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596491
"빨갱이 새끼!" 한국당 지지자들 난입 시도에 '아수라장 국회'
민주당 의원 안경 날아가고 정의당 당직자들 폭행... 김문수 전 지사 독려로 수시간째 난동
19.12.16 17:15 l 최종 업데이트 19.12.16 18:54 l 글: 이경태(sneercool) 유성애(findhope) 조혜지(hyezi1208) 사진: 남소연(newmoon) 유성호(hoyah35) 영상: 김지현(diediedie)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소속 시민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유성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로 진입한 이른 바 '태극기 부대'에 봉변을 당했다. ⓒ 김지현
"저 새끼는 진짜 빨갱이야. 북한에서 서열도 있을 거라고."
"저런 인간이 국회의원이야? 빨갱이 같은 새끼야!"
16일 오후 3시 15분 국회의사당 후면 안내실 쪽,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뒤쫓아가던 이들이 폭언을 퍼부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거나 "공수처법 날치기 결사반대" "좌파독재 선거법 반대" 등의 손팻말을 든 이들이었다.
홍 의원뿐만 아니었다. 같은 당 설훈 최고위원은 차를 타고 빠져나가려다 가로막혔다. 이들은 차를 둘러싸고 "빨갱이다, 개XX야" "이북으로 가라" "미친 놈" 등의 고성을 질렀다. 설 최고위원은 결국 차에 내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그를 붙잡으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등이 엉키면서 설 최고위원의 안경이 날아가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에게도 어김없이 "빨갱이 타도하자"는 폭언이 쏟아졌다.
같은 시각, 국회의사당 정면 출입구 쪽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국회의사당 정면 동상 위에 올라간 한 남성은 "국회법 파괴 똥깐 날치기 문희상 즉시 사퇴"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그 옆에선 태극기와 성조기를 망토처럼 두른 다른 남성이 꽹과리를 치면서 "공수처 반대"를 부르짖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그들 앞에 섰다. 김 전 지사는 "여러분들이 와서, 문희상이 놀래가지고 도망을 간다는데 가라고 하세요"라며 집회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김 전 지사보다 먼저 확성기를 든 한 남성은 "(내년) 4월 15일 전에 이 좌파 빨갱이 국회의원들을 몰아낼 수 있다면 여러분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며 "조만간 저희가 힘을 합쳐서 민주노총을 해체하고 민주당을 해산하고 전교조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수라장이었다.
한국당 주최 국회 본관 앞 집회 후 의사당 진입 시도... 아수라장 독려한 김문수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유성호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유성호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유성호
이들의 주축은 20여 개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反)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자유한국당 주최로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했다가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면서 집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낮 12시를 기점으로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관련 기사 : 국회의사당 앞 점령한 '태극기부대'... 성조기에 꽹과리까지).
폭력 행위도 발생했다. 지난 11월 28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위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던 정의당 당원·당직자들이 대상이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들은 정의당 당원 및 당직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라면서 "한 청년당원은 따귀를 맞았고 누군가는 머리채를 붙잡혔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장시간 퍼부었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한국당 지지자들의 난동 이어지는데... 한국당의 궤변
자유한국당 성향의 지지자들의 난동이 수시간 째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책임"이란 궤변을 내놨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지지자들에게는 오전 11시 행사 후 해산하라고 해서 그 행사는 그대로 해산됐다"라면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구체적으로 "갑자기 국회 정문을 봉쇄하고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막으면서 더욱 더 격앙이 된 것 같다"라며 "(의사일정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국회다, 그러나 이것을 봉쇄하고 오히려 일을 키운 것은 문희상 의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 정권의 대주주를 자처하는 민주노총이 국회 담장을 폭력으로 무너뜨릴 때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더니, 예정된 집회에 참석하려는 국민의 국회 출입을 강제로 막으려던 것도 모자라 유린 운운하는 것은 실로 염치없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 국회를 유린하는 것은, 권력에 굴복한 일방적인 날치기를 중단하라고 하는 국민이 아니라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을 위해 국회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문희상 국회의장"이라고 주장했다.
사태 장기화 조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유성호
지금과 같은 국회 혼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열었던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집회 참가자들이 16일과 같은 방법으로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할 공산이 큰 셈이다.
이와 관련, 김문수 전 지사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제가 황교안 대표한테 '한국당·우리공화당 의원 수만으론 절대 못 막는다, 애국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인정했다"라면서 "내일 (본회의) 상황을 장담하지 못해서 여기서 기다리셔야 하고, 내일도 비상대기 들어가셔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당이 반드시 집회를 여기서 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가능한 분들은 오래 계시고 바쁘신 분들은 가셔도 된다"라며 "(국회의사당 후면 쪽에) 일반인 출입 안내하는 곳이 있는데 주민등록증 내시고 '황교안 대표 보러 왔다'고 하시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집회 사회자는 "한국당이 오늘과 같은 행사를 한다면 문제가 없다, 만에 하나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로 오후 1시까지 모여주시면 된다"라고 알렸다. 윤석열 검찰총장·박원순 서울시장·손석희 JTBC 사장 등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보수 유튜버 김상진씨는 "문희상 의장 자택(공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출근하지 못하도록 막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 난입 시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해야"
다른 정당들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중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6일 오후 논평을 통해 "한국당이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 난입을 시도하는 비이성적 행태로 법과 질서를 유린하고 있다"라면서 "대한민국 제1야당이 선택한 것은 의회정치가 아니라 정치깡패와 다름없는 무법과 폭력이라는 점은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저지선을 넘어 국회 경내에 칩입하고, 국회 본청 난입을 시도하는 당원과 극우단체 회원들에게 '고생하셨다'고 불법을 독려하는 행태를 보였다"라며 "국회사무처와 경찰은 자유한국당의 불법적 행태를 방관하지 말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끝까지 추적해 처벌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원내에서의 협상은 뒷전인 채 '극우광풍'을 등에 업고 광장정치에만 집중할 것이라면 차라리 국회를 떠나라"라고 한국당을 성토했다.
그는 "흥분한 참석자들을 가라앉히고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벗어나려 노력해도 모자를 판에 황교안 대표는 손을 흔들며 오히려 흥분을 고취시키기까지 했다, 광장의 '뽕'에 취해 사리분별도 못하는 미숙한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한국당, 아수라장이 된 국회에서 펄럭이는 성조기와 함께 국회를 떠나라"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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