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 댓글 보고서’ 분석관 서명도 없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13-09-02 06:00:03ㅣ수정 : 2013-09-02 08:29:39

당시 수사팀 관계자 “보도자료 나간 뒤에야 열람”

국가정보원 대통령선거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정황들이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팀 관계자는 1일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해 12월16일 밤 보도자료가 다 나간 뒤에서야 서울청 분석보고서를 볼 수 있었다”며 “하지만 보고서에는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관의 서명조차 적혀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방·지지 글 없다’고 했지만 문재인·민주당 관련 77개나
여론조작 방법 기재한 파일도 수사 축소·은폐 정황 또 확

수서경찰서장은 지난해 12월16일 오후 10시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관실로부터 A4 2장짜리 증거분석 결과보고서를 받았다. 이후 불과 30분 만인 오후 11시에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가 언론에 공개됐다. 내용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29)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시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보도자료가 나간 뒤에야 이 증거분석 보고서를 오후 11시 이후 수서서장을 통해 열람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수사팀은 이때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반대했지만,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은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관들을 독촉해 분석 이틀 만에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이 때문에 책임소재를 피하며 축소·은폐를 하기 위해 서명 날인을 생략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서울청의 분석결과를 놓고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울청은)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씨가 의견을 달았던 게시글의 내용을 찾아본 결과 ‘문재인’ ‘민주당’과 관련된 글이 77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에 구글링(인터넷검색) 작업만으로 찬반 글이 47개가 나왔다고 알려진 것보다 많은 양이다.

수사팀은 12월19일 새벽 김씨의 컴퓨터 증거분석자료를 받아와 검토한 결과 ‘여론조작을 하기 위한 작업 방법’ 등을 기재한 메모장 파일을 발견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아이디와 닉네임이 포함된 102개의 검색결과를 발견했고,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에 김씨의 컴퓨터에서 추출한 닉네임 20개 중 17개가 가입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임의제출받은 김씨의 컴퓨터 등을 며칠간 분석했던 서울청은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지만, 수사팀은 한나절 만에 쉽게 찾은 것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서울청이 증거분석과정에서 김씨의 대화명을 확인한 즉시 또는 적어도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증거분석자료를 가독성 있는 출력물 형태로 반환했다면 19일 이전에 ‘오유’ 사이트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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