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5454.html
반민주·반언론·반역사…윤석열의 ‘뒤틀린 인식’
등록 :2021-12-30 21:43 수정 :2021-12-31 02:33
“대선도 필요없고 정권 내놔야”
국민 선택 받는 민주 정치 무시
총장 때 통신조회 비판 보도엔
“민주당 기관지 자임” 원색비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 수위가 선을 넘고 있다. 윤 후보는 30일 다자간 토론 요구에 대해선 “알 권리 운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대장동·백현동”이라며 일축했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권을 내놓고 물러가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전날윤 후보의 독재정권 미화 등 역사의식과 민주적 태도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 입문 6개월에 들어선 윤 후보가 여전히 검사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지방도 다니고 국민 여론도 수렴하고 공약도 개발·발표할 시간에 토론이나 하자는 얘기 아닌가”라며 거듭 토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날 윤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 바꾸기’를 지적하며 “제가 이런 사람하고 국민 여러분 보는 데서 토론을 해야 하나. 어이가 없다. 정말 같잖다”고 밝힌 바 있다. 유권자가 공직자를 선출하기 위한 검증 과정을 상대 후보의 ‘자격’ 등 자의적 기준을 들이대고, “알 권리 운운” “토론이나 하자는 얘기”라며 폄하한 것이다. 윤 후보는 또 문재인 정부를 향해 “실패했으면 실패를 자인하고 겸손하게 정권을 내놓고 물러가는 것이 책임정치라는 민주주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대선도 필요없고 이제 곱게 정권을 내놓고 물러나는게 정답”이라는 주장의 연장선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각 당 후보들이 시대정신과 정책 비전으로 경쟁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민주 정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발언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검찰총장 재임 기간 동안 검찰이 282만여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한겨레> 보도를 언급하며 “그 기사 제목을 봤지만 그건 물타기 기사”라며 “그 언론이 그야말로 민주당 기관지임을 자인하는 물타기 기사”라고 원색 비난했다. <한겨레> 기사는 수사·정보기관이 제도 개선 의지 없이 수사 편의를 위해 수십년간 통신자료 조회를 일상적으로 행해왔고,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야당 시절에는 사찰 주장만 되풀이하면서도 법 개정 노력은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은 것인데,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물타기”, “기관지”라고 호도한 것이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기록 조회 논란에 대해 “미친 사람들”, “공수처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 등 거칠게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윤 후보의 최근 행보가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면서도, 발언 내용과 수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조국 전 장관을 범죄자로 놓고 수사한 것처럼, 실제 이 후보를 중대범죄자로 보는 것 같다. 언론에 대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갈등 조정과 통합, 소통을 중시하는 정치인의 태도가 아닌, ‘옳고 그름’을 나누는 검사의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는 ‘반문재인’ 깃발로 여기까지 왔지만, 스스로의 정치적 역량과 자질은 아직 보여준 게 없다”며 “시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국민이 왜 아파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모른채 엉겁결에 후보가 된 탓에 국민을 설득할 내용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전날 윤 후보가 “권위주의 독재 정부는 우리나라 산업화 기반을 만들었다. 이 정부는 뭐 했나”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까지 의심받고 있다. 앞서 “전두환은 5·18과 군사쿠데타한 것 빼고 정치는 잘했다”와 같은 ‘몰역사적’ 인식이라는 것이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당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인가”라며 “평등, 인권 등을 고민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장나래 김해정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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