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전도사 열전 - 2> ‘4대강 막말, 억지, 남 탓 종결자’ 박석순 환경과학원장
2013/03/22 09:10  에코씨네

22일 물의 날, 우리 사회 이성과 상식 바로 잡으려면.... 먼저 책임져야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 (노컷뉴스).jpg

▲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 (사진출처 : 노컷뉴스)   
 
‘고인 물이 썩는다’라는 말은 인류 수 만 년 생존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적 진리이자 과학적 상식이다. 지난 MB 정권이 임기 내 강행한 4대강 사업은 ‘고인 물’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정권은 ‘4대강 사업을 통한 고인 물은 썩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기후변화, 홍수·가뭄 해결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 등이 4대강 사업을 통해 해결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막대한 홍보와 정권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은 실패한 사업으로 종결짓고 있다. 우리 사회가 22 조 원이라는 엄청난 혈세를 쓰고 확인한 것은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상식이다. 애초 4대강 사업 논쟁은 상식에 기초했다. 그리고 강에 콘크리트를 철거하는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인간과 자연에게 있어서 무엇이 더 유익한지를 논하는 이성 논쟁이었다.
 
문제는 지난 MB 정권이 4대강 사업에 정권의 운명을 걸면서, 상식과 이성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MB 정권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취했다. MB 정권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상식적 비판을 ‘반대를 위한 반대’ 치부했다. 이를 받아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4대강 사업 비판을 좌파들의 상투적인 ‘치고 빠지기 전략’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한 술 더 떠, MB 정권은 ‘4대강 비판 = 종북 세력’으로 규정했음이 드러났다. 지난 18일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은 원세훈 국정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서는 4대강 사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반대는 ‘종북세력’, ‘내부의 적’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MB 정권이 4대강 사업에 광적으로 집착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것이다.
 
박석순, 학계에서 4대강 색깔론 주장
 
이성과 상식에 입각한 비판에 ‘종북’ 등으로 색깔을 입히는 것은 우리 현대사에 비일비재 했듯이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 치졸한 술수였다. MB 정권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상식적, 이성적으로 빈약한 논리를 이념 전술로 충당한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4대강 사업 비판을 치졸한 이념 전술로 규정한 것은 MB 정권의 국정원만이 아니었다. 부끄럽게도 지성의 상징이라는 학계에서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현재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으로 있는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다.
 
박석순 원장은 2012년 3월 발간한 자신의 책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에서 4대강 사업을 비판해온 환경단체를 가리켜 ‘친북 좌경화된 환경단체’라 매도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전문가들에 대해서는 ‘위선의 환경주의자’, ‘사기꾼’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박석순 원장의 4대 비판 진영에 대한 막말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2008년 3월 전국적으로 한반도 운하를 비판하는 대학교수 2400 여 명이 뜻을 모아 ‘운하반대교수모임’ 결성했다. 이 정도 규모는 1987년 6월 항쟁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박석순 원장은 이를 두고 “참여하는 교수를 보니 문국현씨의 선거 전략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며 운하반대 교수모임의 취지를 폄훼했다. 이어 박 원장은 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의 ‘4대강 정비 사업은 대운하’라는 양심선언을 두고 “무능고백”, “이름도 없는 이상한 연구원”, “한심” 등의 용어를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박석순 원장의 4대강 광기는 MB의 그것과 닮았다.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할 때 토론회 등에서 ‘배가 지나가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그의 주장은 과연 그를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들게 했다. 그는 2009년 9월 “4대강 정비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4대강 정비는 당초 한반도 대운하에서 물류기능만 빠졌다”면서 “4대강 살리기 반대는 한 마디로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며 4대강 광기를 드러냈다.
 
박석순 원장은 4대강 사업 만능론의 주창자였다. 그는 2009년 11월 11일 서울신문 기고를 통해 “4대강에 보와 준설이 필요한 것은 잃어버린 강의 기능을 찾기 위함이다. 퇴적된 토사를 걷어내고 맑고 풍부한 물을 채우는 것이야말로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MB와 같은 논리를 펼쳤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왜관철교 붕괴, 지류지천 역행침식 현상이 버젓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준설을 통해 물그릇이 커져서 홍수 예방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12년 8월 26일 한국경제 <`녹조현상` 네 탓 말고 과학적 이해를>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그는 “4대강 사업은 오히려 녹조현상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 과학적인 설명에 가깝다. 수변정비, 퇴적물 준설, 유입 오염원 차단, 하수 고도처리 등으로 영양물질이 감소했고, 보가 수심을 깊게 하고 수량을 풍부하게 해 폭염에도 수온 상승을 억제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말 바꾸기와 남 탓의 달인
 
박석순 원장은 4대강 막말, 억지 주장에 이어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는 2006년 11월 8일 동아일보에 “인공적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이으면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라 했으나, 2007년 4월 '경부운하 건설로 생물종이 이동해 고유종이 멸종하고 생물다양성이 저하될 것'이라 우려하는 어류 전문가의 지적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2006년 7월 26일 조선일보에 준설이 수질 개선에 실효성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으나,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이 추진될 때는 적극적으로 준설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그는 남 탓도 잘한다. 그는 배가 지나가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에 대해 2012년 2월 1일 한겨레신문 기자가 “그런 논문이라도 나온 게 있나요? 국립환경과학원장으로서, 과학적으로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겁니까?”라고 물어 봤다. 이에 박 원장은 “ (논문이 있는지에 대해선) 나는 모릅니다. (선박으로) 수질 개선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나한테 묻지 마십시오. 장석효씨 (현 도로공사 사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때 고위 간부였고 대운하 추진론자였음)에게 물어보십시요. 2006년에 유럽에 대운하 견학을 갔습니다. 그때 독일의 운하 전문가가 그렇게 얘기를 해줘서 홍보 동영상에 (장석효씨가) 집어넣은 겁니다. 나는 동영상을 설명하면서 말했을 뿐입니다. ‘그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해명해 주는 거였습니다.” 라고 말했다.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책에서 4대강 비판 환경단체와 전문가를 ‘친북 좌경화된 환경단체’, ‘위선의 환경주의자’, ‘사기꾼’ 등으로 비난 한 것이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이를 엉뚱하게 남 탓으로 돌렸다. 2012년 10월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는 “(4대강 비판 진영에 대한 원색적 비난 등은) 이게 보면 이상돈 교수님이, 지금 중앙대학교 이상돈 교수님이 쓰신...” 것 이라며 말을 흐렸다. 그러나 중앙대 이상돈 교수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매우 강한 비판 입장을 피력해 왔었다.
 
물의 날, 부끄럽지만 이성과 상식 바로 잡아야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3년 시작돼 올해로 스물한 번째가 됐다. 이 날에는 국제연합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각국에서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로 여러 기념식이 열린다. MB 정권이 오래지 않은 과거가 된 현재, 우리가 물의 날에 기념해야 하는 것은 부끄럽지만 물에 대한 이성과 상식을 바로 잡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훼손하고 폄훼한 이들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월 19일, 나간채 전남대 교수, 노진철 경북대 교수, 이시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준구 서울대 교수, 조해붕 신부 80 여 명의 사회인사로 구성된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는 4대강 사업 핵심 책임인사를 의미하는 ‘4대강 스페셜(S)급 인사로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10인을 선정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 파괴에 가장 앞장선 인사라는 것이다. 여기에 박석순 원장이 포함되는 매우 당연하다.
 
권력이 바뀐 후 박석순 원장은 국립환경과학원장 자리에서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부정한 인사의 경질은 매우 당연하다. 그러나 박 원장의 변신은 때론 우리를 놀랍게 만들고 있다. 그는 작년 6월 5일 동아일보 기고 <“환경운동 30년은 역사왜곡” 1963년 공해방지法 감안해야>에서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바탕으로 환경운동을 30년으로 잡는 것은 “역사 왜곡에 가깝다”고 말한다.
 
박 원장은 2005년 10월 자신의 책 『살생의 부메랑』의 부록 ‘국내 주요 환경사’에서 1982년 ‘최초의 환경운동단체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창립’이라 정리해 놓고도 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보건사회부에 공해방지법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면서 환경운동의 시작을 박정희 시대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환경운동은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박정희’와 ‘새마을 운동’은 현 박근혜 정권의 키워드 아닌가? 박 원장의 탁월한 권력 감에 혀를 내두를 판이다.
 
박 원장이 다시 대학(이화여대)으로 돌아가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권력을 위해서 억지 주장을 펼쳤고, 막말과 말 바꾸기를 계속해왔다. 이는 전문가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자, 사회인사로서 매우 부당한 처신이다. 그의 제자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상황에 따라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자신에게 비판적 인사에 대해서는 막말을 하고, 자신의 논리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을 가르치겠는가?
 
박석순 원장은 4대강 사업 실패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는 인사다. 역사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으며,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그는 국민에게 사죄하는 것도 모자라다. 마땅히 스스로 공직과 교직에서 물러나, 역사의 준엄한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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