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362
언론사 고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보니
청와대 의혹 보도 소송으로 압박… 취재활동에 포털의 ‘댓글 방치’까지 법적 대응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승인 2020.02.22 09:31
경향신문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발 논란에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이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의 대응이 부적절했던 건 사실이나 미래통합당은 민주당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언론을 상대로 과도하게 대응해왔다.
[관련기사: 민주당의 적은 민주당인가]
경향신문 칼럼 논란에 미래통합당은 지난 14일 논란이 불거진 이후 5일 동안 7건의 논평을 냈다.
김성원 대변인은 지난 14일 “표현의 자유라는 대한민국 헌법 조항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민초가 권력자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이 조선시대 때도 용인됐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역사의 반동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16일 “‘덮어놓고 고발’, ‘고발이 먼저다’라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불손을 한눈에 보여준다”고 했다. 같은 날 권현서 청년 부대변인은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라고 했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이 같은 대응을 일상적으로 해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탄핵 이후 미래통합당의 법적 대응 사례가 확인된 것만 20건이 넘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인사들은 비선 실세 개입 의혹 등 청와대 비판 보도에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해왔다. 취재하고 있는 기자에게 법적 대응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기록한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언론에 과도하게 대응한 정황이 나온다.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세계일보 세무조사 중(?)” “적에 대하여는 적개심을 가져야” 등이 언급된다. 시사저널에는 “끝까지 밝혀내야 피할 수 없다는 본때를 보여야”라고 적혀 있다.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대응할 수는 있으나 미래통합당은 과도한 경우가 많았다. 미래통합당은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단식을 할 때 시민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전하는 기사의 ‘악플’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네이버를 고발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언론에 고소, 고발한 내역. 청와대 관계자일 경우도 청와대로 표기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탄핵 국면 이후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 및 소속 의원이 미디어를 대상으로 제기한 고소, 고발 내역. 디자인=이우림 기자.
대선 직후 미래통합당은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기사가 홍준표 후보에 불리하게 왜곡됐다며 언론사에 언론중재를 신청하는 한편 SNU팩트체크센터와 네이버를 상대로 소송전을 이어갔다. 당시 미래통합당의 무분별한 대응에 한국기자협회는 ‘언론 길들이기’라며 반발했고 한국방송학회는 내부 공지를 통해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있어 사안을 주목하겠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자녀 의혹, ‘대일민국’ 방명록 등을 보도한 언론사들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기사는 풍자 성격이거나 여러 관점을 소개했음에도 법적 대응을 피하지 못했다.
소송만 과도했던 건 아니다. 미래통합당은 심의, 중재 등을 적극 활용해 언론을 압박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 분석 결과 김성태 의원은 자녀 특혜 의혹 보도를 한 한겨레를 대상으로 총 14건의 조정신청을 했다. 조사 기간(2012년 1월1일~2019년 2월28일) 정당 명의의 언론중재 조정 신청 91건 가운데 70건을 미래통합당이 제기했다. 미래통합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정당 명예훼손이라며 200건이 넘는 심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총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게시글 삭제를 가장 많이 요청한 후보는 나경원 의원이었다.
이 외에도 미래통합당은 MBN 기자 출입정지를 결정해 논란이 있었고 미디어특위 차원의 언론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철회하는 등 언론관을 두고 지속적으로 논란을 빚었다.
독자의 풍자 댓글을 기사에 소개했다 미래통합당과 소송을 치러야 했던 오마이뉴스는 “비판적 언론에 대한 업무방해였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이 논평을 쏟아내며 비판하지만 강력한 요구는 하지 않는 상황이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이 정도로 들끓는 상황이라면 미래통합당이 당 대표 사퇴 등을 요구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강력한 요구를 하기에는 민망해하는 거 같다. 이 문제로 강하게 나가면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그러는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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