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새국면 맞았다…왜?
범야권, 국정원 특검 요구…시국회의 측, 촛불집회 추석 전까지 밀어붙인다
최신형 기자  |  csh@everynews.co.kr  승인 2013.08.25  

▲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불길 확산이냐, 동력 상실이냐.” 중대기로에 처한 국정원(국가정보원) 규탄 촛불집회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범야권이 국정원 댓글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전면에 내세워 국면전환을 꾀할 방침인데다가 원외 운동정치인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추석 전까지 끌고가는 장기전 체제에 돌입해서다.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국정원 국조 청문회)가 사실상 무(無)소득으로 마무리되면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동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특검과 장기투쟁’을 천명한 범야권이 정국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정원 국조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지난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잇따라 열린 민주당 제4차 국민보고대회와 국정원 규탄 제9차 촛불집회에선 “국정원 대선 개입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정원 정국, 특검 서명운동으로 전환…민주당도 장기전 예고

참여연대 등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국정원 시국회의) 측이 이날 오후 7시부터 주최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서 3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5천여 명)의 시민들은 ‘특검 도입’, ‘박근혜 대통령 사과’, ‘국정원 개혁-남재준 해임’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맹비난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연단에 올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독립적 특검이 필요하다”면서 범국민 서명운동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원 정국은 기존의 국정원 국조 청문회에서 특검 도입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위한 특검 요구는 정치권에서도 터져 나왔다. “민주당은 특검 조사 등을 통해 완전한 진상규명이 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우원식 민주당 의원)”

더 나아가 특검 요구를 넘어 국민항쟁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국정원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다면 이 마음의 촛불이 거리의 촛불이 되고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될 것”이라고,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전 국민이 정의로운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이 같은 날 오후 5시 30분부터 주최한 제4차 국민보고대회에서 김한길 대표는 ‘노숙투쟁’을 언급하며 대여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민보고대회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27명 중 101명과 당원과 시민 7천여 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의 벽이 제아무리 높아도 여러분의 함성은 그 벽을 충분히 넘을 것이고, 마침내는 이 땅에 민주주의를 다시 반드시 세워낼 것”면서 “우리의 투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내외 병행투쟁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국회 일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천막에 많이 못 있게 되면, 그때는 제가 낮이나 밤이나 새벽에도 천막을 집 삼아 여기 광장의 천막을 지켜내겠다”고 노숙투쟁에 대한 뜻을 밝힌 뒤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김한길이가 여기 광장에서 노숙하면서 천막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국조 청문회와 관련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국정조사였다. 국정조사를 보면서 청문회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 “(역대 어느 정부도) 막가파식으로 국민과 국회를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능멸했던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을 겨냥, “계속되는 침묵이 나라를 더욱더 큰 혼란으로 내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침묵을 깨고 말해야 한다”면서 “국민과 국회의 뜻에 따라 국정원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가 무너진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 국민에게 직접 대통령이 사과해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 시국회의 측은 내부적으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추석 전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진영 한 관계자는 국정원 국조 청문회가 끝난 23일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전한 뒤 “진보정당 내부적으로도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추석 전까지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내달 중순까지는 이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민주당 김한길호(號)의 행보다. 민주당이 연일 장외투쟁의 당위성을 외치고 있지만, 결산국회 등을 명분삼아 원내회군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박 대통령이 여야 3자회담과 국정원 개혁 등 그간 범야권의 요구사항 중 일부를 수용한다면 민주당의 장외투쟁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민주당의 향후 행보가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도 기자와 통화에서 “국정원 정국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전략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속마음을 모르겠다”면서 “통합진보당은 우리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그(장외투쟁)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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