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704203711156?s=tv_news
[로드맨] '노재팬' 1년, 지금은?
염규현,남형석 입력 2020.07.04. 20:37 수정 2020.07.04. 20:45
[뉴스데스크]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정책이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됐습니다.
우리 사회의 반일감정이 폭발했고,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시민들, 그리고 기업들의 얘기를 길 위에서 들어보겠습니다.
이곳은 서울 명동거리입니다. 이 일대에는 일본브랜드와 국산 브랜드가 많이 섞여 있는데요.
(일본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국내 의류브랜드)
[김영호/S의류브랜드 명동점장] "확실하게 불매운동이 지속된다고 보고 있고요. 유니클로의 대체 상품인 경우에는 두 배 이상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생각은 어떨까요?
[배일주/국내 의류매장 고객] "반일감정이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아요. 국산 브랜드가 충분히 (품질도)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생각해서."
(인근 유니클로 매장 고객의 생각은?)
[유 모 씨/유니클로 매장 고객] "국산 브랜드를 쓰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처음엔, 뭔가 일본브랜드 평소에 쓰던 것만 하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 들면서도 계속 결국엔 다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일본이 주도하던 맥주 시장도 판세가 뒤바뀌었습니다.
('수입시장점유율 1위'였던 일본 맥주, 지금은?)
[김성모/CU 홍보팀 대리] "일본 맥주가 아예 사라졌다고 저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지난해 7월 대비 올해 매출로 보면 약 98% 정도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여전히 잘 팔리는 일본제품들도 있었습니다.
이곳은 일본계 생활용품 전문점인데요. 오히려 매장을 2배 이상 키워서 이렇게 재개장했습니다.
[무인양품 매장 관계자] "오늘 정식 오픈했어요. 원래 반대쪽에 있었는데 여기로 옮긴 거거든요." (위층에도 있어요?) "4층까지 있습니다."
[김정원/소비자] "중국계 브랜드인 줄 알았어요. 규모가 커졌다니까 솔직히 씁쓸하긴 한 것 같아요."
[강승연/소비자] "어느 회사들이 일본 회사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우리가 언제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해야 할까요?) "그러게요. 그건 저한테 물어보는 게 아니라 일본에 가서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골프용품과 담배 등 일부 품목 역시 불매운동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골프용품 매장 직원] "저희는 별 차이가 없긴 한데, 마니아층이 있는 그런 거라."
(일본 골프용품 수입액, 1년여 만에 오히려 41% 증가)
[국산 골프용품 매장 점주] "있는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다 보니까 그런 생각(불매)도 좀 덜 한 것 같아요."
(이번엔 직장인들 흡연구역에 가보니)
여기에 일본 담배 얼마나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생각보다는 아주 많진 않아요. 아, 여기 또 있고. 지금 이 안에서만 보면 10% 조금 안 되는 것 같아요. 일본 담배가 바닥에 다 있네.
(담배 가판대 상인에게도 물어보니…)
[가판대 상인] "(불매운동)영향이야 있긴 있겠지. 그런데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자기 입맛에 맞으면 피우고 그러니까."
관세청의 통계를 살펴보니, 한 일본 담배회사의 올해 5월 기준 수입량은 1년 전보다 도리어 늘었습니다.
[김 모 씨/일본산 담배 흡연자] "담배는 스트레스 해소라든지 기호품이라고 해야 하나." (나한테 맞는 제품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팩트맨]
일본제품들 판매 실적, 비교해보겠습니다.
우선 로드맨이 다녀온 유니클로.
대표적인 표적이었는데, 지난 1년간 12개 매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영업이익도 2000억 원대에서 1년 만에 적자로 바뀌었네요.
일본 자동차도 판매량이 꾸준히 늘다가, 불매운동을 기점으로 보시는 것처럼 그래프가 크게 꺾였습니다.
반대로 판매량이 늘어난 일본제품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닌텐도 게임기인데요.
'동물의 숲'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늘었습니다.
ABC마트, 데상트, 무인양품 등도 매장이 오히려 많아졌네요.
이런 선택적 불매운동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초에 모든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의식과 규범만으로는 소비자들이 구매 욕구를 지속적으로 억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이 기회에 국산 대체 상품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건데요.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제가 그 현장에 왔습니다. 이곳은 국내의 한 수제 맥주 공장인데요. 지난 1년간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양조장을 2개 더 늘린 국내 수제맥주 업체)
[이인길/K수제맥주 업체 양조장 총책임직] "지금 하루에 2만 캔씩 생산하고 있고요. 작년에는 만 캔 정도 생산했는데." (이거 진짜 방금 나온 거네요?) "네, 진짜 방금 나온 겁니다. 작년 5월부터 시작해서 7개월 동안 (편의점에)100만 캔을 팔았어요." (그러면 보너스도 많이 받으셨어요?) "많이 받았습니다." (기분 좋으시겠어요.) "그럼요."
(편의점에도 눈에 띄게 늘어난 국산 수제맥주들)
[조승일/소비자] "(수제맥주)종류도 많아졌고 맛도 압도적으로 좋으니까요. ‘맛있네, 괜찮네, 이것도 한 번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비재 뿐 아니라, 산업 분야의 일본 의존도도 줄고 있을까요?
그간 일본 수입에 의존해왔던 소재 부품을 최근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한 기업 연구소에 와봤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3대 품목 ‘불화폴리이미드’ 국산화에 성공한 한 기업)
[박효준 수석연구원/코오롱인더스트리] (비닐 같기도 한데?) "투명 불화폴리이미드 필름이라는 건데요." (개발을 어렵게 한 거면 되게 비쌀 것 같아요.) "이 한 롤을 만약에 집에 들고 가신다면 차를 팔고 가셔야 합니다." (아… 찻값이에요, 이게?) "네."
[박효준 수석연구원 / 코오롱인더스트리] "기술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에 있었고요. 일본 수출규제 이후에 수요 기업의 국산화 의지가 매우 강하게 일어났고요."
이렇게 미리 준비된 분야는 단기간에 추격이 가능했지만, 그렇지 못한 분야도 아직 적지 않습니다.
(한일 각계 전문가 참석한 전경련 주최 토론회 )
[박재근 교수/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왜 그러면 불화수소 케미칼만 이렇게 국산화가 되었느냐? EUV는 안 되나?' EUV는 정말 어려운 기술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공정은 아마 일본제품을 계속 사용할 것이고요."
(질문하는 로드맨)
[로드맨] "정치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텐데, 국산화 내지는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로 봐야 할까요?"
[박재근 교수/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해외에)생산 기지 유치를 했고, 그런 식으로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서 당면 위기를 극복해야 되는 것이고요."
사실상 추격이 쉽지 않으니 다른 데서 사서 써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100대 전략 품목 중 우리 기술 수준은 아직, 선진국의 61% 수준입니다.
[이홍배 교수/동의대학교 무역학과] "기술에는 두 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조 기술. 그리고 하나는 신뢰성 기술입니다. ‘소부장’ 산업은 신뢰성 기술인 거예요. 특성상 단기일 내에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는 거죠."
한일 관계는 언젠가 회복되겠지만 이런 일이 언제 또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제품, 우리 기술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만큼이나 우리만의 것을 지키고 키우는 데 모두가 힘써야 할 이유일 겁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염규현,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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