안 또한 일종의 월권이다. 외부기관 파견검사를 없애는 일은 박상기 전임 장관 시절부터 추진해온 일인 데다, 이 역시 대통령령인 ‘검사인사규정’ 제13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즉, 검찰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공개소환 전면 금지?
비공식 ‘선택적 언플’ 규제안은 없어
‘정식 공보’는 축소되고 고위직 수사는 ‘깜깜이’ 우려
검찰은 지난 1일에 이어 4일 ‘공개소환 전면 폐지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일 “공개소환, 포토라인, 피의사실 공표, 심야조사 등의 문제를 포함한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 전반을 점검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첫 번째 조치다.
따라서 검찰은 궁극적으로 피의사실공표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그러나 이 역시 결과적으로 그동안 제기되어온 수사 관행 개선에 대한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 공개소환과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요구되어온 내용은 ‘전면 제한’이 아니라 공익적 사안에 국한해 최소한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박상기 전임 장관 때부터 제정을 추진해오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도 이러한 측면에서 사안에 따라 최소한의 정식 공보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고위급 권력형 범죄나 재벌의 대형 경제범죄 등에 대한 수사 상황은 공익적 측면에서 국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이 내놓은 안의 방향대로 갈 경우 권력형 범죄나 재벌 범죄에 대한 깜깜이 수사로 국민의 정당한 알 권리는 물론 공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동안 심각하게 문제 제기됐던 것은 이러한 최소한의 피의사실공표 등 정식 공보 활동이 아닌, 정치적 목적을 공유하는 특정 언론에 비공식적으로 수사 정보를 흘리는 행위였다.
그러나 검찰은 오히려 이러한 비공식 공보 활동을 제한하는 내부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 등의 기존의 악습을 통제하는 안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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