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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12일만에 코빼기” “늑장으로 역병 창궐” 비판에 고소
대구MBC 기자 “실신한 대구시장 혈기 왕성” 작심비판… 권영진 대구시장 “명예훼손”
김도연·박서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승인 2020.05.09 21:36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 대구MBC 기자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에 이어 검찰 고소까지 진행하자 대구 언론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7일 대구·서울MBC 이야기를 종합하면, 권 시장은 자신을 비판한 대구MBC 기자를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했다.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달 7일 대구MBC 라디오 ‘뉴스대행진’이었다. 진행자인 이태우 대구MBC 기자(대구MBC 취재부장)는 이날 방송 클로징에서 “12일 만에 코빼기를 내민 권영진 대구시장이 전국적인 대유행을 대구에서 막았다고 자화자찬했다”며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던 대유행을 대구만 겪은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초기 대응이 성공적이었다는 대구시 평가보다는 실패한 늑장 대처 때문에 대구만 역병이 창궐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실신했다던 대구시장 목소리는 너무 힘에 찼고 혈기는 왕성했다”고 꼬집었다. 권 시장의 코로나19 대응이 명백히 실패했다는 쓴소리였다.
이후 권 시장은 언론중재위에 대구MBC의 정정·반론 보도를 요구했다. 대구시는 해당 방송 가운데 “12일 만에 코빼기를 내민 권영진 대구시장” 및 “실패한 늑장 대처 때문에 대구만 역병이 창궐했다”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 권영진 대구시장. 사진=권영진 페이스북.
대구시는 ‘12일 만에 코빼기를 내민 권영진 대구시장’이라는 표현에 “권 시장은 지난 3월26일 과로로 쓰러진 후 5일 만인 3월31일 저녁에 코로나19 종합점검회의 주재를 시작으로 업무에 복귀했다”는 입장이다.
‘실패한 늑장 대처 때문에 대구만 역병이 창궐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수차례 대구지역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의 원인은 신천지 대구교회의 집단 감염이라고 밝혔다”며 대구시의 대처 때문에 감염이 확산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지역의 최초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비상 체제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확진자 발생 후에도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 중증 환자 분리 정책, 생활치료센터 도입 등 선제적 대처를 했다”며 “따라서 대구지역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원인을 대구시 방역대책으로 보도한 것은 대구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중재위는 대구시가 제기한 정정·반론 보도 신청에 대해 ‘조정불성립’ 결정을 내린 상태다. 언론중재위에서는 양쪽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권 시장이 기자의 라디오 방송 멘트를 이유로 고소까지 나선 데 대해 언론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언론노조 대구MBC 지부는 7일 성명을 통해 “언론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권영진 대구시장 모습은 민주주의 핵심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과거 언론 탄압을 통해 시민사회를 통제했던 부패한 권력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구시의 모든 역량을 모아 재난 대응을 하겠다던 대구시장 말과 달리 지금까지 대구시 재난 대응은 적어도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그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지역 언론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당한 쓴소리에는 발끈해 제동을 걸면서, 뜬금없는 홍보성 기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동원해 자랑을 일삼고 있다. 과연 이런 행태가 재난에 휩싸인 광역시를 책임지는 자치단체장 품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영진 시장은 현재 진행형인 재난 극복에 온종일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라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비판 언론을 겁박해서 논조를 바꿀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라”며 “합법을 빙자한 무차별 소송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발상을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기자협회 대구MBC지회는 대구시의 언론관을 또 다른 사례로 비판했다. 대구MBC지회에 따르면, 대구MBC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 대구시 코로나19 공식 브리핑 채팅창에 어떤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들에게 “사이버수사대 고발”까지 언급하며 발언을 방해한 적이 있었다.
대구MBC 조사 결과 이 이용자는 대구시 홍보 담당자였다. “떳떳하다”고 한 이 대구시 홍보 담당자는 자기 댓글이 문제될 것을 걱정한 듯 자신의 아이디를 다른 아이디로 바꿨다. 기자협회 대구MBC지회는 7일 “대구시가 언론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얼마나 빈약하고 우스꽝스러운지 증명하는 슬픈 현주소”라며 “대구시에 요청한다. 언론을 제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 하지 말라. 언론 입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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