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법률가 양심 걸었다"는 최재영 조사, 녹음파일 들어보니... 말문 막고, 답변 유도하고, 검사가 결론 내고... - 뉴스버스
시사 2024. 10. 4. 15:02출처 :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6171
[단독] "법률가 양심 걸었다"는 최재영 조사, 녹음파일 들어보니...
기자명 이진동 기자 입력 2024.10.04 12:42
말문 막고, 답변 유도하고, 검사가 결론 내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최재영 목사 등을 최종 불기소 처분하면서 “수사팀이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검사가 최 목사를 신문하고 최 목사가 진술하는 조사 과정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뉴스버스가 단독 입수했다. 이 녹음테이프를 들어보면, 왜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 같은 대통령 가족이나 측근이 연루된 사건에서 특검이 필요한 지를 알 수 있다.
만장일치 불기소 권고 결론을 내린 ‘김건희 여사 수심위’와 달리 최재영 수심위에선 ‘대통령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며 최 목사에 대한 ‘기소 권고’의견이 제시됐는데, 수심위 과정에서 재생됐던 10분 분량의 바로 그 녹음파일이다.
최 목사와 김 여사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인 ‘명품백 수수’ 조사는 ‘대통령 직무관련성’이 핵심적인 부분이다.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막대하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법원 판례는 대통령의 직무관련성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 목사에 대한 검찰 조사를 보면 검사가 이렇게 조사를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직무관련성’에 대한 예시까지 해가면서 답변을 유도해가는 방식이다. 최 목사가 “청탁의 의미도 있는 건 사실이다”고 하면 검사는 되레 말을 끊고 “뭐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아무튼 잘해줘’라는 청탁은 없다”고 한다. 청탁을 추궁하는 검사의 신문에 마치 변호사가 답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검찰은 이렇게 조사를 하고도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검토한 결과”라거나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을 걸고 내린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뉴스버스가 확보한 최 목사 조사과정 녹취록에 따르면 수사 검사는 “어쨌든 이런 걸 좀 줘야 만나주는 사람 같으니까, 결국 이걸 만나기 위한 수단 (으로 준 것 아니냐)”고 답변을 유도한다. 최 목사에게 ‘청탁 아니냐’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해도 모자랄 판에 친절하게 ‘만나기 위한 수단’이라고 제시한다.
이에 최 목사 측은 “예 예, 그”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수사 검사의 직무관련성 질문이 나온뒤에야 “복합적인 의미가 있었다. 청탁의 의미도 있는 건 사실이다”면서 “청탁의 의미는 뭐가 됐든, 그 이후에 제가~”라고 말을 이어가려 한다. 그런데 검사는 “어떤 청탁이냐?”고 물어야 하는 대목인데도 불구하고 말을 끊어버린다.
최재영 목사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열린 '명품 가방 의혹'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김 여사를 최종 불기소 처분하면서 최 목사가 건넨 선물에 대해 “우호적인 관계 유지나 접견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검찰의 답변 유도식 조사와 최종 판단을 비교해보면 검찰 수사가 결론을 정해놓고 진행됐음을 엿볼 수 있다.
직무관련성과 관련한 신문에서도 수사 검사는 “(자문위원, 그게 무슨 자문위원인지는 모르겠다. 자문위원 이슈는 사실 6월달에 벌써 이미 가버렸고”라며 조사도 하기 전에 검사 스스로가 ‘직무관련성’을 부인해버린다. 통상적으로는 국정자문위원을 청탁했다고 한다면 “어떤 자문위원을 말하는 것이냐” 등 구체적으로 추궁해야 하지만 검사 스스로가 “그게 무슨 자문위원인지는 모르겠다. 이슈가 이미 가버렸다”고 답변을 막아버리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
또 수사검사는 “통일TV 같은 경우는 이게 1월 달에 (이슈가) 터져버렸단 말이예요. 2023년 1월에”라고 한다. 최 목사가 9월 13일 명품백을 전달하기 전인 7월에 통일TV 재송출 청탁을 하는데, 1월에 이미 이슈가 지나 ‘현안’이 아니라고 수사 검사가 부인한 것이다.
수사 검사는 “여사님 입장에서~” “여사님이~”라며 누구의 혐의 사실을 조사하는 지 헷갈릴 정도로 김 여사의 입장을 변호해가며 신문한다.
수사검사는 그래놓고 “(명품백을 전달한 날인) 9월 13일 정도에는 여사님이 이걸 받으면 남편 일 때문에 받는 거구나 이 인식을 할 만한 현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 시점에) 그런 현안이 혹시 뭐가 있어냐”고 묻는다. 수사 검사가 사안의 연결성을 먼저 끊어버리고, 답변을 유도한 것이다.
결국 최 목사는 “청탁이라고 하는 건 김창준 미국 연방하원의원 건(국정자문위원 임명 및 사후 국립묘지 안장 청탁)부터 통일TV건 (통일TV 재송출)까지 쭉 연결은 되지만, 이 시점 바로 직전이나 직후로 봤을 때 딱 연결고리는 없어서...”라고 한다.
그러자 수사 검사는 “그러니까 그런거죠”라며 “넙죽 넙죽 (디올백을) 받는 거랑 별개로 받을 때 그런 이슈가 있었느냐는 약간 좀 다른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은 듭니다”고 유도해 결론낸다.
최 목사의 변호인이었던 류재율 변호사는 수심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검찰 측에서 청탁이 아니고 직무관련성이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고 먼저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들어 설명했는데, 최 목사가 적극적으로 이를 반박하거나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류 변호사는 이어 “그러나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 구성 요건인 청탁과 직무관련성의 존재 여부는 당사자가 인정한다고 인정되거나, 부인한다고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며 “최 목사가 선물을 준 행위는 청탁의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 맞고, 직무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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