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22623
총회장 나서 예배 독려, 민폐 조장하나
[주장] 예배자제 요청에 반발한 보수 개신교 정파적이다
20.03.16 18:31 l 최종 업데이트 20.03.16 18:31 l 지유석(lukewycliff)
▲ 16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해 일시 폐쇄된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 강 교회 주변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보수 개신교계가 상식과 어긋나는 행보를 취하고 있습니다. 보수 개신교계는 잇달아 정부와 각 지자체의 종교 집회 자제 요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먼저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장이자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 목사(부산 백양로교회)가 15일 주일 예배에서 한 설교를 인용하고자 합니다.
"헌법 제37조를 보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중략) 이 헌법 제37조에 근거해 만들어진 법률이 바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도지사나 지방의 시장과 군수들이 바로 이 법률의 제49조를 가지고 (예배를) 제한할 수 있다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교회에도 300만 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해석이다. 그럴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는 침범할 수 없는 것이다. 협조는 구할 수 있지만 어떤 공권력도, 어떤 행정력도 기본권은 침해할 수 없다." (<기독신문> 3월 15일자 보도)
김 목사는 그러면서 "우리 교단 안에서도 여러 목사님들이 지역에서 '예배 드리면 시장이나 군수로부터 300만 원 벌금 맞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다. '300만 원 벌금 내라고 하면 3천만 원 벌금 낼 정도로 예배를 드리라'고 했다"며 "정부가 아무리 힘을 갖고 공권력이 있어도 함부로 국민의 기본권인 예배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국내 최대 보수장로교단인 예장합동은 한 발 더 나아가 종교행사 자제 요청을 종교탄압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예장합동은 11일자 김종준 총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낸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아래 긴급명령) 검토, 국회에서 채택된 종교집회 자제촉구 결의안 등이 "종교의 본질과 자유를 훼손하고 종교단체들을 탄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중집회 자체가 문제라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켓, 백화점, 전철, 버스, 학원, 식당, PC방, 노래방 등 각종 경제활동을 위한 모임까지 전면 금지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일부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치 국민불안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인 것처럼 유독 종교집회만을 금지하려 하고 자제를 촉구하는 건 언론호도이자 형평성을 벗어난 처사"라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15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광림교회와 임마누엘 교회는 예배를 강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광림교회와 임마누엘 교회는 '김홍도 목사 3형제' 중 맏형인 김선도 목사와 김국도 목사가 성장시킨 대형교회입니다. 김선도, 김국도 목사는 보수 개신교의 핵심 인물이기도 합니다.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감 교단이 개신교를 대표하는 보수 교단이고, 예장통합·합동 교단은 국내 최대 교세를 지닌 교단이기에 이들의 움직임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 국면마다 길 잃은 보수 개신교
개신교·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예배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로마 제국의 감시를 피해 지하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발각되면 곧장 죽음을 의미하기에 예배는 곧 순교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창궐하는 와중이고, 그래서 정부는 집단 감염을 우려해 대중집회 자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신천지 예수교 장막성전 대구교회에서 감염자가 계속 나왔는데, 그 이유가 신도들이 맨바닥에 책 한 권 정도 들어갈 틈을 두고서 붙어 앉는 신천지 예배방식에 있다는 전 신천지 신도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꼭 교회라는 특정 공간이 아니어도 목회자의 설교를 들을 수 있고, 성도끼리 교류할 수단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실제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삼일교회, 새문안교회, 소망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는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습니다.
소망교회 장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08년 이후 현재까지 4대강, 강정 해군기지 건설,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최순실 국정농단, 남북 정상회담 등 우리사회의 기본 가치를 묻는 굵직한 의제들이 잇달아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한국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 교회는 바람직한 신학적 대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예로 예배금지를 종교탄압이라고 규정했던 예장합동 교단은 당시 박무용 총회장이 나서서 박근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시국에서도 보수 개신교 교회가 보이는 행태는 사뭇 이해하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예배 자제 요청을 불편하게 여기는 보수 개신교계의 반응은 정파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중집회 자체가 문제라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켓, 백화점, 전철, 버스, 학원, 식당, PC방, 노래방 등 각종 경제활동을 위한 모임까지 전면 금지되어야 한다"는 보수 예장합동 교단의 성명은 지금 구속 중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길거리 집회를 강행하면서 내놓았던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행히 개신교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없지 않습니다. 예장합동 교단 목회자인 양희삼 목사는 교단 총회장 성명에 대해 이 같이 반박했습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 받는 상황이다. 다중 활동을 자제하기 위해 예배를 온라인이나 가정예배로 대체해 달라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이재명 도지사는 합동교단에 속한 교회에 출석하는 집사다. 종교 탄압이라는 프레임은 너무 나갔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 소속으로 예멘 난민 지원활동을 해온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 대표도 보수 교단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홍 대표의 말입니다.
"지금 이웃이 코로나로 생명이 위협당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온 나라가 비상사태로 지내고있다. 이웃을 섬기는 길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하나님은 이웃의 생명을 살리고 안전한 내일을 우리에게 주시고자 한다. 이를 방해하는 세력은 약자를 사랑하시는 야훼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반신앙적 부류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을 향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당부했습니다. 전 '빛과 소금'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교회가 우리 사회에 '민폐'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게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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