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hanitv/hanitv_general/945118.html


불꽃 “n번방 그렇게 보도할거면, 기자들 출근 말아야”

등록 :2020-05-15 15:07


엔번방 존재 알린 ‘추적단 불꽃’ 한겨레 라이브 인터뷰

“갓갓 구속, 잘된 일이지만, 피해자들 심정 걱정” “텔레그램 엔번방엔 여전히 불법 촬영물들 활개”

“언론 보도는 여전히 최악, 언론 반성 않고 있어”

“관전자들 반성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필요해” “피해자가 원하는 세상이 올 때까지 계속 추적”



14일 방송된 ‘한겨레 라이브’에선 언론에 앞서 ‘엔(n)번방’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이하 불꽃)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불꽃은 2명으로 구성된 대학생 취재팀입니다.


“적어도 경찰은 날 절대 못 잡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엔번방’ 개설자 ‘갓갓’(문형욱)도 결국 붙잡혔는데, 불꽃의 소회는 어떨까요? 불꽃은 “언젠가 잡힐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며 “(다만) 갓갓이 잡힌 걸 기사로 보는 피해자들의 심정이 어떨지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불꽃은 디지털 성착취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최악 기사가 너무 많아 (가장) 최악의 기사를 뽑기 어려울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불꽃은 “갓갓 피해자들의 신상을 특정하는 기사도 있고, (일부 기사에서) 갓갓의 범죄를 여전히 ‘몹쓸 짓’이라고 표현도 하는데, 그건 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성범죄를 다루는 언론보도 지침이 있는데도 언론이 이를 지키지 않는 점을 거론하며, “그런 지침은 폼으로 있는 것인가. 왜 기자들이 그걸 안 보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기사 쓸 거면 출근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며 언론의 변화를 당부했습니다.


주범 몇몇이 잡혔지만, ‘디지털 성착취’는 여전히 잔혹한 수법으로 활개를 치고 있고, 변형된 엔번방에서 수많은 관전자들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불꽃은 자신들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비웃듯 활동하는 가해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우리가) 계속 감시하면서 다 채증하고 있으니까 어디 한 번 계속 말해보시라.”


다음은 방송 진행자인 김진철 기자가 ‘추적단 불꽃’ 멤버 2명과 나눈 인터뷰 전문입니다. 엔번방 문제를 계속 추적 중인 ‘추적단 불꽃’은 자신들의 이름 대신 ‘단’과 ‘불’로 불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엔번방의 시초로 알려진 ’갓갓’ 문형욱이 검거되고,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불’이 답변) 갓갓 구속은 잘된 일이기도 하지만,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너무 바라왔던 일인데 이제 와서 (갓갓 구속이) 이뤄진 게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요. 진작 잡혔어야 했는데, 이제 잡힌 게 안타까워요. 무엇보다 갓갓이 잡힌 걸 기사로 보는 피해자들의 심정이 어떨지 걱정되는 마음이 큽니다.


―갓갓이 잡힐 거라 예상했나요?

=(불) 언젠가 갓갓이 잡힐 거라고 예상은 했죠.


―갓갓과 박사 등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를 저지른 주요 가해자들이 검거된 이후, 그 방들의 분위기, 반응은 어땠나요?

=(‘단’이 답변) 우선 갓갓까지 잡히니까 엔번방 참여자들이 다들 텔레그램에서 탈퇴한다든지, 텔레그램 방 내에서 대화량이 눈에 띄게 준다든지 조심하는 분위기는 생겼어요. 그럼에도 또 다른 성착취물 외에 불법 촬영물들이 간간히 올라오고 있고요. ‘갓갓이나 박사는 꼬리가 너무 길어서 잡혔으니 우리들은 조심히 활동하자’면서 뭉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 등이 유통되고 있나요?

=(불) 미성년자 성착취물이 아예 안 올라온다고 말할 수 없고요. 짧은 시간에 소수정예로만 운영되는 방이 있어요. 요즘 텔레그램 방에서는 지인 능욕 합성물, 합성하지 않은 영상들, 화장실이나 자취방들을 촬영한 불법영상들. 하다못해 망각의 영상들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성희롱하고 있습니다.


―엔번방 등이 텔레그램에서 지금도 이렇게 운영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단) 저희가 엔번방 취재를 시작한 이후로 지난 9~10개월 동안 가해자들을 지켜본 결과,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안에서 이중 보안 잠금을 하면 들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강한 것이 문제이고요. ‘캘리’ ‘와치맨’ 등 주요 가해자들의 형량이 매우 적은 수준이잖아요. 형량이 낮은데, 그것에 대해서도 다들 비웃고 있고, 판사들도 이 사건을 보고 ‘야동을 남자들끼리 돌려보는 게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가해자들이 말하면서 안심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언론의 보도 행태도 ‘텔레그램 성착취’가 가능했던 배경 중 하나였는데요. 일단, 문형욱의 신상공개를 다룬 기사들,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과거보다는 좀 나아졌나요?

=(불) 기사들 보면, 여전히 문제가 많아요. ‘갓갓’ 피해자들의 신상을 특정하는 기사도 있고요. (일부 기사에서) ‘갓갓’의 범죄를 여전히 ‘몹쓸 짓’이라고 표현도 하는데, 그건 몹쓸 짓이 아니잖아요. ‘갓갓’의 추악한 행동을 몹쓸 짓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한계가 있고요. (일부 기사는) ‘갓갓’의 범행 동기가 ‘성적취향’이라고 제목을 뽑았더라고요. 하나도 언론이 반성하지 않았구나, 여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도 형태는 과거보다 하나도 나아진 게 없는 거네요?

=(불) 보도 형태는 하나도 나아진 게 없고, 심지어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서 (박사방 운영자인) ‘박사(조주빈) 검거’ 보도 후에 언론보도 가이드 지침을 발표했거든요. 그건 폼으로 있는 것인지, 왜 기자들이 그걸 안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사 쓸 거면 출근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다룬 것 중에 최악의 기사, 절대 다시는 나와선 안 되는 기사를 꼽아줄 수 있을까요?

=(단) 아무래도 피해자 신상을 특정하는 기사겠죠. 최근에도 해당 판례를 아무렇게나 가져다 쓴 보도가 많았거든요. 기본적인 언론윤리를 지키지 않는 보도가 많았고요. 최악인 기사가 너무 많아서 하나만 뽑기에는, 최악인 기사가 너무 많았습니다.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엔번방’을 탐사 취재한 김완, 오연서 <한겨레> 기자가 지금 스튜디오에 나와있는데, 두 기자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없나요?

=(단) 김완, 오연서 기자님이 계속 열심히 해주고 계신데요. ‘갓갓’ 잡히고 나서 두 분이 느꼈을 심정을 생각하면 먹먹함이 있어요. 오연서 기자가 쓴 ‘박사방 취재기’(잡지 ‘에스콰이어’에 실린 ‘나는 텔레그램 n번방에 있었다’는 제목의 취재기)를 봤는데 그동안 (오연서 기자 등도)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셨고, 취재하면서 ‘가해자들이 잡혀야 피해자들이 안심을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우리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고요. 이제 가해자들이 잡혔으니까 피해자들이 국가에서 잘 보호해주고 있는지 (김완·오연서 기자 등과) 같이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엔번방 등이 다시 등장할 수 없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단) 수사기관도 그렇고, 기자, 국가도 그렇고요. 텔레그램이든 또 다른 플랫폼이든 그 플랫폼의 특성에 맞는 수사 기법이라든지 모니터링 기법 등을 개발해서 실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엔번방, 박사방 등 몇몇 가해자들이 잡혔다고 끝난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던 수천, 수만 명의 관전자들이 반성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추적단 불꽃’의 향후 계획은 뭔가요?

=(불) 저희는 이 일도 기자로서 일을 시작한 것인데, 현재 저희는 기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당장 앞으로의 계획은 이 일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집필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사건 해결에 목표를 두고 피해자가 원하는 세상이 올 때까지 추적을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자신들은 잡히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가해자들한테 한 마디하고 싶은데 ‘(불꽃이) 계속 감시하면서 우리가 다 채증하고 있으니까 어디 한 번 계속 말해봐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한겨레 라이브, ’추적단 불꽃’ 인터뷰 영상

한겨레 라이브, ’추적단 불꽃’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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