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856421
"귀국한 뒤 괜찮겠나" 주일한국대사 걱정해주는 일본
[김종성의 히,스토리] 일본에서 한국 법원 향해 자제하라는 윤덕민 대사
민족·국제 김종성(qqqkim2000) 22.08.11 05:28ㅣ최종 업데이트 22.08.11 05:28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덕민 주일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7.15 ⓒ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비정상적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은 윤덕민 주일대사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국민과 대한민국을 대표해야 할 그가 공개적으로 하는 발언들을 보면, 대한민국이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지난 8일 도쿄 기자회견에서 그는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하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를 입게 될 거라고 주장했다. 한국 법원의 손해배상판결에 전범기업이 불복하자 피해자 측은 강제집행의 일환으로 자산매각 단계에 들어갔다. 그런데 윤 대사는 전범기업의 자산이 매각돼 피해자들이 현금을 받게 되면 "피해 당사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엉뚱한 발언을 했다.
그는 현금화를 통해 절차가 종료되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회복, 상처 치유 등이 생략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은 피해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한국 피해자와 한국 법원이 현금화 절차를 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쓰비시나 일본제철 같은 전범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과·배상한다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회복, 상처 치유에 조금은 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된다. 이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전범기업뿐 아니라 일본 정부도 그럴 의사가 없으므로 현금화 절차를 통해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줄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
윤 대사의 논리는 '최선을 얻을 수 없으므로 차선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합의로 안 되면 재판으로라도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인류의 오랜 관행이다. 합의가 안 되면 폭력이나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것을 막는 것이 재판이다. 그런데도 '합의가 안 되니 재판 절차를 동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고 있으니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전범기업 설득하려고 하기는커녕
윤 대사는 "현금화가 이뤄지면 한일관계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아마도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 (사이에) 수십 조원, 수백 조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기회가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등을 돌릴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소수의 피해자들에게 1억 원 정도를 지급한다고 일본 재벌들이 휘청거리지는 않는다. 당장에는 전범기업과 일본 국가권력의 이미지가 훼손되겠지만, 일본인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것이 장기적으로 일본에 도움이 될 여지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범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면 그들의 한국 사업이 훨씬 안정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 주요 기업들은 공짜 노동이나 다름없는 한국인 강제징용을 통해 사업 기반을 튼튼히 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이후로는 한국을 종속 상태에 두는 수직적 한일관계에 힘입어 한층 더 높이 도약했다.
이처럼 한국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일본 주요 기업들이 현금화 때문에 화가 나서 한국을 떠나리라고 볼 수는 없다. 처음 한동안은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겠지만, 자신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윤 대사는 전범기업들을 설득해 합의 도출을 촉구하기보다는 도리어 한국인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대단한 불이익이라도 받을 것처럼 발언하고 있다. 위기를 느껴야 할 쪽은 일본인데도 오히려 한국에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윤 대사는 자신의 주장이 한국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발언했다. 9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사인 '한국주일대사, 징용공 둘러싼 현금화 회피는 초당파적으로 일치(韓国駐日大使、徴用工巡り現金化回避は超党派で一致)'에 따르면, 그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초당파적 입장은 같다"라고 주장했다. 현금화를 회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여야가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한국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시한 채 '한국 정치권은 초당파적으로 일치돼 있다'라고 인터뷰한 것이다.
그런 그를 외교부가 비호하고 있다. 외교부는 그의 발언이 쌍방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호했다. "현금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해줬다.
정말로 그런 의도였다면,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판결 이행이나 합의 체결을 종용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피해자들과 한국 국민을 상대로 '현금화 동결'을 촉구하는 것은 그가 쌍방이 아닌 일방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금화 동결은 피해자의 권한이므로 현금화를 하지 말라는 것은 피해자를 압박하는 일이 된다. 윤 대사의 행동을 바람직한 해결 방안의 도출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일본인의 호감을 산 한국 대사
주일한국대사의 이런 태도에 대해 일본 자위대 제3사단장과 중부방면총감(군단장급) 등을 지내고 지금은 작가와 객원교수로 활동하는 야마시타 히로다카(山下裕貴)는 트위터 글에서 윤 대사의 안전에 대한 염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9일 오전에 쓴 트위터에서 야마시타 히로다카는 "조금은 정상적인 말을 하는 분"이라며 "귀국한 뒤 괜찮을지 걱정입니다만"이라고 덧붙였다.
▲ 본문에 인용된 트위터 글. ⓒ 트위터
노동자 강제징용은 제국주의가 세계 인류를 착취하고 일본제국주의가 한민족을 수탈할 때 발생한 일이다. 한국을 위해서뿐 아니라 세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한국대사가 그렇게 하기는커녕 도리어 전범기업을 옹호하고 일본인들의 응원을 받는 것은 상당히 모순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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