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222135015
돌아오는 콩코드…‘조용한 후손’이 인류의 삶 바꿀까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입력 : 2019.12.22 21:35 수정 : 2019.12.22 21:36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록히드 마틴이 공동 개발 중인 초음속 여객기 ‘X-59’. 소닉붐을 크게 줄였으며 2021년 시험생산을 한다. 록히드 마틴 제공
2000년 드골 공항 주변 참사 후 2003년 막내린 ‘초음속’ 여객 시대
2000년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이륙하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엔진에서 갑자기 거대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앞서 이륙한 비행기에서 떨어진 부품이 활주로를 질주하던 콩코드 기체에 강한 충격을 줬고, 날개에 있던 연료 탱크가 파손되며 불이 난 것이다.
이륙 때 붙은 속도로 인해 공중으로 떠오른 콩코드는 재빨리 회항해 비상 착륙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불이 붙은 콩코드에 그런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이륙 88초 만에 콩코드는 공항 주변 호텔로 추락했고 탑승객 전원과 추락 지점 주변 시민까지 113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1976년 첫 취항 뒤 별 탈 없이 운항을 이어가던 콩코드는 이 사고로 안전을 우려하는 승객들의 불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후 운항을 재개했지만 2003년 콩코드는 결국 마지막 비행을 했다. 다른 항공기보다 연료가 많이 들고 탑승 인원도 100명에 불과해 유지 비용이 높았지만 전투기에서나 볼 법한 속도인 ‘마하 2’라는 확실한 장점으로 하늘을 지배하던 콩코드도 외면하는 승객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초음속 여객기의 시대는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사람과 물자를 빠르게 이동시키려는 욕구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15년 이상 초음속 여객기가 자취를 감췄다는 건 언뜻 이상한 일로 보인다. 1960년대 기술로 개발한 콩코드에 필적한 만한 비행기를 지금 못 만들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일이 벌어진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소닉붐’(Sonic Boom) 때문이다. 자신이 내는 소리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물체는 소리의 파장을 꿰뚫으며 엄청난 굉음을 발생시키는데 이게 바로 소닉붐이다. 소리의 속도인 초당 340m보다 빨리 비행할 수 있는 제트기에 해당하는 일이다. 국내에서도 전투기의 훈련 비행 때문에 비행장 주변 도심에서 굉음을 듣고 시민들이 놀랐다는 소식이 보도되곤 한다.
미국 해군 F/A-18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의 모습. 소닉붐과 동반되는 수증기 응결 현상이 관찰된다. 심한 소닉붐은 건축물을 파손하기도 한다. 미국 해군 제공
지금까지는 이런 소닉붐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소닉붐은 콩코드가 한창 현역일 때 유럽과 미국 사이를 오가는 대서양 노선에 투입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바다 위에는 소닉붐으로 고통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육지 상공을 비행할 수밖에 없는 아시아 방향의 노선에 콩코드가 투입됐다면 해당 국가들의 엄청난 항의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민간 항공기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과 공동 개발 중인 초음속 항공기 ‘X-59’ 때문이다. 길이 29m, 날개 폭 9m짜리 중형 항공기인 X-59에 대해 지난주 NASA가 최종 조립 작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밥 피어스 NASA 항공기술 부문장은 “항공 여행객들을 위해 역사적인 연구를 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X-59의 가장 큰 특징은 초음속 항공기의 고질병이던 소닉붐을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X-59에서 발생하는 소닉붐이 6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문을 닫는 정도의 소음이다. 심할 경우 건축물에 금이 갈 정도로 굉음을 내는 일반적인 소닉붐의 1000분의 1 수준이라고 록히드 마틴은 미국 언론을 통해 밝혔다. 사실상 소닉붐이 제거됐다고 봐도 좋을 수준이다. 이 항공기의 정식 명칭이 ‘X-59 콰이어트 슈퍼소닉 테크놀로지(X-59 Quiet Super Sonic Technology)’인 이유다. 조용한 초음속 기술을 채택한 항공기라는 얘기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소닉붐을 크게 줄이면 음속 돌파 때 나타나는 진동이나 충격도 약해져 항공기의 비행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닉붐을 사라지게 한 비밀은 쐐기처럼 생긴 기체, 그리고 기체 앞부분에 부착된 작은 날개인 ‘카나드’에 있다. 록히드 마틴에 따르면 이 같은 설계는 소닉붐을 만드는 소리의 물결을 흐트러뜨리는 기능을 한다. X-59는 1만6800m 고도에서 시속 1500㎞로 이동할 수 있다. 만약 X-59를 기초로 상용화한 여객기가 같은 속도를 낸다면 대략 현재 여객기의 1.5배에서 2배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는 셈이다. 인천에서 미국 서부까지 한 자릿수 시간대에 주파할 수 있다. X-59는 2021년 시험 생산하고 2022년 미국 대륙 위를 비행하며 실제 소음 수준을 측정할 예정이다.
NASA·록히드 마틴 공동개발, 초음속 항공기 ‘X - 59’ 조립 결정
‘소닉붐’ 줄이고 속도는 1.5~2배, 제2 하늘의 혁명 기대감 높여
NASA와 X-59 공동 개발을 맡은 록히드 마틴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기인 ‘SR-71 블랙버드’를 제작한 회사다. 1965년 배치된 정찰기 SR-71은 최고 속도 마하 3.3으로 비행할 수 있었고, 첩보위성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전까지 미국 안보를 책임지는 ‘재빠른 매’ 같은 존재였다.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민수 분야에 재등장한 초음속 비행기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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