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482
[팩트체크 ①] "공익신고자 지위인정 권익위만" 전현희 주장은 거짓
기자명 윤진희 기자 입력 2021.09.10 17:32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민권익위원회가 대검의 ‘고발사주’ 제보자에 대한 공익신고자 지위를 부인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상 공익신고자 지위 확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은 권익위원회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고발 사주’ 공익신고자 A씨가 현재 공익신고자 신분이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A씨가 현재 공익신고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권익위에서 공익신고자 지위를 확인할 경우 A씨의 신분을 노출한 정치인들과 언론이 ‘소급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익신고자보호법에는 공인신고를 받을 수 있는 기관들이 열거돼 있다. 권익위원회 직무집행의 근거가 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행정법원의 판례를 통해 권익위와 전 위원장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팩트체크했다.
1. "공익신고자 여부 권익위만 판단"...거짓
권익위원회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공익신고자 보호법 및 부패방지권익위법 상 보호 대상이 되는 신고자인지 여부는 국민권익위가 최종적 유권해석 및 판단 권한을 가진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조사절차, 요건 검토 및 법령 충족 여부 확인 후 공익신고자 인정여부 등에 관한 결정문을 작성한다”며 고발사주 제보자 A씨의 공익신고자 신분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러나 권익위의 법해석에는 오류가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상 공익신고를 할 수 있는 기관은 복수로 규정돼 있다. 신고자의 공익신고에 따른 신고자 지위 획득은 ‘법률상 효력’이다.
공익신고자 신분은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했을 때 획득하는 지위일 뿐, 권익위의 판단과 결정을 거쳐 ‘창설’되거나 권익위만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고자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정한 기관에, 법이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신고를 할 경우 ‘공익신고’에 따른 법률상 효력이 발생한다. 즉 법률로써 공익신고자 신분이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신분을 판단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권익위 외 다른 기관 등이 접수한 공익신고에 대해서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일정한 법률상 보호가 가능하고, 이는 권익위의 판단이 없어도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익신고자가 권익위에 보호조치신청 등을 하면, 권익위가 심사해서 공익신고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으나, 다른 기관 등이 접수한 공익신고에 대해 심사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권익위 직무집행의 근거가 되는 법률인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자 인정 절차와 주체를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 또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공익신고자 지위 여부를 권익위가 결정한다는 법률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정하고 있는 공익신고기관은 복수다. 따라서 권익위 주장대로 권익위만이 공익신고자 지위 인정 및 판단 권한이 있다면, 복수로 규정된 공익신고기관이 공익신고자 여부를 판단 받기 위해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관련 부분을 이첩하는 절차가 법에 규정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권익위의 ‘판단’과 공익신고자 지위 ‘인정’을 위한 이첩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밝힌 "권익위만 공익신고자 지위를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
2. "권익위 외 다른 기관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못 받아"... 거짓
앞서 권익위도 법이 정하고 있는 공익신고기관에 공익신고를 한 사람에 대한 불이익조치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해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해왔다.
권익위가 아닌 다른 기관에 공익신고를 했더라도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한 경우 권익위는 보호조치를 해줘야한다는 게 행정법원 판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20년 5월 제주시에서 학원을 운영했던 B씨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낸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 취소’ 판결에서, 권익위 외 기관에 공익신고를 한 경우에도 ‘공익신고자’ 신분을 획득해 보호조치 대상이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제주시에서 학원 영어강사로 근무했던 C씨는 2019년 2월 15일 ‘권익위’가 아닌 제주시청 위생관리관에 전화를 걸어 ‘학원에서 원아들을 대상으로 점심급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위생상태가 불량하므로 즉시 단속을 요청한다’는 신고를 했다.
그러자 이 사실을 알게 된 학원 원장 C씨는 B씨를 해고하는 ‘불이익 조치’를 했다. 해고를 당할 당시 즉 불이익 조치를 당할 당시 권익위는 C씨가 공익신고자 신분임을 ‘판단’하거나 ‘확인’ 또는 ‘인정’한 사실이 없다. 이는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보호법 상 공익신고자 신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익위 역시 C씨를 공익신고자로 ‘판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해고를 공익신고자보호법 상 ‘불이익 조치’로 판단했다. C씨가 해고라는 불이익 조치를 당할 당시 권익위로부터 공익신고자 지위를 ‘판단’ 받은 사실은 없었다.
따라서 권익위가 아닌 대검에 공익신고를 한 A씨가 공익신고자 신분이 아니다는 전 위원장의 주장은 행정법원의 판례에도 어긋난다.
3.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인정전 신원공개자들 소급처벌"...거짓
전 위원장은 10일 라디오에 출연해 "권익위에서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한 뒤, 인정 전 제보자의 신분 노출 행위에 대해 나중에 처벌대상이 될 수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전 위원장이 관련 법률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해프닝성 답변으로 보인다. 헌법 상 소급처벌은 금지된다. 소급처벌을 인정하는 법이 존재한다면 '위헌'이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법률도 '소급 처벌'을 규정할 수 없다.
만약 전 위원장이 중등 교과과정에 나오는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대한 이해조차 없이 권익위원장 업무를 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권익위가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취지를 간과한 채 이번 A씨의 공익신고 논란을 권익위 권한 독점 기회로 삼으려 한 것도 비판 소지가 크다.
권익위의 공익신고자 지위 판단 여부와 관계 없이 제보자 A씨는 대검찰청에 법에 따른 공익신고를 마침으로써 공익신고자가 됐고, 대검의 신고 이후 A씨의 신원 등을 누설하는 것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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