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눈 밖에 난 '검찰총장'…5개월만에 '불명예' 낙마
채 총장 박 정권안에서 '입안의 가시 같은 존재'
2013-09-13 15:50 |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7일 청와대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불과 5개월 10일만에 낙마함으로써 새로운 '단명총장'으로 검찰사에 기록되게 됐다.

채동욱 총장의 낙마는 1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가 공개된 지, 불과 1시간여만에 결정됐다. 사정기관의 총수의 낙마치고는 매우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

임명권자의 눈 밖에 난 검찰총장의 자리가 얼마나 취약한 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지난 4월 4일 '성 검사'와 '뇌물 검사' 파문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검찰을 구하겠다며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채동욱 총장의 시련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 정권의 뜻과 맞지 않은 결과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은 국정원으로부터 지난해 말 대선과정에서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로 출발한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의혹 특별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정치개입 금지와 함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채동욱 총장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그리고 청와대와 마찰을 빚으면서 한동안 홍역을 치렀다.

결국, 검찰이 원 전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은 일단 봉합됐지만, 청와대와 검찰간 불편한 감정은 시간이 흐를 수록 커져갔다.

당시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현 홍보수석)은 "채동욱 검찰 총장은 현 정권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아니라, 전 정권이 임명한 사람"이라며 노골적으로 배타적 입장을 피력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채 총장이 2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말이 서슴없이 흘러나왔다.

검찰의 국정원 사건에 대한 선거법 기소로 여야 관계는 계속 악화됐고 청와대와 여당은 지속적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을 표시했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검찰이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CCTV영상을 짜집기하는 조작을 했다"고 공격하는 등 채동욱 검찰총장의 입지를 흔들어 댔다.

심지어 대검찰청 앞에서는 보수 단체들이 채동욱 총장을 "촛불 총장", "종북 총장"이라고 주장하는 팻말을 들고 집회를 매일 열다시피 하는 등 보수 세력의 검찰 공격은 전면적, 파상적으로 진행돼 왔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정원, 경찰청, 국세청 등 정부 집권 세력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유사 이래 처음 벌어지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채동욱 체제의 검찰이 입안의 가시처럼 인식됐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사실'이 분명하지 않은 '혼외아들설'을 지난달 27일 보도를 했고, 채 총장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채 총장은 "사실이 아니다", "유전자 검사도 받겠다"고 버텼지만, 끝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불명예 스러운 '감찰 지시'를 내림에 따라 낙마할 수 밖에 없는 위기에 처했다.

검찰총장이 사상 유례 없는 '감찰'을 받으면서까지, 전국의 검사를 지휘하는 총장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채동욱 총장으로서는 매우 '모욕적인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검찰의 고위 간부는 "검찰총장이 사정기관의 총수라는 막강한 자리지만, 대법원장과 달리 임명직이라는 점에서 임명권자의 눈밖에 나면 견딜 수 없는 그런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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