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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차 촛불집회 현장 르포] 친일 정부에 분노한 시민들의 물결
문화제와 강렬한 연설이 함께 어우러진 촛불집회
조하준 기자 승인 2023.09.03 14:45
2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제55차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촛불시민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제55차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본래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촛불집회는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최근 윤석열 정부의 갖가지 실정들이 많아서 인지 문화제의 비중을 다소 줄여서 진행했다. 구호도 이젠 '퇴진'보다는 '탄핵'으로 바뀌며 더욱 더 강력해졌다.
사전행사로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의 현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AIGO)전’을 기획한 고경일 작가와 조연환 민주정치시민연대 상임의장, 유튜브 채널 새날의 푸른나무 PD로 유명한 권현문 씨 등이 연단에 올라 모두 발언을 했다.
촛불집회 연단에 올라 감명 깊은 연설을 남긴 유튜브 채널 새날의 푸른나무 PD 권현문 씨.(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특히 권현문 씨는 연설에서 매국노 이완용을 칼로 찌르는 의거를 했던 故 이재명 열사의 일화를 들려주며 그가 죽기 전 유언으로 "내가 수십 명의 이재명으로 다시 태어나 친일파를 찌르겠다"고 남긴 말을 상기시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할 이유들을 적어온 것을 보여주면서 “이걸 다 말하면 집회 끝날 때까지도 다 못 말한다.”고 말하며 그만큼 탄핵되어야 할 사유가 많음을 보여주었다.
조연환 민주시민연대 상임의장은 촛불시민들을 향해 ‘진정한 애국시민’이라고 칭찬하며 “우리 후손들이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보다 더 힘든 윤석열 검사 독재 시대를 살아가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구하는 길은 첫째도 둘째도 윤석열 탄핵이라고 했다.
이 모두 발언이 끝난 후 문화제답게 개사곡 경연대회가 있었다. 이번 달은 문화제의 비중을 축소했기에 경연대회에 올라온 팀은 2팀이었다. 첫 번째로 ‘굥 탄핵 가요제 시민중창단’의 민중가요 〈가자! 통일로〉를 개사한 〈가자! 촛불로〉 공연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 반민족 행태를 풍자하고 촛불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윤종신의 〈고속도로 로망스〉를 개사한 〈가족도로 로망스〉를 열창한 개사곡 경연대회 참가자 박미정 씨.(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두 번째로는 서울 시민 박미정 씨의 윤종신의 〈고속도로 로망스〉를 개사한 〈가족도로 로망스〉 공연이 있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둘러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비리 행태를 풍자하면서도 귀에 쏙쏙 꽂히는 가사가 상당히 인상적인 노래였다. 많은 시민들도 이 노래에 호응을 해주었다.
이 공연이 끝난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특별보좌역 진석범 씨를 포함한 ‘장동건 원정대’가 무대에 올랐다. 장동건 원정대의 의미는 ‘장하다 동탄 건이로드 원정대’의 준말이다. 이들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인 양평까지 또 양평에서 서울까지 직접 도보로 이동하며 서울-양평고속도로 구간을 답사했다.
이들은 왜 현재 국토부의 강상면 변경안이 문제가 되는지 현장답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으며 양평군 촛불집회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또 1일 제명을 당한 여현정 양평군의원을 향한 의원도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 반민족 행태에 대해 날 선 비판의 연설을 남긴 김종대 전 의원.(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그리고 뒤이어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이 연단에 올랐다. 그는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대해 "뉴라이트와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작당해서 용산 대통령실과 연결해 첫 번째 기획을 한 것"이라면서 "(뉴라이트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군의 뿌리가 신흥무관학교, 대한광복군이 아니고 1947년 미군정 하에 국방경비대에서 장교한테 영어 교육시키던 영어학원이 다시 육군의 뿌리라고 막말을 지껄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렇게 되면 우리 육군사관학교에서 더이상 독립항쟁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완전히 지워진다. 이런 학교에서 배우는 우리 육사생도들이 독립 정신의 혼을 잊고 군사영어학교의 친일파 장군 선배들의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이 나라 육군은 일본 자위대 2중대가 된다"며 "혼이 없는 군대는 국가안보에서 백전백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가톨릭 시국미사 연합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의 공연이 있었다. 그들은 영화 국가대표의 OST 〈버터플라이〉와 〈생각해보란 말이야〉, 나미의 〈영원한 친구〉, 한영애의 〈조율〉, 민중가요 〈바위처럼〉 등을 불렀다. 이들의 공연에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이 이어졌으며 앵콜 요청이 계속해서 쇄도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놓고 투쟁을 벌이다 결국 제명조치를 당한 여현정 양평군의원.(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1일 제명된 여현정 양평군의원이 연단에 올랐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의원 5명은 양평군청 공무원과의 대화를 외부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여 의원을 의회에서 제명했다. 양평군 의회는 총 7명 중 5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민주당 소속 최영보 의원도 공개사과 조치가 결정됐다.
여 의원은 "심사에 앞서 열린 윤리특위 자문위에서도 여당이 추천하는 자문위원이 더 많이 모였지만, 경고 정도하는게 어떻냐고 권고했음에도 무리하게 제명 결정을 내렸다. 역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명한 진짜 이유는 고속도로 의혹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 제가 그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진실 밝혀내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 당하고 제명된 이유가 도둑질한 것을 밝히고 드러낸 것이라면 종점을 훔치고 국정을 농단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를 훔치고 국민의 미래를 훔친 저 윤석열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제명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제 윤석열 차례다. 끝까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행진하는 촛불시민들의 행렬.(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명동과 종로, 일본 대사관, 미국 대사관을 지나 광화문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행렬 맨 앞에는 안중근 의사의 대형 단지기와 홍범도·여운형·김좌진·안중근·김구·김원봉·지청천·이회영 등 항일독립군 8인의 초상이 섰으며, 양쪽으로 척양왜척·보국안민·제폭구민·윤석열 탄핵·윤석열 퇴진·윤석열 추방 등의 문구가 적힌 6개 만장이 세워졌다.
시민들은 도심을 통과하며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힘당을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명동과 종로, 광화문 거리의 시민들도 행렬에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보내고 구호를 따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기도 했다. 외국인들도 촛불집회 행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주범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와 공범인 윤석열 대통령,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을 향한 매질 퍼포먼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시민들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방사능 위험 표지와 '핵테러 투기공범 윤석열' '핵테러 투기범 기시다' '핵테러 투기 뒷배 바이든' 등의 문구가 그려진 노란색 풍선을 터뜨리는 상징의식을 했다. 또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 한미일 정상의 얼굴이 올라간 핵 폐기물 드럼통 모형을 방망이로 치는 의식도 진행됐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 의식을 진행할 때 경찰들이 방송을 하며 방해를 시도하자 1호차 사회를 맡은 촛불행동 소속 용수빈 씨가 계속해서 경고 메시지를 하며 집회 방해를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가 촛불집회를 방해하고 기동대 투입 숫자를 늘려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다.
일본대사관에서의 행사가 끝난 후 촛불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열고 안전하게 해산했다. 오는 56차 촛불대행진은 9일 저녁 6시에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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