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트럼프 대비 8년 만에 골프’ 거짓말에 외신들 '오보' 망신
기자명 이진동 기자 입력 2024.11.13 18:47
CNN "尹, 트럼프 2기 대비, 골프 재개"보도했으나 '오보'
尹, 트럼프 당선 전에도, 북한 도발 때도 골프 드러나
대통령실 상습적 거짓말, 국가 신뢰도에 악영향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기자회견 이틀 뒤인 지난 9일 골프를 친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뒤 대통령실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에 대비해 골프채를 잡았다고 해명했지만, 13일 거짓말로 드러났다.
대통령실의 거짓말로 인해 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워지려고 8년 만에 골프채를 들었다고 보도한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이 무더기로 ‘가짜뉴스(오보)’를 한 결과를 만들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이 대통령실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서울 태릉CC 정문을 통과하는 대통령실 차량 행렬. (사진=노컷뉴스 유튜브 캡처)
대통령실 "윤 대통령, 트럼프 대비 골프채 8년 만에 꺼내들었다"고 거짓말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태릉체력단련장에서 라운딩한 사실이 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다음날인 10일 “트럼프에 대비한 ‘골프 외교’를 위해 2016년 이후 8년 만에 골프 연습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유력 외신들은 이 같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을 믿고 12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골프외교’에 주목하면서 일제히 윤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국 유력 일간신문 텔레그래프는 “윤 대통령이 골프광으로 이름난 트럼프와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 주말에 골프 스윙 연습을 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을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담을 준비하며 8년 만에 처음으로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대통령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라운딩 기회 때 대화를 나누려면 골프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CNN은 ‘윤 대통령, 트럼프 2기 준비위해 골프 다시 시작(South Korean president takes up golf again to prepare for Trump’s second term)’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최근 시작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대통령실발로 윤 대통령의 골프 연습 소식을 전했다.
홍콩의 온라인 미디어 바스틸레도 “윤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골프라운딩을 준비하기 위해 8년 만에 골프채를 꺼내들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 고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2기에 대비해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는 12일자 CNN 온라인판 기사. (CNN홈페이지 캡처)
尹, 북한 '南 무인기 침투, 보복 준비' 중대성명 다음날에도 골프
하지만 노컷뉴스는 13일 단독 보도를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뿐만 아니라 트럼프 당선 전인 지난 2일과 지난달 12일에도 태릉CC에서 라운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보도에 따르면 10월 12일은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보낸 도발 당일로 현역 군인들의 골프 일정은 취소됐으나, 대통령은 라운딩을 진행했다. 바로 전날인 10월 11일엔 북한 외무성이 저녁8시쯤 “남측이 평양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켜 '삐라'(전단) 등을 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모든 공격수단을 ‘준비 태세’에 두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는 중대 성명까지 발표한 상태였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9월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8월 19~29일은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 기간이었고, 24일은 부천 호텔 화재 사건의 사망자 추도기간이었다”면서 “(그런데) 이 기간 대통령은 8월 24일 성남 한성대, 31일 서울 태릉, 9월 7일 남수원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의 설명과 달리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골프를 쳤고, 북한이 도발을 예고하는 비상상황에서도 골프라운딩을 했다. 이런 상황으로 보면 ‘트럼프 당선인과 유대 강화’를 위한 대비 차원에서 8년 만에 골프채를 꺼내들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은 거짓말이다.
결국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유력 외신들마저 대통실의 거짓말을 믿고 '트럼프 대비 8년 만에 골프 다시 시작'이라는 ‘가짜뉴스(오보)’를 날린 상황이 된 것이다.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뒤 관계를 끊었다”고 했지만, 얼마 안가 취임 전날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참모가 언론에 설명을 잘못했다”고 거짓말을 뭉갰지만, 대통령실의 거짓말은 상습적이고 반복적이다. 이젠 외신과 외국에까지 ‘거짓말’습관이 알려지게 된 셈이다.
대통령실 '트럼프 대비 골프' 거짓말 왜?
윤 대통령이 라운딩을 한 시점은 지난 9일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이틀 뒤다. 대국민담화에선 “모든 것은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이긴 했어도, 뭘 사과하는지도 모르는 진정성 없는 사과에 여론은 더 악화했다. 다음날(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17%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컷뉴스 취재팀에 골프라운딩이 포착되자, 대통령실이 분칠용 핑계로 급조한 게 ‘트럼프 대비 골프외교’였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 소식을 단독보도한 노컷 뉴스는 “들키게 되니, 결과에 원인을 맞춘 격이다”고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 최고위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골프와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을 맹비난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9일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등 여러 의혹을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열렸던 날이다“면서 “나이스한 소리는 듣고 싶고 국민의 엄중한 소리는 듣기 싫었던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황정아 원내대변인은 최고위회의 직후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골프에 대해) '트럼프 당선 대비'라고 변명했는데, 미 대선은 11월 5일 있었다”며 "11월 2일에도 라운딩이 있었으니 트럼프 당선인과 ‘골프 외교를 위한 것’이라는 것도 거짓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황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11월2일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이틀 뒤 시정연설에는 정작 불참했다"면서 “국민의 공복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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