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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혼,고구려는 지금 (10·끝)] 주먹구구식 보존―해체…‘반짝 관심’ 도 문제
| 기사입력 2005-03-22 17:00 | 최종수정 2005-03-22 17:00

◇주제= 고구려 유적 실태와 보존 및 활용 방안 
◇대담=최종택 고려대 교수

심광주 토지박물관 학예실장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김용민 국립문화재연구소 유적조사연구실장
김현숙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진행=이광형 문화부 차장 ◇일시장소=2005년 3월 9일 본사 회의실

지난 1월3일부터 ‘민족의 혼,고구려는 지금’ 시리즈를 통해 국내 고구려 유적에 대한 연구 및 관리 실태를 9회에 나눠 보도했던 국민일보가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고구려사 및 문화재 전문가들의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내 고구려유적에 대한 연구와 보존 및 활용 현황에 대해 한결같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주변국의 역사 침탈 시도가 가속화되는 현 시점이 오히려 고구려 유적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접근을 정착시키는 적기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위기는 기회' 라는 지적이었다.

△사회자=지난해 동북공정을 놓고 일었던 파문이 지속적인 고구려 연구와 유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본보가 국내 고구려유적을 20여곳을 전문가와 동행취재한 결과 고구려는 우리의 역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방치되고 훼손돼 있는 것이 현실이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심광주 토지박물관 학예실장=그동안 국내에서는 고구려 역사와 유물·유적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체계적으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현대적 의미의 발굴 역사는 우리의 경우 50여년에 이르지만 고구려 유적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 전부터다. 1994년 서울대 박물관이 아차산 4보루를 발굴한 것이 우연이 아닌 기획에 의한 최초의 고구려 유적 발굴이었을 정도다. 1970년대 서울 구의동 요새나 가락동 고분에서 고구려 유물이 대거 출토됐지만 유물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고구려 유물이 20여년간 국립박물관 백제관에 전시됐다는 것이 우리의 고구려 이해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김현숙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지금도 고구려 유적 전문가는 많지 않다. 지난해 고구려연구재단에서 고구려 유적 수행 과제를 제시했는데 신청자가 아무도 없었다. 재단 인원 가운데서 고구려사 전공자는 단 4명 뿐이고 2명은 지난해말 겨우 선발했다.

△최종택 고려대 교수=발굴 성격도 문제다.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된 발굴은 대부분 도로 건설이나 토지정비 등 개발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구제 발굴 성격이었다. 국내 매장문화재 발굴 건수는 연간 1000건이 넘지만 절반 이상이 구제발굴이다. 이는 출발부터 파괴를 전제하고 있다는 뜻으로,보존 가치가 있어도 문화재청의 보존 결정을 얻기가 쉽지 않다. 큰 공사의 경우 경제적 손실이 200억∼300억원씩 되기 때문이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정치적 영향도 컸다. 북한이 고구려 유적을 집중 발굴할 당시 박정희 정권은 통일신라 시대 유적을 집중적으로 발굴했다. 정치적 정통성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은 통일신라를 강조했기 때문에 당연히 고구려 유적은 빛을 보기 어려웠다.

△사회자=국내 고구려 유적은 중국과 북한의 유적에 비해 규모가 작다. 어떤 성격이고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김 실장=남한에서 고구려가 태동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고구려 쪽에서 보면 변방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독자적으로 남은 특수 유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자료 중 단위 유적의 전모가 밝혀진 적이 없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이 유적을 활용해 고구려 군사체계를 연구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한강 유역 유적 조사는 백제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고구려나 신라와 연계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심 실장=고구려 남진정책 이후 남은 변방유적이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백제,신라의 역사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그 궤적을 추적해야 한다. 국내에 남은 일부 유적을 보고 고구려 유적 전체를 이해하려 들어선 안된다는 의미다. 고구려는 웅장한 제국의 나라였고,유적 또한 화려하다.

△김 연구위원=무엇보다 국내 고구려 유적의 객관적 상황에 근접하는 기초조사가 선행되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동북공정이 한참 문제될 때 여기저기서 강사 초빙이 쇄도하더니 요즘은 뚝 끊겼다. 역사 문제는 단발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과제다.

△김 실장=같은 문제의식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올해 고구려 유적에 대한 실태조사를 체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삼국간 각축 과정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 교수=비단 고구려사 뿐 아니라 일반 유적과 유물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지적 관심은 이미 충분하다. 1994년 아차산 4보루 발굴 현장설명회를 2차례 열려고 했는데 등산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 2000여명에게 10차례나 설명회를 개최했다. 문화관광부나 문화재청도 시민들의 수준에 맞게 체계적 문화 서비스를 창출해내야 할 때인 것 같다.

△사회자=요즘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화’를 앞세워 수십억씩 들여 국적 불명의 성곽을 복원하는 경우가 많다. 별로 찾는 사람이 없는 데도 관광지로 개발하는 전시행정의 예다.

△김 연구위원=유적은 가치에 따라 발굴 뒤 기록을 보존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보존하는 것,발굴 뒤 덮어 두는 것,발굴 뒤 복원하는 것 등 4단계의 활용 방법이 가능하다. 아차산은 산 전체가 보루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고구려 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 교수=아차산은 학생들을 위한 고구려 수학여행 코스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경기 구리시나 서울 광진구는 역사관이나 체험관을 만들 수 있고,풍광이 좋은 경기 북부 지역의 보루는 역사기행 코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유적 활용 방안은 유적의 성격과 가치에 맞게 고민해야 한다.

△황 위원장=역사와 문화가 유행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치적 또는 경제적 도구로 활용돼서도 안된다. 이 경우 역사는 진정한 역사로서의 의미를 잃고 만다. 고구려가 유행인가? 너도 나도 고구려니 백제니 하면서 성곽을 복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유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나가야한다.

△심 실장=보존과 활용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보존과 해체 두가지 모두 적절한 검증 절차가 있뤄져야 하는 데 지금은 양쪽 다 주먹구구식인 것 같다. 문화재청이 체계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때다. 

정리=강주화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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