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시민단체 대규모 연대집회…"윤석열 퇴진"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입력 2024.11.16 23:30 수정 2024.11.16 23:32
빗속에도 촛불대행진-민주당-비상행동 운집
시청역 앞 대로서 오후 3시부터 연쇄 개최
민주당 집회에 총 40만 명 모여 "윤석열 아웃"
"이재명 팔팔하다…여러분 있어 절대 죽지 않아"
촛불대행진엔 2만 모여 "윤석열은 예비 전범"
탄핵 의원 연대 "국회가 윤건희 끝장내겠다"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장외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11.16.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의 갖은 폭정과 탄압에 맞서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이 손을 잡았다.
16일 오후 3시 시청역에서 개최된 '115회 촛불대행진 11월 전국집중촛불'에 참석한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오후 4시 30분 광화문에서 시작된 민주당의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민주당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같은 자리에서 6시 45분쯤부터 8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개최한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연대 집회·시민행진'에 동참했다.
"이재명은 팔팔합니다"
굵은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제3차 국민행동의 날'에는 야 5당 국회의원과 각 당의 지도자, 당원, 시민 총 30만 명이 모여서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법 통과' '윤석열을 거부한다'를 외쳤다. 현장엔 못 왔지만 유튜브로 지켜본 시청자도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 선고를 받은 것을 함께 분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2024.11.16. 연합뉴스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은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은 팔팔하다. 절대 죽지 않는다"며 "여러분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상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맡긴 권력이 우리를 위해 작동하고, 권력자들이 우리를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일하는 세상을 누가 만들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자"며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의 싸움이 시작됐다. 이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 책임은 권력을 가진 저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손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당원들에게 함께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내 자식들의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도 결국 나와 동지들의 작은 실천에 달렸다"며 "여러분, 포기하지 말고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고 전화 한 통, 인터넷에 댓글 하나라도 쓰자. 우리가 펄펄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용산을 향한 경고도 있었다. 이 대표는 "그들이 행사하는 모든 권력, 명예, 화려함은 결국 다 우리로부터 나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황제 골프를 치면서 즐기는 그 돈조차 우리가 나가 번 돈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민을 배신하는 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자"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 동지를 믿고 국민을 믿고 역사를 믿고 포기하지 말고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서 함께 나아가자"며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 여러분이 함께 보여 달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 박찬대 원내대표(왼쪽 세번째), 김민석 최고위원(오른쪽 세번째) 등이 비가 내린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장외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16. 연합뉴스
민주당 전종오 청년당원은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그는 "사법권을 남용한 명백한 사법 살인"이라며 "법원이 정부를 멈춰야 하는데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 검찰과 법원이 왜 정부의 충견이 되어 윤 대통령과 여사를 지키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이재명 대표가 왜곡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공천 개입을 하고 명품백을 받은 조작과 왜곡의 전문가는 따로 있지 않냐. 검찰은 기소마저 박절하지 못해 안 하고 있냐. 우리가 정권은 유한하다는 진리를 보여주자"고 목청을 높였다.
집회에서는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의 다짐도 있었다. 단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의원은 "윤석열·김건희가 81회 무료 여론조사를 하고 3억 7500만 원을 지불하지 않았다"면서 "15배 벌금을 매기면 60억 원이다. 이 벌금을 다 받아내겠다"고 장담했다.
서 의원은 "김건희 씨가 명태균 씨한테 500만 원짜리 봉투 2개를 줬다"며 "불법 금품기부 죄인데 최소 15배 벌금을 물어서 처벌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 개입했다고 징역 2년을 받았고 윤 대통령은 김영선, 강서구청장 김태우, 포항시장 공천에 개입했다고 이준석 전 대표가 말했다. 최소 징역 10년을 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주최로 열린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에서 참석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4.11.16. 연합뉴스
대통령의 조건은?
'제3차 국민행동의 날'이 끝나자 그 자리에서 바로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연대 집회' 본행사가 시작됐다. 시민단체인 비상행동과 야 5당이 함께한 행사다.
비가 점점 굵어졌지만 시민과 당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집회는 시민들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자신을 '살기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변호사'라고 소개한 신세영 씨는 "청년이 주거 비용에 시달리지 않고, 여성이 밤길에 안전하게 걸을 수 있으며, 성소수자가 차별 없이 살아가고, 장애인이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선 자격과 인권 감수성을 갖춘 자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했다.
채상병 사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해병대 예비역 대위 강해린 씨는 "윤 대통령은 임성근 사단장을 살리기 위해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며 "윤 대통령이 쇼한 것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대통령을 반격할 수 있도록 박정훈 수사단장이 무죄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16일 광화문에서 있었던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행사에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있었던 무장 경찰 폭력 진압을 비판하고 있다. 2024.11.16. 이호 작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와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에서 무장 경찰이 폭력으로 시위를 진압한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사과하라고 했더니 본인 직원 109명이 다쳤다고 못한다고 했다"며 "조지호는 경찰이 탄압하다 부하직원이 다쳤으니 송구하다고 해야 한다. 일선 경찰의 기본권과 안전을 담보로 공천을 받으려면 솔직하게 국민의 힘에 입당하라"고 말했다.
대학 측이 학생들을 탄압한다는 교수와 학생의 발언도 있었다. 중앙대학교 이나영 교수는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학생들의 활동을 탄압한 학교를 규탄한다"고 했고, 부경대학교 학생 이승민 씨는 "지난주 토요일 부경대학교에서 연행됐다"며 "학교에서 국민투표를 하니 교직원이 막고 학생을 무자비하게 끌어내렸다. 집에 가려는 학생들이 퇴거불응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대학생의 정당한 정치활동을 가로막는 학칙에 반발한 헌법소원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역시 김건희 특검법을 주장했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한 명인지 두 명인지 모르는 정권은 처음"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으로 만민이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노동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쿠팡에서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다 사망한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는 "쿠팡 업무 환경이 문제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쿠팡에서 개처럼 밤샘 근무를 해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KBS 시사다큐 피디 조해진 씨는 "KBS의 제작 현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면 안 된다"며 "경영진이 제작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엔 윤석열 탄핵이 대세"
앞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5회 촛불대행진 11월 전국집중촛불'은 힘찬 구호로 이날 맨먼저 집회를 시작했다. 2만여 명(주최 쪽 추산)의 촛불 시민은 "경찰 폭력 공안 탄압 윤건희를 몰아내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치졸한 정치공작 박살 내자"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특검하고 구속하라"고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기조 발언을 통해 "이재명 대표 유죄 판결이 재판일까 개판일까"라며 "이런 사법부는 박살 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법치가 살아날 수 있다"고 힐난했다.
김 상임대표는 또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 군대를 파견했다"며 "예비 전범이다. 저 살겠다고 온 국민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김건희와 윤석열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이제 우리가 선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시민들은 16일 시청역 인근에서 11월 전국집중촛불 집회를 마친 뒤 115회 촛불대행진을 하고 있다. 2024.11.16. 이호 작가
야당 의원들로 이뤄진 '윤석열 탄핵 의원 연대'도 각오를 다졌다. 의원 연대 대표를 맞은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광장에서 촛불을 들지 않도록 국회가 앞장서서 윤건희를 끝장내겠다"고 했으며,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쉽진 않지만 진보, 중도, 보수마저 차이를 극복해서 나라를 지키는 길에 설득하고 독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고 송채림 씨의 아버지 송진영 씨는 안전 국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씨는 "현재 정권에서 윤석열이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동훈을 처벌할 수 없다"며 "아무도 참사를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으면 참사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촛불시민들은 16일 시청역 인근에서 11월 전국집중촛불 집회를 마친 뒤 115회 촛불대행진을 하고 있다. 2024.11.16. 이호 작가
윤석열 탄핵소추 촉구 대학생 시국농성단 조서영 단장은 국민이 승리할 것을 확신했다. 조 단장은 "대학에서도 윤석열 탄핵이 대세고 국회에서는 윤석열 탄핵 공청회가 열렸다"면서 "50여 일 동안 농성을 진행하며 탄핵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대학생 농성단은 56일 차로 농성을 끝냈지만, 대학생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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