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5442

 

[팩트체크] 김건희, 보스턴미술관 사리반환 '공덕주(부처)' 맞나?
기자명 김태현 기자   입력 2024.06.17 11:00  
 
김 여사 사리 반환 '큰 역할' 포장, 공개활동 밑자락 깔아
진우스님 '공덕주' 칭송 뒤 김 여사 대놓고 외부활동 재개
보스턴 미술관, 2009년부터 사리구와 분리하면 '사리 반환' 입장
국가유산청, '사리구·사리 동반 반환' 입장서 왜 '사리만' 선회 설명 없어
김건희 역할은 '논의 재개 요청'...보스턴 미술관 "자발적 기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5월 19일 경기 양주시 회암사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헌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5월 19일 경기 양주시 회암사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헌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 5월 19일 '회암사 사리 이운(부처를 옮겨 모시는 것)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직후부터 잠행에 들어간 김 여사가 총선 국면에서 모습을 감첬다가 5개월여 만에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행사였다. 그 보다 며칠 앞선 지난달 16일 김 여사는 캄보디아 정상 부부 오찬에도 나섰지만 당시 대통령실은 김 여사 모습을 사진으로만 공개했다.
 
김 여사는 지난 4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을 주최한 데 이어 6일 현충일 추념식에도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또  10~15일 중앙아시아 3국 국빈 방문에도 동행했다. 회암사 삼대화상 다례제 행사가 사실상 김 여사의 적극적인 외부 행사 공개 행보 재개의 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행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회암사 사리이운 봉행위원회 위원장 호산 스님(봉선사 주지)은 김 여사를 '사리 반환의 공덕주(불교에서 덕을 베풀어주는 근본이라는 뜻으로 부처를 달리 이르는 말)'라고 칭송했다. 진우 스님은 "영부인께서 보스턴 미술관에 사리반환 논의를 적극 요청하는 등 사리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 옴)에 큰 역할을 해 모셔올 수 있었다"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조계종은 보스턴미술관의 사리구 소장을 확인한 이후 20여년간 숙원이 된 사리 반환에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높은 김건희 여사가 큰 공헌을 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바 있다"고 김 여사를 띄웠다.
 
김 여사의 공식 외부활동 재개는 이 '공덕주 칭송'을 계기로 시작된 것이다. 김 여사가 정말 '큰 공헌'을 했는지,  기여가 있다면 역할은 무엇인지를 팩트체크 해봤다. 
 
1. 보스턴 미술관, 2009년 부터  '사리 반환' 의사 전달했다.
 
대통령실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13년 사리구 반환 협상이 최종 결렬됐으나, 미국 순방을 계기로 10년 만에 반환 논의 재개를 요청했고, 한미관계가 더 가까워지면서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사리 반환 경위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애초 2009년부터 보스턴 미술관은 '사리만'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2013년 사리 반환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 때문이었다. 뉴스버스가 확보한 2009년 6월 19일자 보스턴 미술관에 발송된 이건무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청장 명의의 공문에서 이 청장은 "사리와 사리구를 분리해서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사리 반환 논의의 핵심은 사리와 사리구(사리를 봉안해 놓은 용기)를 동시에 반환받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우리 정부는 사리와 사리구가 도난 당했기 때문에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보스턴 미술관은 2009년부터 일관되게 사리는 종교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반환할 수 있지만, 사리구는 유물이기 때문에 도난 등의 '불법 취득' 근거가 없으면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보스턴 미술관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에 대해 '추가 설명'을 써놨는데, 이 설명에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박물관 등에서 사리와 사리구를 분리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사리가 봉안돼 있던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14세기 고려 불교문화의 정수를 불교공예품으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보스턴미술관이 소장 중인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국가유산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 중인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국가유산청)
 
이번에 국내로 반환된 것은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사리 모두가 아닌 '사리'만이었다. 그간 우리 정부가 보여왔던 입장과 다른 상황이고, 국가유산청(문화재청)의 기존 입장과도 분명히 달라진 것이지만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정부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뉴스버스는 보스턴 미술관 측에 '사리구를 반환할 계획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보스턴 미술관 측은 이에 대해 "유물(사리구)의 역사에 도난, 약탈, 강압적인 양도를 나타내는 사실이 없으며, 따라서 유물에 대한 정당한 소유권을 박물관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물은 보스턴 미술관의 컬렉션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2. 김건희는 과연  '큰 역할'?...뭘 기여했을까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19일 "이런 귀한 유물을 다시 모셔 오는 일이 힘들었다"며 "미국 순방을 계기로 10년 만에 반환 논의 재개를 요청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일 대통령실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김 여사가 논의 재개를 '적극' 요청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는 점도 언급돼 있다.
 
그러나 김 여사가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만 언급돼 있을 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보도자료 등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뉴스버스는 김 여사의 구체적인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보스턴 미술관에 '김 여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보스턴 미술관 측은 "김 여사는 지난해 4월 보스턴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사리 반환 논의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 밝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보스턴 미술관 측은 "우리가 조계종에 사리를 전달한 것은 반환이 아닌 자발적인 기부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보스턴 미술관 측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여사가 중단돼 있던 '사리 반환 논의' 재개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논의 재개 요청' 외에 김 여사의 별다른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2009년부터 사리 반환을 위해 보스턴 미술관과 논의를 해온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뉴스버스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사리 반환 논의를 재점화한 것은 맞다"면서 "(그렇다고) 김 여사 때문에 협상이 이뤄진 건 아니고, 그동안 문화재청(국가유산청)이의 사리구까지 포함한 반환 요청 때문에 사리 반환에 제동이 걸려 있었는데 그 걸림돌을 제거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9일 보스턴 미술관 측은  "사리와 사리구를 분리하는데, 한국 문화재 당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사리를 조계종에 돌려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스턴 한국 영사관에 보냈다. 그러나 이 문서에서도 보스턴 미술관 측은 김 여사 관련이나 국가유산청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 19일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3. 실제 협상자는 누구?
 
사리 반환을 위해 보스턴 미술관과 논의를 한 실제 협상자는 혜문 대표다.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보스턴 미술관은 사리 반환과 관련해 혜문 대표가 있는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와 논의를 해왔다. 
 
지난 2013년 국가유산청이 사리와 사리구 분리 반환을 거부하면서 논의가 결렬됐지만, 지난해 11월 논의 재개 이후 우리 정부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이 개입한 것은 올해 2월 사리 반환에 동의하고, 사리구 임대를 해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때 뿐이었다.
 
지난해 11월 7일 혜문 스님이 보스턴 미술관을 방문했을 당시 미술관은 "혜문스님이 보물함을 보고 관련 직원과 회의를 했다"면서 "보스턴 미술관의 입장은 국가유산청에서 (사리와 사리구) 분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사리를 불교계에 이전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보스턴 미술관은 그리고 같은 달 29일 "사리와 사리구 분리를 반대하지 않으면, 사리를 도려주겠다"는 입장문을 한국 측에 보내 온 것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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