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508171654872
지켜지지 않은 '삼성의 약속'..'경영권 승계' 아닌 '납세의무'부터
박대기 입력 2020.05.08. 17:16 수정 2020.05.08. 18:04
2008년 특검 당시 이건희 경영 퇴진..2년 내 복귀
함께 물러난 이재용 최고고객책임자, 1년 뒤 최고운영책임자로
4조 5천억 비자금 사회 환원도 안 지켜
'자녀 불승계' 어겨도 강제할 방법 없어
법이 요구하는 것은 '승계 금지'가 아니라 납세
"지난날의 허물을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
2008년 4월 2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경영 퇴진을 선언했습니다. 4조 5천억 원 차명계좌 문제 등으로 특검 수사를 받은 직후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안 된 2010년 3월 24일, 이 회장은 조용히 경영에 복귀합니다. 이번엔 기자회견도 없었습니다. 어떤 명분이었을까요? 당시 삼성이 내세운 이유는 '도요타 쇼크'였습니다.
당시 도요타는 자동차 안전성 문제로 미국에서 논란이 됐는데 도요타 사장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것을 보고, 삼성도 위험할 수 있겠다 싶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도요타는 별문제 없이 지금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어긴 약속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이 퇴진하던 날 삼성 이학수 부회장이 발표한 '삼성 쇄신안'은 대략 10가지 정도였습니다. 그 약속, 지켜졌을까요? 가장 핵심적인 6가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사회환원 약속한 4조 5천억 원 비자금은 어디로?
특히 2008년 당시 가치로 4조 5천억 원이나 되던 차명계좌에 대한 세금납부와 사회 환원 약속은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주가 급등으로 지금 가치로는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2008년 4월 22일 이학수 삼성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故이병철 회장도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은퇴 2년 뒤 복귀
이건희 회장의 아버지인 故 이병철 삼성 회장도 은퇴 선언을 2년 만에 번복한 적이 있습니다. 1966년 사카린을 건설자재로 속여 밀수해 판매하려던 것이 적발되자 은퇴를 발표했지만 2년 뒤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겁니다.
이렇게 삼성 총수들이 약속을 번복할 수 있는 이유, 바로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요타 자동차가 어려운 것' 등 다양한 명분을 내세워 경영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사과를 통해서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번 약속도 강제할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오랜 기간 감옥에 갇히느냐 여부가 결정될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사과 자체가, 그 판결을 내릴 재판장의 주문에 따라 '스스로 만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른 것입니다.
만약 몇 달 뒤 판결에서 집행유예 등 선처를 받은 뒤에 선대와 같이 약속을 번복하더라도 약속을 지키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의 퇴진에서 2010년 복귀 사이 2년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2008년과 2009년 이건희 회장은 조세포탈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배정으로 징역 3년형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습니다. 이어 2009년 12월에는 평창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특별사면됐습니다. 특검 수사결과 발표 직후 사퇴했지만, 재판 결과에 대해 사면받자 불과 석 달 뒤 경영에 복귀한 것입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공평한 납세이지 자녀에게 물려주지 말라는 것 아냐"
이 부회장의 사과문은 약속 자체가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 먼 해법입니다.
이 부회장은 20여 년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취득과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 사채 헐값인수, 일감 몰아주기, 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또 이를 통한 삼성물산 합병비율 조작 등의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이 부회장이 증여세나 상속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선대의 재산을 물려받으려 한다는 의혹입니다. 이는 곧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누구나 법에 정한 세금을 내고 물려주라는 것이지 물려주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높은 상속세율이 문제라는 주장도 나올 수 있습니다. 가치관에 따라 가업 승계를 위한 세금은 깎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또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식으로 상속은 쉽게 하고 공공의 이익을 취하는 방법도 가능은 합니다. 그렇다면 정당한 절차로 먼저 법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법치주의 자유민주국가 시민의 의무인 납세 의무를 다 하고 적법하게 자녀 상속을 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여기서의 '상속'은 재산의 상속을 말하는 것이지 경영권 상속은 아닙니다. 경영권 자체는 상속의 대상은 아닌 것이죠. 경영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는 주주들이 정하는 것이지 불과 몇 %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 한 사람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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