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5483

 

[단독 인터뷰] "가이아나와 한국 동해 지질 달라…아브레우, 세계적 전문가 아냐"
기자명 애틀랜타=이상연 기자   입력 2024.06.11 07:20  
 
미국 석유 메이저 '셰브론' 13년 여 근무 김태형 박사 인터뷰
"컨설팅 부티크는 생소한 개념...아브레우 세계적 전문가, 글쎄"
"액트지오 1인 회사이기 때문에 전문적 경험 축적도 어려워"
"비정상적인 정치적 개입이 과학적인 프로젝트를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석유 메이저 기업인 '셰브론'에서 13년 4개월 동안 선임 데이터 과학자와 유정 엔지니어 등으로 근무했던 한인 전문가 김태형 박사가 뉴스버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동해 석유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셰브론은 석유 메이저 가운데 하나로 세계 7위 업체다.
 
 
김 박사는 서울대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 유학해 텍사스 A&M에서 2007년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지난 2021년까지 셰브론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남캘리포니아 에디슨 전력회사(SCE)의 선임 과학자로 재직 중이다.
 
김 박사는 우선 "심해 유전의 지질 분석은 해당 해양의 지질에 정통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한국 동해의 지질은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참여했다는 브라질이나 가이아나 등 남반구 대서양의 해양 지질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유전 탐사 자료 분석과정에서 지질 모델을 만들 때는 불확실성이 아주 크기 때문에 '아날로그'(analogue, 기존에 잘 알려진 유사 지질구조)를 이용해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는 것. 아브레우 박사가 주로 참여했던 대서양 등의 지질 구조가 포항 앞바다의 지질구조와 비슷한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아브레우 박사가 동해 심해의 지질구조에 대한 전문성 없이 일반적인 심해 유전 분석 경험만 있다면 문제가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브레우 박사가 심해 지질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라는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박사는 "엑손모빌에서 오랜 기간 일한 때문인지 논문의 숫자도 많지 않고 객관적으로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경력이나 근거도 부족하다"면서 "그가 회장을 지냈다는 미국퇴적학회는 소규모의 이른바 '특화 학회'이며 엑손모빌의 지질그룹장이라는 직책도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박사가 엑손모빌을 퇴사한 2015년은 세계적인 저유가 현상으로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시기다. 김 박사는 "대부분의 석유회사가 2015년 대규모 감축을 한 뒤 신규투자를 거의 하지 않은 점을 볼 때 이때 구조조정된 아브레우 박사가 수행한 프로젝트의 양과 질이 자신의 전문성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정도였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제시한 '컨설팅 부티크'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김 박사는 "생소한 개념"이라고 답했다. 그는 "14인의 전문가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했다고 하는데 메이저 석유기업이 이런 팀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지역의 소규모 프로젝트라면 모를까 국가적 사업의 분석을 이런 팀에게 의뢰한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한국 동해 프로젝트에 누가 참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본인이 직접 이 분석에 참여했다고 밝힌 브랜든 하퍼 박사의 이력을 보면 이 팀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석유공사가 프로젝트 참가 전문가들의 이름과 이력을 공개해야 이같은 의문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퍼 박사는 2021년 5월 액트지오에 합류하기 전 3년간 아내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관에서 매니저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액트지오라는 회사 자체가 아브레우 박사의 1인 기업이라 이 회사에 전문적인 경험이 축적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대형 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경험이 축적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더라도 전문성이 연속성 있게 유지되지만 프로젝트 마다 새롭게 구성되는 '프로젝트 협업' 체제는 이런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과학자로서 절차에 따라 진행되던 프로젝트를 부적절한 방식의 발표와 표현들로 논쟁의 대상으로 만든 대통령에게 깊은 유감을 느낀다"면서 "자원 개발의 특성상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데, 만약 실패할 경우 한국 석유탐사의 미래에 큰 부담을 불필요하게 지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한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후배들의 모습이 안쓰럽다"고 인터뷰를 맺었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아메리카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