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89064
전직 현대건설 전무 "4대강공사? 울화가 치민다"
[영화 ‘삽질’] MB의 기막힌 사기술, '4대강 막전막후'
19.11.23 11:03 l 최종 업데이트 19.11.23 11:03 l 김병기(minifat)
지금 병보석으로 감옥에서 나와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기극'의 백미는 둔갑술이다. 그는 한반도대운하를 4대강사업으로 무늬만 바꾸면서 건설기업들이 내야 할 공사비 22조2천억 원을 국민 세금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운하 포기 선언을 한 것은 국민 반대 여론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게 아니었다.
건설재벌들이 먼저 한반도대운하를 버렸다. 대운하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은 투자비도 건질 수 없는 사업이라고 판단했고, 청와대에 '공사를 못하겠다'고 버텼다. 이에 MB정부는 4대강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꿔서 국민 세금을 투입했다. 비밀군사작전을 벌이듯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면서 국운을 융성시킬 '녹색 르네상스' 사업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영화 <삽질>은 국민을 속인 MB의 기막힌 사기술을 파헤쳤다. 22조2천억 원의 돈잔치판에서 건설재벌들이 손 안 대고 코를 풀듯이 불법 담합을 통해 세금을 빼먹는 방법이 묘사된다. 공사 현장에서 불법 비자금을 만드는 기상천외한 기술과 이를 5만 원 권 현금 다발로 묶어서 라면박스에 담아 차로 전달했다는 생생한 증언도 나온다.
[이상한 낙찰률] 1조 원은 어디로 갔나
"왜 4대강을 나한테 물어봐요? 저하고는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성질나는 사람이니까. 그런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아휴, 저는 성질나니까…… 아주 울화가 치미니까…… 그냥 전화 끊겠습니다."
2018년 9월 초, <삽질> 감독인 나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성질난다"는 말을 반복한 인물은 손문영 전 현대건설 전무였다. 영화 <삽질>을 본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청계천 사업을 주도한 최측근이었다. 손 전 전무는 4대강 사업 1차 턴키 공사(설계-시공 일괄 입찰)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의 공사비 불법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13년 9월 구속됐다가 풀려났다. 영화 <삽질> 제작팀은 떠올리기 싫은 그의 기억을 강제로라도 소환해야 했다.
▲ 준공 후부터 해마다 세굴이 발생하는 공주보에 H빔을 박고 시멘트를 붓는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환경부 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에서 실시한 공도교 안전성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 김종술
일반적으로 경쟁 입찰 공사의 낙찰률은 예상가액의 65~80%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발주 기관이 공사의 예상가액을 1천억 원으로 올렸다면 650억 원~800억 원에 낙찰이 된다는 이야기다. 건설사들이 공사를 수주하려면 좀 더 적은 금액을 경쟁적으로 써넣어야 하고, 발주처는 이를 통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 낙찰률은 평균 93%, 심지어 99%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 총 공사비가 4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낙찰 과정에서 1조 원의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건설사들이 가격을 담합하지 않았다면 3조 원으로도 공사를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기자는 재경속초향우회 회장이었던 그를 만나려고 3~4번 속초의 행사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번번이 허탕이었다. 그를 만나면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4대강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공사비 담합을 사실상 MB가 지시한 겁니까?"
[속기록] 보좌관이 보내준 한 통의 문자
근거 없는 질문은 아니었다. 법원은 현대건설 손 전 전무가 4대강 턴키 공사 때 건설 재벌들의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판결했다. 당시 MB 정부 인사는 한 명도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다. 정부는 사전에 건설사 담합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에서였다. 과연 그럴까?
기자는 공정위와 감사원의 조사 기록을 뒤졌다. 이때 만난 국회의원 보좌관이 문서 한쪽을 문자로 보내왔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 때 작성된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감사 속기록 56쪽. 거기에 손문영 전 전무가 등장했다.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 시점에 현대건설 손문영 전무가 장석효 도로공사 사장이자 인수위 시절 한반도대운하 TF 팀장에게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해체해야 하느냐?' 하고 문의하자 장석효 사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VIP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VIP하고 통화한 후에 '포기하지 말라'고 하여 현대컨소시엄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하는 것이 현대건설 손문영 전무의 진술입니다."
-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때 이춘석 의원의 발언 내용이 담긴 속기록 발췌
▲ 2013년 10월 국정감사 때 작성된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감사 속기록 56쪽에 있는 이춘석 의원 발언 ⓒ 국회 국정감사
[담합의 시작] MB의 지시?
위의 발언은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당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 속에 손 전 전무의 이름이 등장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8년 10월 15일 이 의원을 만나서 당시 발언의 취지를 들었다.
"4대강 사업 감사 때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작성한 손문영 전 전무의 감사원 문답서를 봤습니다. 그가 주도한 현대 컨소시엄 해산 여부를 물었더니 장석효씨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본 뒤에 해산하지 말라고 했다는 겁니다. 대운하 사업 민자 컨소시엄은 이 전 대통령이 운하 포기선언을 한 뒤에 해체해야 할 조직이었죠.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민자 컨소시엄을 유지했다는 게 손 전무의 말이었습니다."
이렇게 유지된 현대 컨소시엄은 불법 담합의 저수지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2년 '4대강 살리기 1차 턴키공사 입찰 관련 건설업자들의 부당한 공동행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 등 빅(big) 5 컨소시엄과 SK컨소시엄에 참여한 5개사, 한화 등 9개사가 모여 협의체(이하 '현대 등 19개사 협의체)를 구성했다.
현대건설 등 BIG 5 컨소시엄에 참가했던 업체들이 주도한 협의체는 서울 한남동에 합동사무실을 차려 턴키 입찰 담합을 위해 지분을 나누는 회의를 했다. 손문영 전 전무는 이 모임을 주도한 운영위원이었다.
이 의원이 본 감사원 문답서에 따르면 손 전 전무가 '현대컨소시엄을 해산하지 말라'는 MB의 말을 들은 뒤에 추진한 일이었다. 손 전 전무가 당시 감사원 조사관에게 장석효씨가 전한 MB의 말을 듣고 컨소시엄을 유지했다고 진술한 것은 불법 담합을 혼자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꼼수] 국민은 두 번 속았다
▲ 2012년 6월 8일 4대강 범대위와 4대강 조사위원회는 4대강사업 담합에 가담한 현대건설 등 8개 업체와 전현직 대표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철재
손 전 전무의 심정을 이해하려면 현대 컨소시엄이 구성된 상황을 좀 더 알아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수위 시절로 시계를 돌려보자.
2007년 12월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이었던 장석효씨는 BIG 5 건설사 대표들과 조찬회동을 가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9일 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장 팀장은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보름 뒤인 2008년 1월 14일 조찬회동에 참석했던 5개사는 경부운하 건설사업 공동추진 협약서에 날인했다. 2월 11일 추가로 8개 건설사가 협약서에 날인해 대운하를 위한 컨소시엄이 발족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에 합동사무소를 차려놓고 대운하 사업 제안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을 했다. 2~3달 사이에 용역비만도 수백억 원을 썼다. 운하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됐다면 컨소시엄을 유지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광우병 촛불 시위에 무릎을 꿇으면서 한반도 대운하 포기를 선언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며 답변자료를 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포기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손 전 전무가 장석효씨에게 컨소시엄 해체 여부를 물었던 것은 이때 즈음인 것으로 짐작된다. 이 전 대통령은 현대 컨소시엄을 유지하라고 한 채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은 운하를 포기했고 강을 정비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2013년과 2018년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 운하 전 단계 사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들은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었다. 이 전 대통령은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민자 사업으로 골재를 팔아서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국가 재정사업으로 둔갑했다. 운하 사업이 진행됐다면 4대강 수심을 6m 파고 16개의 보를 세우는 운하 1단계 사업 공사비는 민자 컨소시엄의 몫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대운하 포기 선언을 한 뒤 SK컨소시엄은 해산했지만, 나중에는 현대 컨소시엄이 주도한 협의체에 모두 합류했다.
[운하 포기] 감춰진 진실
이 전 대통령은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반도 대운하 반대 여론이 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에도 그랬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한반도 대운하 반대 여론은 70%에 달했다. 하지만 <삽질> 제작팀이 취재한 결과, 그가 4대강 사업이라는 꼼수를 생각해낸 것은 반대여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춘석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감사원 문답서에 기록된 내용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당시에 대림산업 전무로 근무한 사람에게) '정부가 민자 유치를 포기하고 재정사업으로 변경한 사유를 아냐'라고 묻자 이 사람이 이렇게 답합니다. '업체들이 민자로는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현대를 통해 정부 측에 전달했고, 그래서 국가 재정사업이 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정부 시책이 변한 이유가 바로 업체들의 요구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보 건설과 준설'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떠넘긴 데 성공한 건설 재벌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난 뒤의 이권 사업도 요청했다. 2009년 2월 16일 4대강살리기기획단이 작성한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보고'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건설업체들의 요구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대운하 측은 최소 수심을 6.1m로 하는 4대강 살리기를 추진하여 본격 발주(2009년 9월) 이후 즉시 대운하 관련 시설(갑문, 터미널 및 교량개축 등)을 민자로 추진하자고 주장."
▲ 2009년 2월16일 4대강살리기기획단이 작성한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보고’ 문건 ⓒ 국토부
[MB 측근] "대통령이 그렇게 할 일이 없나요?"
<삽질> 제작팀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려고 장석효 전 도로공사 사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서 연거푸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3일 동안 그의 집 앞에서 취재차를 대놓고 기다렸다. 2018년 11월 29일 오전 서울 강남의 자택에서 나오는 그를 쫓아가 말을 걸었다.
- 4대강 사업 불법 담합,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 아닌가요?
"대통령이 그렇게 할 일이 없나요? 나는 모르지만 그런 게 뭐 대통령이 시키고 그럴 일이에요?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럴 수는 없지요."
- 골재를 팔아서 공사비를 건질 수 없다고 컨소시엄 업체들이 청와대에 이야기를 했다고 하던데…… 현대 컨소시엄이 한반도 대운하는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손 전무에게서 들은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하라마라 할 수는 없었지요."
이날 장 전 사장은 손 전 전무의 문답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MB와의 통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현대 컨소시엄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은 인정했다.
[다시 울화] 그는 왜 성질을 냈을까
그렇다면 MB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포기선언 이후 현대 등 19개사가 포함된 건설사 협의체의 불법 담합 사실을 몰랐을까? 아직 울화가 채 가라앉지 않은 손 전 전무의 이야기로 다시 되돌아가보자.
▲ 2013년 7월 감사원 3차 감사 결과 발표문에 별첨한 문건 ⓒ 국토부
2013년 7월 감사원 3차 감사 결과 발표문에 별첨 문건이 하나 있다. 이 문건은 2009년 8월 26일 국토부가 대한토목학회 등 16개 기관에 보낸 '추천 평가위원 기피대상 여부 및 설계심의 참여 실적 조회' 공문의 첨부문서로 붙은 '4대강 건설공사 등록사 현황' 파일이다.
이 파일을 보면 1차 턴키공사에 등록된 건설업체 중 들러리가 아닌 실제 낙찰된 업체는 진한 글씨체로 표시되어 있다. 손 전 전무가 주도한 현대 등 19개사 협의체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이다. 이 파일을 입수한 감사원은 당시 "국토부가 이 문건 등을 통해 턴키 담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018년 9월 초 전화 통화 이후 4개월여 만인 12월 말 손 전 전무를 만났다. 그는 건설사들의 담합 사실은 인정했지만, 당시 공사 때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컨소시엄 해체 여부를 장석효씨에게 물었고, 당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장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손 전 전무는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MB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게 아니라 그 밑에 있는 사람과 통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손 전 전무가 불법 담합의 저수지 역할을 한 컨소시엄을 해체하지 않은 것은, 그것을 MB의 의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4대강사업만 생각하면 성질나고 울화가 치민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MB가 시켜서 한 일인데 혼자 덮어썼기에 억울함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최근 주장하는 '멀쩡한 보'의 건설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둔갑했다. 그렇다면 10년 전 이명박 정부가 주도한 막대한 예산 낭비의 결과물인 4대강 보를 그대로 두는 게 세금을 아끼는 일일까? 4대강 보를 유지 관리하는 데에도 매년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고 있고 수질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4대강 삽질'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 병보석으로 감옥에서 나온 MB는 건설재벌들이 국민세금을 빼먹을 수 있는 불법 담합을 지시 또는 묵인한 의혹에 대한 심판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영화 <삽질>을 보다 많은 사람이 관람한다면 MB에 대한 심판 여론이 높아질 수 있고, 그때서야 비로소 '4대강 삽질'을 멈출 수 있다. 과거처럼 다시 흐르는 강으로의 귀환을 한 순간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 많은 관람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전 국민이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삽질> 극장 단체관람 혹은 대관을 원하실 경우 아래 내용을 참고하여 신청을 부탁드리며, 자세한 문의는 <삽질>의 배급사인 엣나인필름 연락처 (070-7017-3319,평일10시-19시)로 부탁드립니다. (단체관람: 최소 30명/ 대관상영: 최소 100명, 세부조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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