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tapa.org/article/w7aDB
[이태원 참사 미규명 진실] ② 대통령실 이전은 경찰 대처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홍주환 2024년 09월 05일 20시 00분
코트워치 2024년 09월 05일 20시 00분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15분, 서울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시민 158명이 거리 위에서 사망하고, 334명이 부상당했다. 참사 트라우마로 10대 생존자 1명도 목숨을 끊었다. 그로부터 약 1년 10개월이 흘렀다. 아직까지 이태원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파편적으로만 드러났다. 참사 직후 한 달여간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는 참사의 일부분만 다뤘다. 일부 공무원에 대한 수사가 있었고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책임자들의 '개인적·형사적 책임'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참사를 일으킨 여러 구조적 요인을 규명하기는 역부족이다.
지난 5월 2일,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특별법)이 통과됐다. 이 법에 따라 곧 독립적 조사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구성된다. 특조위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각 기관의 관행과 책임, 구조적 한계, 시스템과 법령의 부재 등을 총체적으로 조사한다. 참사가 발생한 지 551일 만에야 이태원 참사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특조위가 반드시 조사해야 할 진상규명 과제들은 무엇일까. 뉴스타파와 독립언론 '코트워치'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국회 국정조사 기록과 책임자들의 형사재판 기록, 별도 입수한 정부 문건 등을 분석해 특조위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진상규명 과제들을 추출했다. 그 과제들을 연재기사로 제시한다. <편집자 주>
[이태원 참사 미규명 진실]
① 그날 경찰은 왜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았나
② 대통령실 이전은 경찰 대처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③ 대통령실 이전은 용산구청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④ 경찰, 수뇌부 방침 때문에 '안전유지업무' 회피했나
⑤ 출동 안 하고 "출동했다" 보고... 112신고 기록은 왜 조작됐나
⑥ '교통 통제 실패' 그리고 놓쳐버린 골든타임
⑦ 재난 관리 능력 '제로'...용산구는 왜 무능했나
⑧ 1조 원 재난안전통신망 활용하지 못한 이유
⑨ 피해자 모임, 정부는 방치했나 방해했나
⑩ 정부는 피해자 '2차 가해' 왜 방치했나
② 대통령실 이전은 경찰 대처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③ 대통령실 이전은 용산구청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④ 경찰, 수뇌부 방침 때문에 '안전유지업무' 회피했나
⑤ 출동 안 하고 "출동했다" 보고... 112신고 기록은 왜 조작됐나
⑥ '교통 통제 실패' 그리고 놓쳐버린 골든타임
⑦ 재난 관리 능력 '제로'...용산구는 왜 무능했나
⑧ 1조 원 재난안전통신망 활용하지 못한 이유
⑨ 피해자 모임, 정부는 방치했나 방해했나
⑩ 정부는 피해자 '2차 가해' 왜 방치했나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밝혀야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이태원 참사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연관성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국회 국정조사장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전주혜 의원 : 그날 10월 29일에 경비 인력을 그렇게 증원하지 못한 이유가 관저 경호랄지 아니면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이 없는 거지요?
윤희근 전 경찰청장 : 그건 전혀 관련이 없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2023.1.4 이태원 참사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 국정조사 기록 등에서는 대통령실이 숱하게 언급된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경찰서 관내에 치안공백이 늘어났을 수 있다"는 고위 경찰의 주장이 나왔고, 다른 경찰은 "'(대통령실 이전 이후) 용산서 정보과는 예전과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고도 말했다. 심지어 참사 책임자 대상 형사재판에서 재판장이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자료는 대통령실 이전이 이태원 참사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암시한다.
대통령실 이전 이후, 용산 경찰은 '만성적 과부화'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2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발표했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있던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5월 10일 임기 시작일부터 바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집무를 시작했다.
이로써 대통령실을 관리하는 경찰서는 종로경찰서에서 용산서로 바뀌었다. 업무량의 막대한 증가는 불 보듯 뻔했다. 당장 집회·시위가 용산서 관내에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을 통해 얻은 서울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월 184건이었던 용산서 관내 집회신고 건수는 대통령실 이전 이후인 같은 해 6월 282건, 10월 277건으로 50% 넘게 증가했다. 주말에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 열렸고, 그만큼 112신고 건수도 급증했다.
용산서는 대통령의 출퇴근까지 챙겨야 했다. 특히 2022년 11월 초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한남동 관저에 입주하지 않았고, 서초동 사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한남동 관저에서 대통령실까지는 차도로 약 3.5km, 서초동 사저에서는 약 7km다. 대통령의 긴 출퇴근 노선에는 항상 몇 시간 먼저 경력이 배치돼야 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이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초동 사저와 대통령실 사이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노선에는 매일 경찰이 각각 105명, 125명씩 매일 배치됐다. 이 중 100명 이상은 용산서 인원이었다.
하지만 이런 업무량에 비례해 용산서의 인력 규모는 증가하지 않았다. 참사 이후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월 715명이었던 용산서 직원은 10월 말 기준 789명으로 약 10%만 늘었다. 이에 대해 이임재 전 용산서장 측은 지난 3월 18일 본인 재판에서 "(용산서 인력이) 일부는 보충됐지만 부족한 상태였다. (서울경찰청에) 요청했던 것보다 적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월 4일 국회 국정조사에서는 "경비과 인력이 감소했다"고 콕 집어 주장했다.
지난 2022년 3월 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발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사진 출처 : 한겨레신문)
대통령실 이전 이후, 용산서는 '집단적 과로 상태'에 놓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실 이전 직후인 2022년 6월~8월 용산서 교통과 경찰의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66.4시간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시간 늘었다. 2022년 10월에는 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94.5시간에 달했다.
42.4시간이었던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의 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도 1년 뒤인 2022년 6월~8월에는 57.9시간으로 뛰었다. 2022년 10월에는 59.7시간이었다.
형사과의 평균 초과근무 시간도 2022년 6월~8월 91.1시간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시간 늘었다. 2022년 10월에는 130.1시간이었다. 이태원 참사 재판 기록에 따르면, 대통령실 이전 이후 형사과 직원들은 집회 관리에 동원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참사 당일에도 형사과 경찰관 중 일부는 밤 9시쯤까지 집회 현장에 투입돼 있었다.
경비과의 경우, 2022년 6월~8월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86.2시간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시간 줄었고 2022년 10월에도 85.4시간이었지만, 대통령실 주변 대형 집회가 늘어나며 경비과 직원들의 피로도는 전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변호인 : 2022년 5월 집무실이 이전하면서 용산서 업무 폭증한 게 맞나요?
장 모 용산경찰서 형사 : 네 그렇습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변호인 : 주말마다 관내 집회·시위 끊이지 않았고 (대통령) 집무실 경비까지 되면서 대다수가 과중해진 업무에 극심한 피로감 호소하는 상황이었던 것 맞나요?
장 모 용산경찰서 형사 : 예 맞습니다.
2024.3.4 이임재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재판 증인신문
서울 용산경찰서의 부서별 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 여러 부서에서 '대통령실 이전' 이후 초과근무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3월 18일 이임재 전 서장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아크로비스타(대통령 서초동 사저)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대통령이) 출퇴근할 때 많은 경력이 투입됐다. 또 삼각지 부근에서 집회·시위가 끊이지 않아 당시 용산서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18일 피고인 신문에서 김진호 전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정보과장)도 "당시 경비, 교통, 정보과에서는 초과근무 실태 현황이 관심 사안이었다. 그래서 이임재 서장이 관리하라고 지침도 내렸다"고 말했다.
다른 용산서 직원들도 재판에서 과로와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임재 용산서장의 운전기사였던 서 모 씨는 지난해 8월 21일 법정에서 "내가 경찰서장을 5명 모셨다. (대통령실 이전) 그전까지는 그래도 다닐만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이전 이후) 아침 6시 전까지 무조건 출근해야 했다. 그리고 밤에는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항상 평균 밤 10시 넘어서 퇴근했다"고 증언했다. 최 모 용산서 형사과장도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재판장 : '용산경찰서가 업무 과부하가 걸려 형사과가 일이 많았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것으로 압니다.
최 모 용산경찰서 형사과장 : 예. 집회 동원이라든가 때로는 경호 동원 수요, 이런 게 더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재판장 : 그 이유가 대통령실 이전 때문인가요?
최 모 용산경찰서 형사과장 :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24.3.18 이임재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재판 증인신문
'대통령실 일 잘 처리해 승진 기대'... 용산 경찰의 관심은 어디에 있었나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용산 경찰이 직면한 것은 비단 업무 과부하만이 아니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여러 경찰 자료에는 용산서 지휘부의 관심 사안에도 변화가 생겼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다.
대통령실 이전 발표가 나자 여러 언론은 '용산서의 위상이 달라진다'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그동안 용산서는 경찰 인사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곳이었다. 반면 청와대를 관내에 둔 종로서는 수많은 승진 인사를 배출해왔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연초 경찰 총경 승진자 명단을 확인했다. 총경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기 시작하는 첫 경찰 계급이다. 이로 인해 총경 승진은 고위직 경찰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지며 '경찰 인사의 꽃'으로도 불린다.
확인 결과, 11년 동안 종로서는 모두 15명의 총경 승진자를 배출했다. 전국 일선 경찰서 총경 승진자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었다. 종로서 다음은 영등포서(14명), 송파서(13명)다. 종로서 총경 승진자 15명 중 12명은 승진 직전 경비·정보·교통과장이었다. 모두 대통령실(당시 청와대) 경비, 경호, 집회·시위 관리와 깊이 관련 있는 부서다. 반면 같은 기간 용산서의 총경 승진자는 단 1명뿐이었다.
대통령실 이전 이후인 2024년 용산서는 총경 승진자 2명을 배출했다. 11년 동안 겨우 1명의 총경 승진자가 나왔던 경찰서에서 1년 사이에 2명이 총경으로 승진한 것이다. 2명은 경비과장, 정보과장이었다. 이처럼 대통령실을 관내에 둔 경찰서에서 집회 관리와 대통령 경비·경호 업무를 잘 수행하면, 승진에 큰 이점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용산경찰서의 총경 승진자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겨우 1명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전한 이후인 올해 용산서는 총경 승진자 2명을 배출했다. 모두 정보, 경비 직렬로 대통령실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했다. (자료 출처 : 경찰청 보도자료)
이태원 참사 이후에 발표된 2023년 총경 인사에서 용산서 승진자는 없었다. 관내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으니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이태원 참사 이전에는 용산서 내부에 2023년 총경 승진자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특히 집회·시위 등 대통령실 관련 사항을 잘 해결한 인사가 승진 대상으로 예상됐다.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은 지난해 10월 23일 법정 증언에서 "용산서 정보과장 김진호가 대통령실 이전 관련해 어려운 문제 매끄럽게 처리했고, 집회·시위를 잘 처리해서 특별한 문제 없으면 진급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나도 동의했다. 승진은 무난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무실 이전 이후 집회 관리 가장 강조'... 이태원 인파 대책은 '전무'
부족한 인력에 과도한 업무량, 일반적이라면 '더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할 가능성이 크다. 조직의 승진 관행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용산서도 그랬던 걸까. 대통령실 이전 이후 용산서는 집회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특별수사본부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 모 용산서 정보경찰관은 "집무실 이전 이후 정보과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집회 관리라서 실제로 외근 정보 활동을 잘 하지 못했다. 거의 매일 집회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점점 집회 관리 외 활동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용산서 정보과장님의 마인드가 '용산 정보는 예전과 다르다. 지역 정보 활동은 필요 없다'고까지 말씀하셨기 때문에 제가 지역 정보 활동을 하러 나가보겠다고 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던 것 같다."
- 김 모 용산경찰서 정보경찰관 / 2023.5.22 박성민 등 서울경찰청 관계자 재판 증인신문
다른 김 모 정보경찰관도 특수본 조사 당시 "그분들(용산서 지휘부)의 입장을 대변하기는 애매하지만, 집회에 좀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핼러윈 축제를 당연히 알고 있긴 했을 테지만 업무 비중을 집회 쪽으로 좀 더 집중하지 않았나 한다"고 진술했다.
이 모 용산서 정보분석팀장도 지난해 1월 4일 특수본 참고인 조사에서 "용산서 인력 부족 문제는 2022년 5월 대통령실 이전 및 2022년 7월 경찰 하반기 인사 이후 계속 나오고 있는 문제다. 충분한 인력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능별로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몇 차례에 걸쳐 보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6일 조사에서는 "용산서에는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야 할 현안이 있었다. 매주 집회가 열렸고, 전장연 시위나 대통령 출퇴근 같은 사안이 계속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용산서장이 이태원 핼러윈 데이를 업무 우선순위에 두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용산서 소속 경찰관도 법정에서 참사 당시 용산서 지휘부의 관심이 집회 관리에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아래 대화는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변호인(○으로 표시)과 정 모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으로 표시)의 증인신문 문답 내용이다.
○ 증인은 "더군다나 그날 대형 집회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경비 정보에서 핼러윈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라고 진술했지요?
● 예 맞습니다.
○ 증인 이외에도 다른 경찰관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인가요?
● (전략) 제가 다른 실무자들과도 이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는데요. 경비, 정보가 이쪽(이태원 현장)에 집중하기 사실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 이날 대형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고 하는데, 어떤 대형 집회인가요?
●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 그날 삼각지에서 대통령 반대하는 집회·시위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가요?
● 그게 대통령 반대 시위인지 지금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2023.5.8 이임재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재판 증인신문
'이태원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 모습.
이런 '집회·시위 집중' 기조는 참사 당일까지도 이어졌다. 핼러윈 축제 인파관리 대책은 뒷전이었다.
2022년 10월 용산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핼러윈 종합치안대책'을 세우기 위해 부서별로 대책을 취합했다. 그런데 다중인파 관리 담당 부서인 경비과는 아무 회신도 보내지 않았다. 당시 핼러윈 축제 대책 실무부서였던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정 모 운영지원팀장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실무자가 경비과에 대책 제출 여부를 물었지만 답변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경비과에 대책을 세우라고 말하지 않았다. 송 모 전 112상황실장과 이임재 전 용선서장은 '경비과 대책'이 빠진 보고서를 받고도, 가만히 있었다.
결국 2022년 용산서의 핼러윈 축제 대책에는 인파관리를 위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참사 당일 용산서의 모든 경비과 인력과 경비기동대는 집회·시위 현장에 투입됐다. 반면 2017년 핼러윈 축제 때 용산서는 이태원에 경비기동대 60명을 배치했고, 2020년에는 '핼러윈 데이 종합치안대책'을 세우며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압사 및 추락 등 안전사고 상황대비'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또 용산서는 이태원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다는 걸 알면서도 참사 당일 현장에 정보경찰관을 전혀 보내지 않았다. 정보경찰관의 업무 중 하나는 관할 지역을 돌며 각종 범죄, 위험 요인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해 보고하는 '지역 정보 활동'이다. 김 모 용산서 정보경찰관은 이태원 지역 정보 활동을 나가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윗선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해방촌에는 근무표에도 제 이름을 집어넣고 담당이라 나가봐야 한다고 했는데, 김진호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은 외사만 나가도 충분하다고 하면서 제가 못 나가게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해방촌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아서 조용히 넘어갔어요. 핼러윈 축제 때도 김진호는 '정보관이 나갈 필요가 없다'고 말해서 근무표에 제 이름을 넣지도 못했습니다. 아예 배치를 안 시키면서 '집회에 나가야 한다'고 계속 말해서…"
- 김 모 용산경찰서 정보경찰관 / 2022.11.4 경찰 특별수사본부 참고인 진술
지난해 1월 국정조사에서는 과거에는 정보경찰관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했지만, 2022년에만 미배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예를 들어서 작년에도 핼러윈 데이가 있었고 재작년에도 있었고 계속 있었는데, 그렇지요?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 예.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보과 형사들은 이태원 핼러윈 데이 축제가 있을 때 대통령실 이전 이전에는 현장에 있었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 1명씩 배치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러니까 대통령실 이전이 안 됐더라면 당연히 정보과 형사들이 현장에 있었겠지요, 그렇지요?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 제가 미처 거기까지 판단을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2023.1.4 이태원 참사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재판부도 언급한 '이태원 참사와 대통령실 이전 관련성'
이태원 참사 이후,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은 '대통령실 이전과 이태원 참사는 관련이 없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2022년 12월 27일 국회 국정조사장에 나온 한오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과 이태원 참사하고는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4일 역시 국정조사장에 출석한 윤희근 전 경찰청장도 "10월 29일에 (이태원) 경비 인력을 증원하지 못한 이유가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이 없는 거죠?"라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의 질문에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더라도 관련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하느냐"는 민주당 이해식 의원의 질문에도 "긍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실 건물. 정부·여당은 '이태원 참사'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수사, 재판 기록에서는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계속 언급된다.
그러나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경무관)은 지난해 6월, 법원에 "대통령실 이전으로 치안 공백이 늘어났을 수 있다, 대통령실의 이전이 없었다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 전 부장은 핼러윈 다중인파 운집 사실을 미리 경고한 여러 정보보고서를 이태원 참사 이후 무단 삭제한 인물이다.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실 대통령실의 이전이 없었다면 용산서에는 여유 인력이 있어 다중이 모이는 이태원에 예년과 같이 충분한 경찰인력을 배치했을 것이고, 이 사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 이전의 문제는 정치적 책임의 영역일 뿐 결코 법적 책임의 영역이 아닙니다. 용산서 관내로 대통령실이 이전하게 되면 이쪽으로 용산서 경찰 인력이 치중하게 되므로 아무래도 용산서 관내에는 치안 공백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변호인 의견서 / 2023.6.1 법원 제출
물론 이 의견서는 박 전 부장이 참사와 관련된 자신의 법적 책임을 희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출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박 전 부장은 참사 바로 다음 날에도 대통령실 이전을 언급했다. 2022년 10월 30일 다른 경찰에게 문자를 보내면서다. 당시는 아직 박 전 부장이 문제의 정보보고서가 존재하는 줄 몰랐고, 증거인멸도 교사하지 않았을 때다. 자신의 범죄 혐의와 무관하게 '순수한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혹시 사고 책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경우 참고하면 좋겠네. 사고 책임 관련 검토, -경찰이 경력 배치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흐를 경우 -> 서울청 대비 미흡, 주말 대규모 집회시위 대응으로 경력 부족 등 부각 -> 용산 이전이 근본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고..."
-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경찰청 정보분석과장 에게 보낸 메시지 / 2022.10.30 오후 1시 39분경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재판 자료에서는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계속 언급된다. 대통령실 이전의 직간접적 여파가 이태원 참사 발생으로까지 이어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원도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3월 18일, 이임재 전 용산서장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재판장은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큰 쟁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서가 인력 부족에 시달렸고, 이것이 핼러윈 축제 인파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는 데 영향을 끼쳤다면, 이 전 서장에 대한 양형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임재 피고인 쪽에 여쭤보는 건데 이 사건 관련해서 국정조사보고서를 보면 여러 쟁점들이 있는데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것도 큰 쟁점으로 포함돼 있더라고요. 보고서에 결과는 없는데…(중략)... 이 부분이 큰 쟁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는 건데 핼러윈 관련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용산경찰서 경비과는 대책을 세우고 현장에 배치했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2022년도에는 경비과가 전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인력도 배치되지 않았고요. 전원이 집회·시위 현장에 배치됐다. 이걸 제가 어떻게 봐야 하는지. (경찰서 인력의) 분배 문제일 수도 있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 이 부분이 이임재 피고인과는 양형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배성중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 / 2024.3.18 이임재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재판
대통령실 이전과 이태원 참사의 관련성은 경찰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다음 편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이 용산구청의 참사 당일 대처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지 상세히 다룬다.
제작진
취재 홍주환(뉴스타파) 최윤정(코트워치)
영상취재 이상찬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웹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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