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MB, 거짓말, 윌리엄스 증후군
머니투데이 이승형 부장 |입력 : 2013.07.31 07:15
‘윌리엄스 증후군’이라는 유전병이 있다. 7번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희귀한 질병이다. 이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평생 처음 만난 이에게도 현관문을 열어줄 만큼 타인을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짙다. ‘남을 너무 쉽게 믿는 장애’인 것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남을 속이고, 이용하고, 착취하는 데 능한 유전자들이 있다. 이른바 ‘나쁜 유전자’다. 이 유전자들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음모, 사기, 포장, 작당 등에 유별나게 뛰어난 능력을 갖는다. 시쳇말로‘잔머리’가 발달해 있다는 뜻이다.
만약 윌리엄스 증후군 환자와 나쁜 유전자 소유자가 만나게 될 경우 그 결과는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교언영색과 감언이설로 무장한 자를 무지하고 순진한 사람이 당해낼 재주는 없다. 그 일방적인 함수 관계는 세계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악의(惡意)를 가진 지도자에게 이용당하는 국민들을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국민도 한때 집단적 윌리엄스 증후군에 빠져 있었지 않았나 싶다. 다름 아닌‘MB의 시대’에서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최근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은 다름 아닌 대운하 사업”이라고 발표한데 이어 이를 입증하는 비밀문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대국민 담화, 2009년 6월 29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이 반대한다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사업 포기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민주당 김현 의원실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말은 그냥 ‘말’뿐이었다. 2009년 2월 13일에 작성된 이 문건에는 “한반도 대운하 안은 지금 분위기로 할 수 없으니 1단계로 국토부안으로 추진하고, 경제가 좋아지고 경인운하 등으로 분위기가 성숙되면 대운하 안으로 추진하라”는 당시 박영준 국무차장의 지시내용이 담겨 있다. 대통령이 국민 면전에 공식 포기 선언을 했음에도 뒷전에서는 국민 모르게‘딴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던 4대강 사업의 비밀 하나가 벗겨진 셈이다.
혈세 22조원이 투입된 국정과제 1순위 사업의 타당성이나 ‘녹조 라떼’로 대변되는 환경 파괴,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등을 새삼 논하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은 한 지도자와 그를 따랐던 세력의 불순하고 음험한 ‘언행불일치’에 대해서 따져 묻고 싶다. 4대강 사업 말고도 이 전 대통령의 언행불일치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차고 넘친다. 지도자의 거짓말은 역사 저편으로 떠나보낼 일이 아니다. 망각의 늪으로 가라앉힐 일이 아니다. 그냥 묻어둔다면 앞으로도 어떤 지도자든 천문학적인 국민 돈을 써가며 ‘사기극’을 벌이고도 역사의 단죄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역사는 반복돼서는 아니 된다. 국민들을 '침묵하는 양떼'쯤으로 보는 일이 반복돼서는 아니 된다.
국회는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해 따져 물을 때가 됐다. 국민들을 지리한 장마처럼 짜증나게 하는, 소모적인 북방한계선(NLL) 정쟁은 이제 그만하라. 누가 국민들을 속이라고 했으며, 그렇게 해서 누가 이익을 챙겼는지, 누가 국민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갔는지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 보라. 그것이 진짜 ‘민생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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