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39026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시급하다

[우리는 왜 의료영리화를 반대했나④] 공공병원 확충의 중요성

20.05.11 10:59 l 최종 업데이트 20.05.11 10:59 l 이조은(achampspd)


코로나19 확산세에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국형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한국의 의료공공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를 거치는 동안 더욱 가속화 되어왔다고 지적한다. 감염병 대응책으로서 단기적 시야의 '공공의료'를 넘어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의 틀을 재고하는 '재난 이후의 공공의료'를 고민한다.[편집자말]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언제든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 2차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에 꾸준히 동참하는 것과 함께, 정부가 놓치고 있는 대책은 없는지 시민의 입장에서 모니터링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코로나19 2차 유행을 대비하는 데 가장 필요한 대책 중 하나는 '공공병원 확충'이다. 공공병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등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민간병원이 수행하지 않는 저소득·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필수 공익기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병상 수 기준으로 봐도 공공병상 비율은 10% 정도로 OECD 평균 73.7%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의료민영화가 극에 달한 미국과 일본의 공공병상 비율이 25% 안팎이니 한국의 공공병원이 얼마나 적은 수치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던 당시 공공병원이 부족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대구에서 환자가 급증했을 당시 2300여 명의 확진자가 집에서 대기해야 했을 만큼 공공병상이 부족했고 여러 확진자가 입원을 기다리다가 사망했다.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4명 중 3명을 진료한 반면, 전체 병상의 90%를 보유한 민간병원은 나머지 1명을 진료하는 데 그쳤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건물 외벽에 있던 대형 간판을 철거하는 등 흔적 지우기를 했다. 사진은 본관 건물 현관 앞에 있는 '출입금지' 안내문.

▲  2013년 8월 15일,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건물 외벽에 있던 대형 간판을 철거하는 등 흔적 지우기를 했다. ⓒ 윤성효


코로나19 2차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병원 확충에 힘이 실려야 한다. 그중 당장 주목해야 할 것은 2013년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라는 경남 지역시민사회의 목소리다. 진주의료원은 1910년 문을 연 우리나라 대표적 공공의료시설이다. 진주의료원은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 1만 2천여 명을 진료하며 공공의료기관으로 큰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2013년 2월 26일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취임 두 달 만에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하고 강행했다.


적법하지 않은 폐업 절차도 큰 논란이었다. 지역시민사회·의회와의 협의 없이 폐업이 강행됐고, 경상남도의회의 폐업 조례 의결 이전에 폐업을 신고하는 등 적법한 절차가 무시됐다. 당시 홍준표 전 지사는 진주의료원의 2012년도 적자가 69억 원이고 5년 안에 파산할 것이기 때문에 폐업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69억 적자의 내용을 따져보면 대부분 '시설 및 장비 구입과정과 의료원 신축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 상환비, 공공의료 사업수행비 등'으로 실제 경영상 적자는 3억 원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자산가치 1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진주의료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적자도 아니었으며, 공공의료 수행에 따른 '착한 적자'를 '문제'로만 평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는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도 야기했다. 폐업 결정에 따라 진주의료원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강제 퇴거당했고, 이후 1년 동안 입원환자 203명 중 42명이 숨졌다. 유족들은 강제전원으로 기대수명을 다하지 못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의 건강권을 침해한 사례라고 판단했다. 


진주의료원이 폐업된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지역노조와 시민단체는 진주의료원을 불법·강제 폐업하고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한 홍준표 전 지사를 기소할 것을 주장하며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2차 유행 대비, 진주의료원 재개원부터

  

 2013년 6월 12일, 당시 진주의료원 정상화와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렸다

▲  2013년 6월 12일, 당시 진주의료원 정상화와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렸다 ⓒ 참여연대


무엇보다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서부경남지역 공공의료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진주에서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서부경남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이 없던 탓에 확진자들은 마산의료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만약 경남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을 것이다. 즉각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추진하여 코로나19 2차 확산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참여연대는 코로나19 2차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공공병원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병원 확충 시민 캠페인'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주장하는 바이다. 더 늦기 전에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여 서부경남 지역에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 1만인 온라인 서명 참여하기 ► bit.ly/열어라진주의료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코로나19 2차 유행 대비를 위해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 1만인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5월 30일까지)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코로나19 2차 유행 대비를 위해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 1만인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5월 30일까지) ⓒ 참여연대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조은 님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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