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안나오는 언론... 이유가 궁금하세요?
[서평] 박주현 시민기자가 쓴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
13.09.08 17:07 l 최종 업데이트 13.09.08 17:07 l 김현(dasolsori)

"왜 촛불 집회는 뉴스에 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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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 /박주현 지음 ⓒ 한국학술정보

얼마 전, 한 아이가 이렇게 물어왔다. 그 질문에 "글쎄다, 왜 그런지 네가 생각해보렴"이라고 답을 질문한 아이에게 떠넘겼던 적이 있다.

국정원 선거개입 촛불 집회가 몇 주째 진행되는 동안에도 TV나 신문 어디에서도 그 장면을 제대로 보기는 힘들었다. 방송 3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중앙일간지들은 집회를 보도하지 않았다. 당연히 대다수 사람들은 촛불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그런데 SNS 공간을 통해 그 사실을 접한 아이가 뉴스에는 촛불집회가 나오지 않자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언론이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아니, 스스로 언론의 진정한 역할을 무시하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은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 돼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사명을 저버린 지 오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력과 결탁해 자신만의 권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언론들의 행태를 분석하고 치열하게 비판하는 이가 있다. <기사를 엿으로 바꿔 먹다뇨?>(2008년·인물과 사상)를 통해 황색 기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던 박주현(전북대 신방과 겸임교수)이다. 그가 이번에는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미디어의 부정주의와 정치 프레임 등 미디얼리티 현상을 다룬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한국학술정보)를 세상에 내놨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저자가 2009년부터 최근까지 '이것이 정치다' '게릴라칼럼' 등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글들을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눠 재구성해 놓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언론계와 정치계의 사슬 관계를 집중 분석하면서 언론의 문제점과 방송의 위기, 그리고 이미지 정치의 범람으로 인해 실종된 대의정치 등을 분석하며 비판하고 있다.

입맛대로 하는 미디어 포장의 두 얼굴

현대는 정책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미디어를 통한 포장으로 정치를 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좋은 정책을 개발하기보다는 미디어에 얼굴을 내밀어 자신을 포장한다. 대중들은 그런 미디어를 통해 한 겹 두 겹 덧씌워진 정치인의 이미지를 진짜인 것처럼 믿고 추종하거나 비난한다.

또한 언론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펜'이라는 '칼자루'를 통해 마음에 맞는 권력 집단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때로는 주문까지 하기도 한다. 말을 잘 들으면 진흙도 진주로 포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진주도 시궁창으로 던진다는 이야기다. 현존 인물뿐 아니다. 저자는 역사 속의 인물도 입맛대로 포장하려고 하고 있음을 '이승만 영웅 만들기에 나선 조중동의 속내'라는 글을 통해 비판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국내 보수신문들은 앞다퉈 당시 이성 잃은 언론정책을 펼쳤던 이승만 기념사업을 부추기는가 하면, 이승만을 재포장하고 미화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런 언론의 모습을 일종의 '망각집착증'이라고 명명한다. 이 증세는 오류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저자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이나 뉴라이트 계열의 소수 학자들이 이러한 망각집착증에 빠졌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언론은 이승만을 포장 미화하지 말고 땅속에 묻어두는 게 낫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언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예전에 문재인은 언론의 생명은 공정성과 중립성인데 언론들이 정권에 비판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한 적이 있다. 굳이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언론의 기본 책무가 공정성·중립성이고, 힘 있는 자에 대해 비판적 잣대를 대야 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은 일종의 금기어처럼 취급됐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대부분의 언론은 몇 줄의 기사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홍보성 기사를 남발했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4대강의 문제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일종의 '정권 눈치보기'다. BBK 사건 때도 보수언론은 침묵하거나 수박 겉핥기식 보도를 내보냈다. 정수장학회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이런 언론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그 문제점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총선이나 대선 당시 보수언론의 편파보도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보수언론의 편파보도가 선거기간 내내 이어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양대 지상파 방송은 파업으로 인해 방송사 내부에서 건강한 목소리를 내던 종사자들이 낙하산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동시에 공정보도를 요구하면서 길거리로 나선 틈을 악용해 편파보도를 일삼았다. 사상 최장의 파업을 유도해내면서 낙하산 사장과 그의 친위대들은 정권과 여당에 유리한 쪽으로 전파를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 (본문 '신묘한 선거프레임 만들기... 조중동, 언론 포기?' 중에서)

18대 총선을 앞두고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과 방송들은 선거 기간 내내 불공정 편파시비에 휘말렸다. 선거가 끝난 뒤 이들은 여당의 승리를 마치 자신들의 승리인 것처럼 생각하고 흥분하는 논조를 취했다. 저자는 이러한 이들의 행태는 심판받아 마땅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심판 대상이라는 사실이나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까지도 불공정 편파가 지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말 "신문이 더 이상 국민의 법 위에 군림하고 특권을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미디어-정치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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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와 정치는 한 몸체처럼 움직이는데 언론은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게 박주현의 주장이다. ⓒ sxc

저자는 책의 앞머리에서 미디어가 시공간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진화되면서 정치적 현실까지 초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현실이 곧 미디얼리티이며, 정치화는 미디어화, 정치 논리는 미디어 논리, 정치적 지배는 미디어에 의한 지배로 대체될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곧 미디어와 정치는 한 몸체처럼 움직이는데 언론은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해 여론을 조작한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의사사건(擬似事件·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릴 목적으로 조작한 사건 또는 뉴스)이 넘쳐나게 하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선거 때 자주 나타난다며 그 행태를 이렇게 설명한다. 

"여론 조사를 빙자한 여론 조작과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를 집요하게 편드는가 하면 반대 정당이나 후보를 깎아 내리는 불공정 편파보도 등을 일삼고 있다."(본문 중에서)

이는 대통령 국정운영 여론조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조사 결과는 대부분 '대통령 국정 운영 잘 한다' 식으로 발표된다. 이는 여론조사 문항 설계와 진행 기법이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는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언론과 정치, 그들의 먹이사슬과 정치 프레임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문제점을 비판하는 책이다. 정치 평론이나 정치 현상을 다룬 책들은 많지만 미디어와 정치를 올곧게 파헤치고 분석한 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 면에서 기자로서, 언론학자로서 박주현은 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바른 기자가 되기 위해 애써왔고, 있는 자의 편이 아닌 약자의 입장에서 쓰고 이야기하고 비판하고 때로는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이 책도 어쩌면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유독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쓰고 있을까? 저자의 생활과 관련이 깊다 하겠다. 저자는 20여 년을 지역에서 기자로 살았다.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했고 현재 대학에서 '미디어 정치와 선거'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지역 언론 별곡' 연재기사를 내보내면서 지역 언론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알리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얼마 전 저자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저자는 그 자리에서 "5년 전 '지역 언론 별곡'을 쓰며 언론의 환경과 언론인의 바른 자각을 기대하며 좋아지길 바랐다"면서 "조금 나아지는가 시더니 도로아미타불이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함석헌 선생이 한 말을 꺼냈다.

"함석헌 선생이 이런 말을 했지요. 정부가 강도의 소굴이 되고, 방송국이 강도의 앞잡이가 되더라도 신문만 살아 있으면 걱정이 없다고. 그런데 우리나란 신문이나 방송은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보호하고 오히려 부정한 것도 덮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데 말이에요."

박주현이 미디어와 정치 문제를 줄기차게 파헤치고, 분석하고, 그 속에 숨겨진 검은 속내를 비판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른 언론, 공정한 언론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언론인이 많아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언론 종사자들의 행동 지침, 이 책에 담겨 있다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조지프 퓰리처는 언론에 종사하는 이들이 새겨들을 만한 말을 남겼다. 

"항상 진보와 개혁을 위해 싸워라. 부당함과 부패를 결코 묵인하지 말라. 항상 특권 계층과 공공재산의 약탈에 항거하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없어서는 안된다. 항상 대중의 복지에 헌신하라. 단순히 뉴스를 인쇄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항상 철저하게 독립적이어야 한다. 약탈적인 금권에 의한 것이든, 약탈적인 빈곤에 의한 것이든, 무엇이든 잘못된 일을 공격하는 걸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한 때 황색언론인이라는 비판을 받은 퓰리처였지만, 그는 언론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박주현의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를 읽다보면 단순히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를 단순히 분석만 한 게 아니라, 언론이, 언론에 종사하는 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를 은연 중에 때로는 직설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에 빌붙어 왜곡된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퍼나르는 언론인, 그리고 그들과 유착한 이들에게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개 똥구멍' 타령을 한 김지하의 말을 역으로 인용해 이렇게 오늘도 주먹질 하고 있다(본문 중 '개 똥구멍 타령 김지하, 변절의 굿판 걷어치워라' 중).

'개 똥구멍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똥이나 먹어라.'

덧붙이는 글 |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박주현 씀 | 한국학술정보 | 2013.09.13 출판 예정 | 2만9000원)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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