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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해와 정안국
임상선/고구려연구재단

발해가 멸망한 후 그 유민들은 발해 왕조를 다시 세우려는 부흥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였다. 후발해를 시작으로 정안국, 흥요국, 대발해국이 발해 멸망 후 100년이 넘도록 거란의 지배에 항거하며 등장한 부흥국가들이다.


1.후발해

발해가 멸망한 후 거란에 의해 세워졌던 동란국이 927년 서쪽의 요양으로 옮겨간 후 이후 세워진 최초의 발해 부흥국가를 926년 이전의 발해와 구별하여 ‘후발해’라고 한다.

후발해는 고정사가 발해 사신으로 후당에 갔던 929년 처음 기록에 등장하고, 멸망 시기는 후발해의 을야 정권이 거란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붕괴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1003년 무렵으로 보고 있다.

후발해의 대씨 정권은 건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을야 출신의 오씨로 정권이 바뀌면서 ‘대씨발해’가 ‘오씨발해’가 되었다. 후발해는 5대와 활발히 교류하였는데, 929년 고정사가 후당에 들어가 방물을 바치자 명종은 그에게 태자세마의 관직을 내렸다.

931년에는 성문각이 후당에 갔으며, 그 다음 해인 장흥 3년에도 사진을 파견하여 조공하였다. 935년에는 남해부도독 열주도가 방물을 바치고 검교공부상서직을 받고 왔으며, 같이 갔던 오제현은 시광록경을 받았다.

후발해와 중국과의 관계는 954년 7월 발해 호족 최오사 등 30인이 후주에 귀화했던 기록이 마지막인 것으로 보아, 이 때부터 후발해는 주로 내정과 거란과의 관계에 관심을 쏟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975년에는 발해 유민 출신의 장수 연파와 함께 발해의 옛 부여부를 탈환하기 위한 군사 작전을 펴기도 하였다. 그리고 발해의 옛 장령부 지역이었던 휘발하 유역에서의 싸움에서도 원군 7천 명을 보내었으며, 979년경에는 정안국의 일부 세력을 규합하기도 하였다.


2.정안국
 
발해의 서경 압록부가 있던 압록강 일대에서도 발해 유민들의 부흥운동이 일어나 정안국을 세우고 거란에 대항하였다. 정안국의 건국 연도에 대해서는 935-936년설과 937년, 970년설 등이 있는데, [송사] 열전에는 정안국이 다음과 같이 별도로 기록되어 있다.

정안국은 본래 마한의 종족으로 거란의 공격을 받아 무너지고 그 추장이 남은 무리들을 규합하여 서쪽 변경에서 건국하고 개원하였으며 나라 이름을 스스로 정안국이라고 하였다.

970년 그 국왕인 열만화가 여진의 사신 편에 글과 공물을 바쳤다. 송의 태평흥국(976-984) 기간에 태종이 거란을 공격하려고 정안국에 글을 보내 호각지세를 이루자고 하고, 정안국도 거란에 대한 복수를 꾀하려던 차에 좋아하였다.

981년 겨울 당시의 왕인 오현명이 여진 사신 편에 보낸 글에서도 송이 거란을 토벌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하였다. 989년에는 그 왕자가 여진 사신 편에 말 등을 보냈고, 991년에도 그 왕자인 태원이 여진 사신 편에 글을 보냈으나 그 후는 다시 이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송사]와 비슷한 시기에 간행된 [문헌통고]에도 실려 있다.

정안국은 그 왕이 처음에는 열만화였다가 얼마 후에는 오현명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아 왕권의 교체가 있었다. 정안국의 오현명은 고구려의 옛 땅과 발해의 유민이라고 하며 고구려-발해-정안국이라는 계승 의식을 갖고 있었고, 특히 원흥이라는 연호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정안국은 인접한 거란의 위협에 대항하는 한편으로 거란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던 남쪽의 송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였다. 여진을 사신을 통한 간접적인 교류이긴 했지만, 거란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한 두 나라 사이의 결의를 엿볼 수가 있다.

정안국은 985년 거란 성종의 여진 정벌이 이루어진 시기를 전후하여 멸망하였을 것이지만, 한동안 더 존속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991년 송에 정안국의 왕자의 글이 보내지고, [고려사]에 정안국인의 고려 내투가 1018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요가 정안국을 정벌한 이유는 고려 정벌을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측면과 함께 정안국이 송과 함께 고려에 대항하려고 한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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