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70465
무려 11조인데, 서울교육감 투표 안 하실 건가요?
역대 최저 기록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율... 학생·교사·보호자 위한 교육감을 기다리며
24.10.15 18:11 l 최종 업데이트 24.10.15 18:11 l 임은희(homeeun)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14일 앞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후보자측에서 제출한 선거벽보 규격 등을 체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2일은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었다. 배우자와 함께 주민센터를 방문했는데 투표장에 사람이 없었다. 투표 관리를 위한 인력이 투표자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 지난 선거 때처럼 길게 줄 서서 투표를 기다리던 모습을 예상했던 나는 당황했다. 교육감 선거가 평일에 치러지기 때문에 사전투표일에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단톡방은 조용했다. 간간이 맛집 관련 정보가 올라오고, 재미난 도서관 행사나 체험 관련 이야기가 올라오는 것이 전부였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현수막밖에 없었다.
지금은 중·고등 학생들의 시험 기간이다. 중학교 3학년의 경우,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르고 2~3주 뒤 바로 기말고사를 치른다. 행정 업무에 바쁜 교사들의 상황과 자사고 입시를 반영하며 만들어진 기형적인 기말고사 일정을 바로잡기 위해 올해부터 정상화하기로 했지만, 조희연 교육감이 직을 상실했기 때문인지 변화 없이 예년처럼 치르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중간과 기말을 함께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들은 나름대로 바쁘다. 회사일 하랴, 집안일 하랴, 충격의 시험점수가 적힌 시험지를 들고 다른 학원 알아보랴, 과외 알아보랴 동분서주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치솟는 물가와 학원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집도 있다. 한가하게 앉아 교육감 선거 일정이나 챙길 여유가 없는 것이다. 아이가 없는 가정의 이야기는 더 놀라웠다. 선거 자체를 몰랐다. 우편함의 공보물을 못 봤느냐고 물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전 지하주차장으로 다녀서 1층 우편함을 자주 확인하지 않아요. 전혀 몰랐어요. 투표를 평일에 하나요?"
막중한 권한을 지닌 직책, 서울시교육감
▲사전투표 마지막 날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인 12일 오전 서울 교남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희연 전 교육감의 불명예 퇴진으로 진행하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560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 치른다. 이번 선거로 뽑힌 교육감은 2026년 6월까지 서울시 초·중·고의 예산안, 교육규칙제정, 학교 신설 및 폐교, 교육과정 운영, 교원 인사권 등 공교육에 꼭 필요한 것들을 총괄하는 막중한 권한을 지닌 직책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은 약 11조 원으로 여가부 예산의 6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지난 2년간, 정부와 서울시의회의 예산 감축으로 서울시 공립학교 아이들은 큰 피해를 겪었다. 2025년 디지털 교과서 도입으로 세상이 떠들썩하지만 2024년에 입학한 고등학교 1학년들은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스마트 기기를 무상으로 받지 못했다. 조희연 교육감 사퇴 이후 교육청은 스마트 기기를 제공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11월이고 스마트 기기 사용 격차는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이야 100~300만 원의 스마트 기기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별도의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빈부 격차가 학습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밑바탕이 되는 작업은 이미 서울시교육청이 하고 있었던 일이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인 나의 아이는 2022년 입학과 동시에 디지털 기기를 받았고, 졸업 시 반납을 조건으로 학습에 활용하고 있지만 2024년의 입학생들은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시험을 위한 시험'인 기괴한 입시에 치중하는 교육이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킬러 문항'이니 '공정'이니 하며 '대학입시'가 교육의 중심인 것처럼 여겨지는 동안, 조용히 사라진 것은 학력격차 프로그램,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스마트 기기 무상 제공 등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복지였다. 줄어든 예산으로 인해 낙후된 시설을 제대로 고치지 못하고, 필요한 인력 확충도 어려웠던 교사들도 피해자였다.
서울시교육감은 이런 불공정한 예산 집행에 맞서 싸우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 복지 증진에 힘써야 하는 사람이다.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보호자들을 대신해 학생들을 위한 최선의 교육 방침을 제시하고 예산을 받아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대표자이자 맞서 싸우는 장수인 셈이다.
진짜 공정한 교육은 이런 것 아닐까?
대한민국의 초·중·고 전체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4천 원이다. 서울 학생들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2만 8천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출처: 통계청). 나는 통계를 보고 실소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평범한 중산층 맞벌이 가정의 한 달 사교육비는 200만 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있는 집은 한 달에 1000만 원도 우습게 쓴다.
일찍 시작하고 돈을 많이 들일수록 좋은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큰 수능, 학생의 재능보다 학원 선택이 중요한 특목고 입시. 19년 교육 과정의 결과에 해당하는 입시에서만 공정을 부르짖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학창 시절만큼은 경제적 한계를 느끼지 않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도록 돕는 것이 공정한 교육 아닐까? 무상으로 지원하는 교육이 많을수록 개인이 부담해야 할 교육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학교에서 공책을 사주면 가계부에 공책값을 적을 일이 사라지고 노트북을 사주면 노트북에 쓸 예산을 다른 곳에 써도 무방하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에는 교육세가 붙어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껌 한 통을 사면 교육세를 납부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낸 교육세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 11조 원의 예산을 움직이는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상적인 '교육'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는 그냥... 다 같이 그만하면 좋겠어. 모두가 함께 내려놓으면 아이들도 편할 텐데. 우리 애만 뒤처지면 어떡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도 시키지만 진짜 너무 힘들어. 이민갈까." - 어느 중학생 엄마의 하소연
이미 걷은 세금을 제대로 활용해 가정의 부담을 줄여주는 학교, 시험 결과보다는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충실하며 학생들의 입시 우울증을 완화시켜 줄 교육, 학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 보호자와 소통하며 공교육에 대한 믿음을 주고,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교육청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사전투표율은 8.28%에 불과하다. 다행인 점은 아직 투표일(10월 16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전 투표에서 저조했던 참여율이 올라갔으면 한다. 교육은 정치가 아닌데 정치 논리에 이리저리 흔들리면 곤란하다. 정파적 논쟁에 휩쓸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교육이 아닌, 학생과 교사, 그리고 보호자를 위해 예산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하는 교육감 선거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금은 귀하게 쓰여야 하니까.
group 육아삼쩜영 https://omn.kr/group/jaram3.0
지속가능한 가치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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