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op.co.kr/A00000752884.html 


“우리 친구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안산 문화광장에 울려퍼진 수천 고등학생의 외침
[현장] 안산 지역 고등학생들 침묵행진 이어 촛불문화제 개최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발행시간 2014-05-09 22:41:49 최종수정 2014-05-09 22:27:18

안산 밝히는 고등학생들의 촛불
안산 밝히는 고등학생들의 촛불
9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문화광장에서 안산시 학생회의 소속 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우리는 모두가 모인 이 자리에서 가슴 한 켠에 감춰뒀던 울분을 터뜨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께 단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더이상 침묵하지 마세요. 감정을 표출하세요. 그리고 우리 친구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9일 저녁 8시 C.O.A(안산 고등학교 학생회 회장단) 4기 의장 최선우군의 목소리가 안산 지역 고등학생 2,000여명(경찰 추산 1,500명)이 모인 안산 문화광장에 울려퍼졌다. 다른 학생들도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외쳤다.

최군은 "세월호 피해자들은 모두 우리의 친구이고, 동생이고, 형이자 누나다. 가슴아픈 사람들은 바로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학생 친구들이다. 이런 우리에게 어떤 분들은 '이 사건에 동요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거다'라고 말한다"라며 "하지만 사람에게 있어 마음의 상처라는 건 가만히 방치할 수록, 가슴 속에 묵히면 묵혀둘 수록 마음이 썩어문드러진다"고 심정을 밝혔다.

최군은 "이번 문화제는 세월호 피해자들을 애도하며, 그들을 우리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를 준비했다"고 문화제 취지를 설명했다.

문화제에 앞서 저녁 6시30분 안산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에서 출발한 고등학생 500여명은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문화공원까지 1시간 가량 침묵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앞세우고, 피켓을 든 채 경건한 분위기 속에 천천히 걸어나갔다. 학생들은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심정을 담아 왼쪽 손목에 노란색 리본을 달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행진했다.

안산 학생회의, 세월호 친구들 위한 침묵행진
안산 학생회의, 세월호 친구들 위한 침묵행진
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안산시 학생회의 소속 고등학생들이 '잊지말아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추모하며 행진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추모 침묵 행진하는 학생들 
세월호 추모 침묵 행진하는 학생들
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안산시 학생회의 소속 고등학생들이 '잊지말아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추모하며 행진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문화공원에 도착하자 촛불 문화제 소식을 접한 학생 1,000여명이 이미 자리에 앉아 행진 대오를 맞이하고 있었다. 뒤늦게 달려온 학생들도 속속 착석했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촛불과 리본을 받아들고 함께 했다.

문화제 시작과 동시에 학생회장단이 먼저 세상을 떠난 단원고 친구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UCC 영상이 흘러나왔다.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학생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지키지 못한 당신들을 
미래의 대한민국은 잊지 않고 기억하며 바꿔나가겠다"

학생회장단 의장의 외침대로 학생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가슴 속의 울분을 한명 한명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저 간 친구들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참가자들에게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경안고 3학년 김혜성군은 "지난 한달간 우리는 모두 슬픔과 분노 속에 있었다. 모두 함께 경악했고 희생자들을 위해 슬퍼했고 무기력한 사회의 모습에 분노했다"며 "우리는 친구들이 어떻게 희생되었는지를 잊지 않겠다. 슬픔을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닌 영원히 가슴 속에 초석으로 새기고 살겠다. 잊혀지지 않는 교훈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김군은 "친구들을 구조해준 사람이 있었나. 그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유가족들을 빨갱이로 몰고,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만 바쁘지 않았나. 더이상 정부를, 언론을, 사회를 믿을 수 없다"며 "지금의 대한민국이 지키지 못한 당신들을 미래의 대한민국은 잊지 않고 기억하며 바꿔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일부 보수 인사와 보수언론을 향해 "유가족을 헐뜯고 그들의 슬픔을 모욕하고 정치색을 입히는 행위를 그만해달라.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추모 촛불 밝힌 세월호 희생자 친구들
추모 촛불 밝힌 세월호 희생자 친구들
9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문화광장에서 안산시 학생회의 소속 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학생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촛불을 든 학생들의 어깨는 흐느낌으로 들썩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어른들도 고개를 숙였다.

동산고 19회 학생회장 배창현군은 "우리는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 모인 것도, 어떤 정치적 성향에 의해 모인 것도 아니"라며 "단지 우리의 친구였고 가족이었던 사람들, 정성과 노력으로 우리를 가르쳐주시고 사랑하셨던 선생님들을 앞으로도 잊지 말자는 취지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군은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로 애도보다는 성적을 강요받는 우리의 감정을 생각해봤는가. 책임을 전가하려는 어른들을 보며 거기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믿고 앞을 헤쳐나가야 하냐"며 "잊혀짐이 쉽게 인식되는 사회이기에 단순 이슈로만 이 사건이 지나갈까봐 두렵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세월호 사고가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단원고 7회 졸업생이자 학생회장을 했던 임보성 학생도 후배들과 함께 자리했다. 그는 "사고가 난 4월16일 1교시 수업을 마치고 무심코 본 카카오톡에는 단원고 동생들을 걱정하는 연락으로 가득했다. 허겁지겁 자취방으로 돌아가 뉴스를 봤다"며 "한시간쯤 지나니 전원구조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보였다. 기자들의 급급한 경쟁심리로 인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보도된 것이다. 이후부터는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해 뭐라도 해보고자 진도로 내려가 배를 타고 현장에도 가봤다"며 "실제로 본 세월호는 거의 침몰 상태였고 아이들이 걱정됐다. 하지만 해군 백여명이 구조작업에 투입됐다는 보도와 달리 해군들은 20명도 안 되어 보였고, 잡수복은 입었는데 산소통도 안 매고 있었다"고 당시 느낀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임군은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국민으로서, 미래의 부모로서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훌륭한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자유발언이 끝난 뒤 학생들은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흰색, 노란색 도화지를 든 채 카드 섹션을 진행했다. 카드를 든 채 이들은 "잊지 말아주세요"를 세차례 외쳤다. 사회자는 "저희들의 진심이 하늘에 있는 친구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 만든 학생들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 만든 학생들
9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문화광장에서 안산시 학생회의 소속 고등학생들이 카드섹션으로 노란리본을 만들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고 그들을 잊지 말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희생자 추모하는 안산 고등학생들 
세월호 희생자 추모하는 안산 고등학생들
9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문화광장에서 안산시 학생회의 소속 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말아주세요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말아주세요
9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문화광장에서 안산시 학생회의 소속 고등학생들이 카드섹션으로 노란리본을 만들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고 그들을 잊지 말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학생들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학생들
9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문화광장에서 안산시 학생회의 소속 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