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사2단, ‘노상원 부정선거 자료’ 보며 선관위 출동 준비
정혜민,배지현,곽진산,강재구기자
수정 2025-02-16 20:41 등록 2025-02-16 18:09
 
노상원 국군정보사령관이 2016년 10월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노상원 국군정보사령관이 2016년 10월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 확보 임무를 맡았던 계엄사령부 수사2단 핵심 관계자들이 ‘내란 비선’으로 지목되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부정선거 자료를 돌려보며 선관위 출동을 준비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정성욱 정보사 대령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당일 오후 5시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전화로 “손님 2명이 가니까 네 사무실(경기 판교 정보사 100여단)에서 대기를 시켜라. 손님 오시면 저번에 노상원 전 사령관이 지시해 정리했던 부정선거 자료들을 손님들에게도 전달해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손님 2명’은 계엄사령부 비공식 조직인 ‘수사2단’의 단장·부단장으로 각각 내정된 구삼회 전 육군 제2기갑여단장(육사 50기)과 방정환 전 국방부 혁신기획관(51기)이었다. 정 대령은 “둘 다 사복을 입고 있었다”며 “노 전 사령관의 요청으로 작성했던 부정선거 유튜브 정리 자료를 가져다 드렸고, 두분이 부정선거 자료를 보면서 계엄 시 합동수사본부 관련 대화를 나눠 ‘아, 계엄이 있으려나 보구나’라고 알게 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앞서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부정선거 자료 요약을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지난해 11월 보안 메신저 앱인 시그널을 통해 “내가 예비역 장성 교육자료를 만드는데 자료 정리를 좀 해달라”며 부정선거 유튜브 영상 3∼4개를 보냈다고 한다. 투표용지가 뜯기고 도장이 제대로 안 찍힌 사진 등이 담겼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앞서 구 전 여단장에게도 ‘4·15 부정선거’ 주장을 담은 책 내용을 정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3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도 ‘가짜 국회의원을 찾기 위해 선관위 서버를 포렌식해야 한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장관도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부터 ‘왜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의혹이 나오는지 이 기회에 제대로 규명해보라’고 말씀하셨다”고 진술했다. 부정선거론을 제기해온 단체의 대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로,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 대리인단으로 합류했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비상계엄을 선포한 핵심 명분으로 ‘부정선거론’을 앞세우고 있다.
 
비상계엄 당일 밤 9시께 문 전 사령관도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로 합류했고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직원들의 이름·사진이 나온 배치표를 공유하며 중앙선관위 출동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튿날 새벽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면서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 문 전 사령관은 이른 아침에 부대 밖으로 떠났다고 한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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