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뉴라이트 국사편찬위원장' 내정 파문
유영익, 대안교과서 감수. 이승만 예찬, 기독교 적극 찬양
2013-09-23 15:55:34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새 국사편찬위원장에 뉴라이트 출신인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77)를 임명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유영익 교수를 국사편찬위원장에 내정했다고 밝히며, 유 내정자는 경남생으로 서울고, 서울대 정치학과, 미국 하버드대 박사를 받은 후 역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연세대 석좌교수, 한림대, 고려대 사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며 그의 경력을 장황히 설명했다.
그러나 유영익 내정자는 지난 6월 내정설이 나돌 때부터 역사학계에서 대표적 뉴라이트 출신으로 부적격자라는 지적을 받았던 인물이어서, 파문을 예고했다.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여성사학회 등 5개 단체는 지난 6월20일 공동성명을 통해 "유영익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독재자 이승만을 꾸준히 예찬해 왔다"며 "이승만이 대한민국 건국에 '절대적으로 공헌한 건국 대통령'이고, '(이승만이) 이 나라의 우매한 백성을 유능하고 발전 지향적인 새로운 국민으로 만들었기에'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는 인사이자,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주장의 선두에 섰던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그는 2008년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뉴라이트 포럼의 고문으로 ‘대안교과서’를 감수하였고, 2011년에 결성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며 "한국현대사학회는 2011년에 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자고 압력을 행사하여 역사학계의 대대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 과정은 학계의 논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 하에서 권력에 기대어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밖에 "이 단체는 최근 중학교 교과서에 대해 '스탈린・김일성・박헌영이 공유하는 역사관에 입각해' 서술됐다는 투로 낡은 메카시즘적 사고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들의 공격 대상이 된 교과서들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관장하는 검증을 통과해 현재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라며 "헌법정신과 배치되는 역사인식을 지닌 인사, 정치적으로 지극히 편향되고 낡은 사고에 집착하는 단체의 유영익 고문을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합리성과 상식을 모두 저버린 부당한 처사"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2006년 11월30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 6차 심포지엄-한국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에서 포럼 도중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단체 회원들이 들어와 포럼 참가자인 연세대 유영익(가운데) 석좌교수를 둘러싸고 역사왜곡을 질타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06년 11월30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열린 '교과서포럼 제 6차 심포지엄-한국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에서 포럼 도중 4.19혁명동지회, 4.19유족회 등 5개 관련단체 회원들이 들어와 포럼 참가자인 연세대 유영익(가운데) 석좌교수를 둘러싸고 역사왜곡을 질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내정자는 이밖에 자신의 저서와 글들을 통해 개신교도인 이승만 대통령을 극찬하면서 '기독교정권 창출'을 높게 추켜세운 전력이 있어 다른 종교권의 거센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이라는 저서에서도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하느님과 밤새도록 씨름한 끝에 드디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낸 야곱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위업"이라고 주장했으며, 한 인터넷 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기독교 장려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기독교 정권을 창출했고 아시아 굴지의 기독교국가가 된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을 콘스탄티누스 황제와 같은 업적을 남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라이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때 박근혜 후보에 반대하면서 이명박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대표적 반박(反朴) 세력이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때 친박은 "한표라도 더 긁어모아야 한다"며 뉴라이트와도 연대전선을 구축했고, 그 결과 국사편찬위원장에 뉴라이트를 앉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가 점점 이명박 정부와 닮은 꼴이 돼가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일본 아베 정권에 대해선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고 연일 비판하면서 국내에선 일본 식민사관에 물들은 뉴라이트 출신 국사편찬위원장을 발탁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파문은 전방위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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