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428112401517
[취재파일] ADD '기술유출' 혐의자, 'UAE판 ADD' 노리는 칼리파대학 갔다
김태훈 기자 입력 2020.04.28. 11:24 수정 2020.04.28. 14:51
지난 2018년 4월 15일부터 3박 4일간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이 UAE를 방문했습니다. UAE 요청으로 전제국 당시 방위사업청장, 남세규 현(現)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등 국방과학 책임자들이 송 장관을 동행했습니다.
UAE 측은 송 장관 일행을 융숭하게 대접했습니다. UAE의 실세 모하메드 알 나흐얀 왕세자를 비롯한 고위급 수십 명이 송 장관과 남세규 소장을 국빈 모시듯 했습니다.
2018년 4월 UAE를 방문한 송영무 장관 일행…왼쪽 첫번째가 남세규 ADD 소장이다.
그때 UAE 측은 송 장관 일행을 UAE의 명문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로 안내했습니다. 명문대라고는 하지만 부설 연구소는 연구진 수십 명 규모의 소소한 시설이었다고 칼리파대학 방문자는 전합니다. 하지만 UAE의 요구는 창대했습니다. "한국의 ADD 같은 무기 개발 연구소를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에 세워달라!" UAE가 송 장관과 함께 방위사업청장, ADD 소장을 초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UAE 측은 대신 대대적인 경제협력을 제안했습니다. 국방기술도 수출하고 국산 무기와 공산품들도 수출할 수 있는,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었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송 장관 일행이 귀국한 뒤 검토해보니 ADD의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ADD 소유 기술들은 한국의 순수한 기술이 아니라 외국 기술이 스며든 다국적 기술이어서 한국 정부 마음대로 해외 이전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UAE판 미니 ADD 설립 계획은 이렇게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런데 현재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ADD 기술 유출 사건의 핵심 혐의자가 바로 그 UAE의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로 간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UAE가 무기 개발 연구소를 만들고 싶어 하는 곳에 ADD 기술 유출 혐의자가 취업했습니다. 군과 수사기관들은 공식적, 합법적 기술 이전이 안되니 돈을 받고 기술을 해외 유출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ADD 기술의 해외 유출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ADD 전 수석연구원 B씨가 취업한 UAE 칼리파대학
● 'UAE판 ADD' 노리는 칼리파대학 갔다!
ADD 기술 유출 사건의 혐의자는 60여 명입니다. 최근 ADD를 퇴직한 고위급 연구원 중 ADD 서버에서 무엇인가 내려받거나 출력한 사람들입니다. 이 가운데 20여 명은 다량의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유력 혐의자 20여 명 가운데 작년 10월 퇴직한 ADD 3기술연구본부 3부 수석연구원 출신의 B 씨가 UAE의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에 취업했다고 군 고위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가 UAE판 ADD를 꿈꾸는 곳이니 B 씨는 그곳에서 기술 이식 작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군과 수사기관들은 큰 돈을 받고 국산 무기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B 씨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ADD 기술의 해외 유출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B 씨가 어떤 기술들을 갖고 나갔는지는 명쾌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B 씨가 ADD 현직에 있을 때 그는 상당한 자료에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수석연구원은 ADD 최고위급이어서 ADD 서버에 보관된 중요 자료에 대해 거의 무제한 접근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과 수사기관들은 그가 어떤 자료를 가져갔는지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ADD 내부 연루자 없나
B 씨의 칼리파대학 취업 사실이 알려지자 군 내부에서는 B 씨가 어떻게 정보 당국에 들키지 않고 무사히 칼리파대학에 입성할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B 씨가 UAE의 희망사항을 간파하고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에 원서를 넣었다기보다는 UAE 측이 B 씨에게 접근했을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B 씨 외에 다른 연구원들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을 텐데 소리 소문이 없이 칼리파대학으로 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B 씨가 다른 곳도 아닌 칼리파대학으로 가는 것을 그와 가까운 ADD 연구원들은 알았을 터. 하지만 어떤 경고음도 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ADD 주변에서는 "퇴직 연구원들이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부국에서 잘 적응해 살고 있다"는 말이 해당 퇴직자 실명과 함께 자주 거론됐습니다. ADD 수뇌부는 B 씨의 칼리파대학행(行)을 몰랐을까요?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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