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15490
세습에 족벌 경영까지... '조중동' 아닌 '방홍김'
[언론개혁 9] '언론 재벌' 지분 구조의 문제점
20.02.29 19:17 l 최종 업데이트 20.02.29 19:17 l 김종성(qqqkim2000)
▲ 자사의 영향력을 설명하는 조선일보 사이트 ⓒ 조선일보
주요 재벌기업들의 총수 가족이 보유한 지분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삼성물산 주식 중에서 이건희·이재용·이부진·이서현의 지분 합계는 삼성물산 홈페이지가 공개한 2018년 12월 31일 자료에 따르면 31.1%다. 삼성문화재단 같은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합치면 33.0%다.
요즘 한창 논란이 되는 한진그룹의 경우에도,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주식 중에서 이명희·조현아·조원태·조현민의 지분 합계는 2월 7일 현재 24.8%다. 과반수가 안 되는 지분을 갖고 지주회사는 물론이고 그룹 전체까지 지배하려다 보니, 재벌기업들이 각종 편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언론 재벌인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하 조중동)는 그런 머리 아픈 고민을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다. 왜냐하면, 일반 재벌과 달리 매우 안정적인 소유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과 슬로워크(컨설팅 기업)가 공동 제작한 '대한민국 뉴스소비 지도' 사이트는 '한국 언론의 소유지배구조' 편에서 "조선일보는 방상훈 사장 일가의 지분이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방상훈 사장 지분 30%뿐"이라면서 "방씨 일가의 지분이 7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2013년 한국언론연감>을 토대로 한 2017년 4월 4일 자 <미디어오늘> 기사 "조선일보 후계자 방준오의 경쟁자가 사라지다"에 따르면, 방상훈·방용훈·방성훈·방준오가 보유한 지분을 합하면 70.2%다. 방일영문화재단이 보유한 15.0%까지 더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또 '대한민국 뉴스소비 지도' 사이트는 "중앙일보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중앙미디어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홍석현 회장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지분을 합치면 60%가 넘"는다고 말한다.
이 사이트는 또 "동아일보는 김병관 전 사장의 지분을 물려받은 김재호 사장이 2대 주주"라며 "창업자 인촌 김성수 전 사장의 뜻을 이어받아 만든 인촌기념회가 대주주"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홍씨 일가가, 동아일보는 김씨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언론사"라고 말한다.
조중동은 북한의 권력승계를 누구보다 열렬히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총수 일가의 압도적 지분율을 바탕으로 신문사를 세습할 뿐 아니라 족벌 경영까지 하고 있다. 사실상 왕국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중동이 아니라 '방홍김'으로 불러도 될 정도다.
그 같은 지배력을 바탕으로 조중동은 이른바 문어발식 팽창까지 전개하고 있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TV조선을 비롯해 월간조선·주간조선·여성조선·스포츠조선·소년조선일보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문어발 경영을 통해 조중동 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다양한 형태로 국민 의식에 미치고 있다. 조선일보 사이트에서 자사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코너를 운영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언론의 사유화, 조중동의 부조리
▲ 2008년 1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 출판기념회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방 회장 부인 이선영씨, 방우영 명예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박정희 정권 때,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회장은 메르세데스 벤츠600 리무진을 타고 다녔다. 이용우 전 중앙일보 편집부국장의 <삼성가의 사도세자 이맹희>에 따르면, 당시 이 차는 국내에 단 4대밖에 없었다. 청와대 2대, 이병철 1대,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 1대였다.
이병철이 그 차를 타고 경찰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대구공장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에 박정희 대통령 말고 또 한 사람의 대통령이 호화판 지방 나들이를 했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갔고, 경찰과 중앙정보부를 통해 청와대에까지 전해지게 됐다. 이 때문에 '또 한 사람의 대통령'인 이병철은 "숨을 죽이고 바짝 엎드려 있으라"는 중앙정보부의 경고를 받았고, 그 뒤로는 "벤츠600 리무진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고 위 책은 말한다.
그 당시 '대통령'으로 불릴 만한 사람은 조선일보에도 있었다. 벤츠600 리무진 대신 윤전기를 굴리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었다. 1963년에 발행인이 되고 2003년에 명예회장으로 물러앉은 방우영(1928~2016)이 바로 그다.
방우영은 '밤의 대통령'으로 불렸다. '낮의 대한민국'은 청와대 대통령이 이끌지만 '밤의 대한민국'은 조선일보 방우영이 이끈다는 말이었다. 대한민국이 비공식적으로는 조선일보에 의해 운영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방우영은 그 기간 동안 한국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숨을 죽이고 바짝 엎드릴' 필요도 없이 그는 아주 당당하게 호흡하며 밤의 대통령으로 군림했다.
대통령선거 같은 공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언론사 사장이 대통령에 못지않은 혹은 버금가는 파워를 발휘한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지분 구조 덕분이었다. 언론사를 개인 소유물처럼 지배하는 데서 나오는 힘이 그의 무기가 됐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조중동은 말도 안 되는 논리와 근거도 희박한 주장을 앞세워 실제 사실과 어긋나는 보도들을 수없이 양산해 왔다. 그들은 그런 방식을 통해 한국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왔다. 수많은 서민 대중이 자신들에게 이익은커녕 손해만 되는 냉전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쉽게 굴복한 데는 그 같은 조중동의 역할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언론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국민들의 판단과 인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이나 한 집안의 것이 아닌 사회 공공의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언론의 사유화가 용인되다 보니 조중동의 부조리가 그동안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언론재벌 소유 구조, 재벌기업에 비해 훨씬 심각
▲ 2001년 5월 2일 신문개혁국민행동 대표들이 서울 종로구 YMCA앞에서 언론사 세무조사결과 공개 촉구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현행 헌법에는 조중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헌법 제23조 제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했고, 제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조중동 총수 일가가 언론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거나 경제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특정 개인이나 가문이 언론사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지분 구조를 법적으로 제도화할 수도 있다. 이런 조치들이 정당하고 합법이라는 점은 헌법재판소 판례에도 나타난다.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1992년 6월 26일 자 결정(사건번호 90헌가23)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한편, 신문 등 정기간행물의 발행 등에 대하여는 대중 언론매체로서의 특수한 기능을 고려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언론 자유의 건전한 육성·발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정한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며 언론사에 대한 의무와 책임의 부과가 헌법 정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렇게 헌법에서도 인정되고 판례로도 인정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조중동 같은 거대 언론에 대해 초보적인 규제와 조정조차 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런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개혁 조치를 강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들은 '언론 탄압 중지'를 외치며 반발했고, 그럴 때마다 한국 사회는 언론의 자유라는 족쇄에 걸려 번번이 물러섰다. 2002년에 <한국언론학회보> 제46-2호에 실린 김승수 전북대 교수의 논문 '신문 소유에 대한 비판적 연구'는 이렇게 설명한다.
"조중동과 그 지지자들은 신문고시, 세무조사 과정에서 신문기업의 소유나 시장 지배력에 대한 규제를 위헌으로 단정 짓는 동시에, 이런 시도 자체를 언론탄압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이들은 세무조사가 언론통제를 위한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고, 개혁파들이 주장하는 소유 규제는 사유재산권과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공격하였다. 시장점유율 규제 역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불허할 것을 주장하였다."
언론재벌의 소유 구조는 일반 재벌기업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일반 재벌이 양산하는 것 못지않은 폐해가 그들에 의해 조성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이제껏 한국 사회를 병들게 했다. 그런데도 그들의 부조리에 대한 개혁은 신속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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