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05407
"김건희, 정치는 질색" 윤석열 발언은 쇼였나?
[김건희의 7시간 51분] 곳곳에서 풍기는 '김건희 실세' 분위기... "뉴스 믿지 말고 누나말 믿어"
22.01.27 06:03 l 최종 업데이트 22.01.27 06:03 l 김종훈(moviekjh)
<오마이뉴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7시간51분 전화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내용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검증을 몇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말]
▲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 TV조선
"제 아내는 (저한테) 정치할 거면 가정법원에 가서 이혼도장 찍고 하라고 했다." (2021년 7월 26일 <문화일보> 인터뷰)
"아내가 아주 질색했다. 정치할 거면 가정법원가서 도장찍자고 하더라." (2021년 12월 3일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출연)
"영부인이라는 말은 쓰지 맙시다. (아내의 선거 중 등판)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2021년 12월 22일 <동아일보>인터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설명에 따르면 부인 김건희씨는 '정치에 질색'하는 사람이다. 정말 그럴까? 2021년 7월 6일부터 2021년 12월 30일까지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50여차례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정반대 분위기다. '김건희 실세론'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문화일보> 인터뷰가 실리기 5일 전인 7월 21일에는 이명수 기자와 1시간 40여분간 통화하면서 윤석열 캠프에 정치적 조언을 요청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둘러싼 의혹과 정치 현안에 대해 다양하게 이야기를 풀어놨다.
<문화> 인터뷰 게재 닷새 전 : "캠프가 엉망, 재정비 해야 해"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캠프가 엉망이에요. 지금. 그래서 다시 재정비를 해야 해. 엉망인 거 알잖아. 총장(윤석열)은 혼자만 다니고, 모든 걸 알아서 딱딱해줘야 하거든. 우린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잖아. 그러면 머리를 쓸 줄 모른다고. 그걸 경험 있는 사람이 해줘야 하는데 경험 있는 사람들도 없고. 우리가 아직 당에 입당한 것도 아니잖아요. 국민의힘이 좋은 당도 아니고."
그러면서 이명수 기자에게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와서 '헤드'들한테 교육을 해주면 안되냐고 요구한다. 그 사무실 헤드에는 자신의 친오빠까지 포함돼 있는 것처럼 말한다.
김건희 : "유튜브 그런 거 몰랐거든. 한번 와가지고 헤드들한테 그런 조직 설명 해주명 안돼요? 강의료도 받고 해주면 안돼요? "
이명수 : "나 캠프 한번도 안가봤는데, 안국동(이마빌딩) 말하는 건가요?"
김건희 : "아니 캠프로 오지 말고 사무실 와서 그런 거 움직이는 사람들 있을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우리 오빠라든가, 몇 명 있어요.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하니까. 헤드들한테 설명해줘야지 밑에 애들한테 해봤자 의미가 없잖아. 밑에 애들은 나중에 해주시고, 시스템화 조직화 이런 거 강의를 좀 해줘."
실제 이 통화가 이뤄진 이후 2021년 8월 30일 오후 이 기자는 김씨 사무실인 코바나컨텐츠를 찾아 강연했다. 이명수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교육에는 코바나컨텐츠 직원 1명, 김씨 수행비서 2명, 윤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 2명이 참여했다.
주요 정치적 사건마다 김건희가 주도하는 모습
김건희씨는 중요한 정치적 사건 고비고비마다 사안을 장악하고 주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뉴스버스>가 지난해 9월 2일 고발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직후 윤 후보와 검찰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인데도 김씨는 해당 보도를 '홍준표와 유승민의 정치공작'이라고 단정했고, 9월 8일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나중에 내 말이 맞나, 틀리나 보라"고 예언하듯 말하기도 했다. 그 후 윤석열 캠프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제보자 조성은씨의 사적 식사 자리(8월)를 문제 삼기 시작했고, '해당 식사자리에 동석자가 있었다고 한다'는 풍문을 토대로 '성명불상자 1인'까지 총 세 명을 9월 13일 공수처에 고발했다. 성명 불상자 1인은 홍준표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필성씨였다. 김건희씨의 '예언'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관련기사] 김건희가 "고발사주는 홍준표 공작" 말하고 열흘 후 벌어진 일 http://omn.kr/1x0zb)
이뿐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는 자신의 어머니 최은순씨와 재산 문제로 20년 가까이 싸우고 있는 정대택씨의 증인 출석이 어떻게 저지됐는지 거침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2021년 10월 5일 통화 내용)
"그 프로세스를 지금 본인들이 몰라서 그런 거지 정(대택) 회장 편 들고 싶겠지만 어떻게 됐냐면, 정대택 회장이 채택이 됐다고 우리도 들어서 아니 이걸 왜 채택을 했냐, 나와봤자 채택 해도 얘네가 형사고소해서 형사 당하면...그러면 우리가 힘이 되게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 않냐. 그래 가지고 그 간사가 몰랐대요. 잘 몰랐대요. 그래 가지고 바로 취소시켰어요. 근데 이게 통보가 늦게 간 거지. 휴일을 끼고 그래 가지고. 내가 그 때 바로 취소시킨 걸로 알고 있었거든."
TV조선 방송되는 날 : "뉴스 믿지 말고, 누나 말 믿어"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2월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 3일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방송된 그날 통화에서는 이명수 기자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수락을 화제에 올리면서 김 위원장의 수락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뉴스 믿지 말고 누나 말 들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명수 : "아이고 속보 나왔네."
김건희 : "뭐, 뭐가 나왔어."
이 :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 수락했네. 총장님이."
김 : "하하하, 원래 그 양반이 오고 싶어 했어. 계속."
이 : "그렇지."
김 : "그러니까 누나 말이 다 맞지?"
이 : "예."
김 : "뉴스 믿지 말고, 누나 말 들어. 누나 말이 다 이제 점점 가면 맞으니까."
(중략)
이 : "그래도 김종인 그 노인네가 되게 수락한 거 보면 신기하네."
김 : "아이 본인 오고 싶어 했어. 그런데 계속 자기 좀 그러려고 한 거지 왜 안 오고 싶겠어. 여기가 자기 그건데.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거지."
검찰총장 시절에도... 남편 대신한 김건희의 질문 "조국이 대통령 되겠는가?"
▲ 주역전문가 서대원 초아주역연구원 원장이 지난 2018년 2월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당시 서울중앙지검장)와 김건희씨를 만났을 때의 사진이다. 당시 서 원장은 윤 후보에게 "율산(律山)"이라는 아호를 지어줬다. ⓒ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김건희씨의 '정치 지향' 성향을 알 수 있는 건 김건희·이명수 통화 녹취록만이 아니다. <오마이뉴스>와 JTBC는 25일과 26일 각각 주역 전문가 서대원(74) 초아주역연구원 원장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서 원장은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던 2019년 2월과 검찰총장이 된 직후인 그해 8월에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만났는데, 그 만남은 최초 김건희씨가 남편을 만나달라고 해서 성사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 부부의 질문은 '검찰총장이 될 것인가'였다고 서 원장은 증언했다.
이후 김건희씨와 서 원장 사이 전화통화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서 원장의 증언이 흥미롭다.
"(김건희) 옆에서 들리는 소리가 그래서 조국이 대통령 되겠는가? 이렇게 (물으라고) 시키더라고, 남편이."
이 모든 증거들은 최소한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남편의 정치 입문을 "아주 질색"했다는 발언과 배치된다. 오히려 적극 호응하고 주도하는 실세의 모습에 가깝다.
김건희 옆의 황 비서가 주로 하던 일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황하영 동부전기산업 회장 ⓒ 윤석열 페북 / 동해시 상공회의소 홈페이지
김건희씨와 이명수 기자의 50여차례 통화 중에 2명의 비서가 주요하게 등장한다. 정아무개씨와 황아무개씨. 정씨는 김건희씨가 자면 대신 전화를 받던 인물이고, 황씨는 정대택 관련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를 확인하거나(2021년 9월 25일 통화), 김의겸 의원실이 김건희 관련 논문을 검증하는지 여부를(2021년 10월 7일) 체크한다. 황씨는 이명수 기자의 8월 30일에 진행된 교육 일정을 조율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황 비서의 아버지 황하영 사장은 윤 후보와 40년 지기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 후보가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부임하면서 급격히 가까워진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실제 윤 후보는 지난 1991년 9수 끝에 사시에 합격한 뒤 첫 부임지인 대구지검(1994년 2월~1996년 2월)을 거쳐 춘천지검 강릉지청(1996년 2월~1997년 2월)에서 근무한다. 강릉지청은 강릉시와 동해시, 삼척시 등 3개 도시를 관할하고, 황 사장의 업체들(동부전기, 동부전기산업 등)은 모두 강릉지청의 관할지역인 동해시에 있다. 황 사장은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과 김건희씨와 윤석열 후보를 소개시켜줬다는 무정과도 다 연결된 인물이다.
지난해 9월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의형제? 스폰서?… 윤석열과 황 사장의 40년 인연>(http://omn.kr/1uvq9)에서도 황 사장의 아들이 윤 전 총장을 '삼촌'이라고, 부인 김건희씨를 '작은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강조됐다.
<오마이뉴스>가 확인취재한 바에 따르면 황아무개씨는 현재 윤석열 후보의 수행팀에서 공식 수행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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