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429084802852
[취재파일] "나는 신천지 이만희 차명재산 관리자였다"
정명원 기자 입력 2020.04.29. 08:48
신천지 비자금의 비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지난 1월 16일 대구를 방문해 대구 지파 교회에서 행사를 주관했고, 이후 경북 청도를 갔다는 사실을 취재해 처음으로 전한 뒤 신천지 간부 출신 인사와 접촉할 기회가 생겼습니다.(참고로 이만희 씨의 대구와 청도 방문 사실은 방송 이후 한 달 뒤 방역 당국의 공식 발표로 확인됨)
이 인물은 신천지가 20년 가까이 교인들로부터 걷고 있는 총회 건축 헌금과 이만희 차명 재산에 관해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설명을 드리면 신천지 총회 건축 헌금이라는 건 신천지 예수교회에서는 '내 자리 마련 헌금'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헌금입니다. 신천지는 환란이 지난 뒤 신천지 교인 중 14만 4천 명이 제사장으로 뽑혀서 세상을 다스리고, 나머지 세상 사람들은 14만 4천 명을 떠받든다는 걸 믿도록 하는데 그 14만 4천 명이 한 번에 들어갈 총회 성전을 과천에 건설하는데 그곳에 자기 자리를 마련하라는 '자릿세' 개념입니다.
SBS가 입수한 신천지 내부 문서를 보면 전국 각 지파에 50억, 67억 등 구체적인 액수까지 할당해서 교인들에게 걷도록 독려했고, 새로 신천지에 들어온 교인이면 누구나 1인당 300만 원(성인 기준)을 내게 하고 있는 목적 헌금입니다. 걷기만 했지 얼마를 어디에 뒀는지 공개하지 않아서 추정으로 할 수밖에 없지만 수천억 원 이상을 걷어왔다고 신천지 간부 출신 탈퇴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천국의 자리다. 그러니까 자릿세를 내야 된다. 그러면서 이제 1인당 50, 100만 원, 300만 원, 부담되니까 할부로 납부하도록 해 줬어요. 각 지파 별로 돈이 올라와요. 얼마 하라고 했으니까 지파 별로 40억, 100억 이렇게 올라오는데 이 돈에 대해선 투명성이 전혀 없어요. 걷기만 했다 뿐이지 지금 어디에 있다고 이야기를 안 해요." <신천지 총회 간부 출신 탈퇴자>
그런데 취재진이 만난 신천지 간부 출신 이 인물은 이 총회 건축 헌금 대부분이 차명계좌로 관리되고 있고, 이만희 차명재산을 취득하는데 쓰거나 비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차명계좌 일부를 관리했기 때문에 그 운용 방식도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총회 건축 헌금을 걷었지만, 과천에 대규모 총회 성전은 벽돌 한 장 올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 14만 4천 명을 동시에 수용할 규모라는 건 상상 이상입니다. 서울 상암동의 월드컵 경기장 최대 수용인원이 6만 6천 명이고, 잠실 주경기장이 6만 9천 명이니까 규모가 그 2배는 돼야 한다는 뜻인데 그런 신천지 건물은 과천에 없습니다.
"신천지 총회 통장이 여러 개입니다. 그래서 이제 공사비로 쓸 계좌가 있고, 그다음에 헌금받는 신천지 재정부 통장이 있고, 총회 건축 헌금을 넣어두는 차명계좌가 있고, 거기에서 돈세탁해서 이제 빼돌리는 통장도 있어요." <前 신천지 총회 차명계좌 관리인>
취재진은 그의 말을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신천지 내부 문서에 총회 성전 건축 부지로 명시된 경기도 과천시 문원동 땅을 찾아가 봤습니다. 이 땅은 2002년 신천지 예수교회(대표자 이만희)가 매입한 땅으로 매입 당시보다 현재는 3배 이상 가격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땅의 크기는 작아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없었고, 과천시에 확인한 결과 신천지 매입 이후 지금까지 신천지가 이 땅을 건축허가 신청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신천지가 과천에서 여러 차례 건축허가 신청을 한 유일한 땅은 과천 경찰서 옆 신천지 예수교회(대표자 이만희) 소유 건물인데 거기는 규모가 더 작았고, 건축 허가 신청 내역을 검토해 봤더니 종교 시설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건축 허가가 불허됐기 때문에 건축도 하지 않았습니다. 신천지가 공개한 과천 내 시설과 서울시와 경기도가 추가로 찾아낸 과천 신천지 시설들도 돌아다니며 살펴봤지만 마찬가지로 대규모 성전은 없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였습니다.
그렇다면 신천지가 20년 가까이 걷은 수천억 원 규모의 총회 건축 헌금은 어디로 간 걸까? 신천지 내부에서 차명계좌를 관리했다던 그는 총회 건축 헌금 가운데 주로 현금으로 낸 전국 지파의 총회 건축 헌금을 총회에서 취합해 여러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해 둔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차명계좌를 관리했던 당시 직접 챙겼던 금액만 900억 원, 총회 본부 단위로는 2천 억 원 정도가 차명계좌에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지금은 교인 수가 늘었기 때문에 그만큼 차명계좌 잔액도 더 많아졌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차명계좌는 간부 교인들 가운데 믿을만한 사람들을 골라서 명의를 빌려오는데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교인들 가운데 택한다고 했습니다. 이들 명의로 차명계좌를 운용하고 이 계좌에 있는 돈으로 이만희 총회장 명의 부동산을 사거나 아니면 차명 부동산을 매입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신천지는 이런 주장에 대해 신천지 내부 차명계좌는 없고 비자금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는 답을 취재진에게 보내오긴 했습니다.
그가 차명재산을 언급하면서 과천에 이만희 씨 명의 땅이 있다면서 한 지역을 거론했는데 구체적인 지번은 모른 채 주변에 어떤 건물들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천지 공식 입장은 이만희 총회장 명의 개인 재산은 없다는 것이었고, 이만희 총회장은 여러 번 교인들 앞에 약속하기를 "난 땅 한 평, 집 한 채도 없는 사람이다. 물어봐라. 없다" 고 했기 때문에 반드시 검증이 필요한 주장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한 달 가까이 과천 일대를 돌아다니며 틈나는 대로 땅을 찾았는데 예상보다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그가 묘사한 곳과 비슷한 땅이 여러 곳이었고, 번지수를 확인할 대상이 많아졌습니다. 백 여 곳 가까이 소유주를 확인한 끝에 그가 설명한 곳과 일치하는 땅을 찾았는데 천 평 넘는 크기의 땅으로 과천 미니 신도시 예정 지역 주변이었습니다. 땅 값은 최소 금액이라고 할 수 있는 공시지가 기준으로도 17억 4천만 원, 시가로는 28억 이상은 되는 땅이었는데 등기부 등본에는 분명히 이만희 씨 개인 명의였습니다. 혹시 교회 돈으로 사면서 명의만 빌린 뒤 가처분 설정 등 교회가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을까 해서 봤더니 그런 흔적이 없었습니다. 현행법에선 10년 넘게 이런 법적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땅은 그냥 명의자 소유이기 때문에 이만희 씨 땅이라는 것이 변호사들 설명이었습니다.
이만희 총회장 개인 소유 땅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월 200만 원만 받으면서 검소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교인들에게 밝혀 온 서사이고, 다른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98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이 땅을 무슨 돈으로 샀는지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교인들이 총회 건축을 목적으로 낸 헌금으로 개인 재산을 산 것이라면 횡령 배임 혐의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만희 씨는 가평 평화의 궁전을 교인 헌금을 빼돌려 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땅 역시 소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씨와 신천지 측은 가평 평화의 궁전에 대해선 개인 명의로 보유하던 사실이 드러난 뒤 이 씨는 명의만 빌려줬고 신천지 예수 교회 연수원 목적으로 산 것이라며 대물변제를 설정해 둔 상황입니다. 신천지 연수원이라면서 기자회견 열 때 봤던 것처럼 사실상 이만희 총회장 별장처럼 활용하고 있는 이유는 제대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이만희 총회장은 이런 수사에 대비해 미리 조치를 취해 둡니다. 어떻게 하냐고 하면 진짜 돈 있는 교인들을 앉혀놓고 몇 월 며칠 날 돈을 얼마 빌려줬다고 쓰라면서 각서를 주고 도장을 찍게 합니다. 그 교인들이 대부분 차명계좌 명의자들이기도 한데 그런 방식으로 마치 빌린 것처럼 해서 차명계좌 돈으로 부동산을 취득하고 만일 문제가 되면 그 각서를 제시하는 겁니다." <前 신천지 총회 차명재산 관리인>
이런 '대비' 때문인지 이상하게 내부 제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시작된 신천지 관련 국세청 조사나 경찰, 검찰 수사 등이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신천지 내부에서 문제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선뜻 수사기관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SBS 보도 이후 국세청에서 신천지 총회와 전국 지파를 대상으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는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의지는 있어 보입니다. 다만, 관심이 있을 때 잠깐 반짝하고 역시 같은 패턴을 반복한 채 유야무야 될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법의 잣대가 공정하다는 걸 믿도록 할 것인지는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명원 기자cooldu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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