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에요" 소개하자 나온 12세기 고려청자‥지난한 국외 문화재 환수
입력 2025-03-02 20:14 | 수정 2025-03-02 20:15  문다영
 

 
앵커
 
일제강점기 약탈당한 우리의 문화유산도 아직까지 해외를 떠돌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 많은데, 박물관이 아닌 미술상점에서도 고려청자를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문다영 기자가 일본에서 현장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古)미술상이 모여있는 도쿄 교바시.
 
제일 유명한 가게 진열대엔, 500년 된 중국 명나라 시대 도자기가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한국인이라 소개하자,
 
[김강원/재일교포 미술상]
"한 점 보여준다고 하니까요."
 
가게 주인이 수장고에서 12세기 고려청자라며 들고 나왔습니다.
 
은은한 빛깔에 연꽃무늬, 미술상은 '집 몇 채 값'이라 설명했습니다.
 
재일교포 미술상 김강원 씨는, 이 거리에서 한국의 유물들을 자주 만납니다.
 
조선 후기 사대부의 무덤에 함께 묻혔던 도자기는 이 근처 가게에서, 독립운동가 송진우의 아버지 송훈의 친필 현판은 이 근처 경매장에서 발견해 한국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강원/재일교포 미술상]
"굉장히 잡다한 물건들 사이에 섞여 있었어요. 그거는. 딱 봤을 때 이게 조선의 양식을 가지고 있는…"
 
해외로 흩어진 우리 문화유산 24만여 점 중 44%는 일본의 기관이나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상당수 일제강점기에 약탈당한 걸로 추정되지만 돌려받는 건 현재 소유자의 선의에 기대야 해, 가치가 높을수록 환수는 어려워집니다.
 
[아리미쓰 켄/전후보상네트워크 대표]
"(환수와 관련해) 미술관, 박물관, 대학이라든지 그런 데는 어떤 움직임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은 시간이 걸립니다. 또 돌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지난달 27일 환수된 경복궁 선원전의 편액.
 
조선 시대 어진을 모셨던 신성한 공간의 간판도 일본의 한 경매장에서 우연히 발견돼 100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서준/<선원전 편액> 현지 조사위원]
"경매장 한쪽 구석에 처박아 놨어요. 그래서 비참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고…"
 
선원전 편액은 기업체의 거액 후원금으로, 송훈 선생의 현판은 김 씨의 개인 자금으로 사들여 국가에 기부했지만 외국에 있는 수십만 점을 다 돈으로 사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힘의 파워게임에서 (이겨서) 가져간 거죠. 시민의 권력으로 찾는 것도 있지만 가장 좋은 거는 공식 권력이 서로 협상해서 주는 게 가장 좋아요."
 
국보인 조선왕조실록,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얼굴무늬 수막새와 대동여지도 희귀본까지 모두 일본을 떠돌다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김강원 씨처럼 뜻있는 이들의 발품에, 정부의 적극적인 환수 노력이 더해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문다영입니다.
 
영상편집: 이유승 / 영상취재: 김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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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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