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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이순신의 리더십 (2):리더는 어떤 덕목을 지녀야 하나?
전문성·역사의식·고결한 인격 갖춘 이순신, 그는 위대한 리더였다
2012. 05. 21   00:00 입력 | 2013. 01. 05   08:00 수정

구성원들에게 무언의 긍정적 영향을 주어 자신의 전투력을 십이분 발휘토록 하려면 리더는 어떤 덕목을 지녀야 할까. 대표적인 동양의 병법서 ‘손자’에서는 리더의 덕목으로 지식(智), 신의(信), 사랑(仁), 용기(勇), 위엄(嚴)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이 다섯 가지 덕목에 대해 두목(杜牧)은 다음과 같이 주석했다. “지(智)는 임기응변에 능하고 변통을 아는 것이다. 신(信)은 사람들이 형벌과 포상에 대해 의심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인(仁)은 사람과 사물을 사랑하며, 애쓰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용(勇)은 승리를 결단하고 기세에 편승해 머뭇거리지 않는 것이다. 엄(嚴)은 위엄과 형벌로써 삼군을 엄숙하게 하는 것이다.”



1952년에 건립된 최초의 이순신 동상(창원시 진해구 소재)

‘충무공의 후예’ 해군 사관생도 졸업식 장면.
 
전문성-언제나 우세한 상황 만들어 놓고 싸워
역사의식-불의의 침략자 일본군을 철저히 응징
고결한 인격-백성과 나라와 임금과 어머니 우선

군의 리더는 이 다섯 가지 덕목을 겸비해야 한다. 지식에만 의존하면 이해득실에만 밝게 되고, 편파적으로 사랑을 베풀면 나약하게 되고, 신의만을 고집하게 되면 일을 그르치게 되고, 용기와 힘을 강조하면 포악하게 되고, 호령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잔인하게 된다. 한 마디로 리더는 문무(文武)와 강유(剛柔)를 겸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리더가 위엄과 형벌을 엄격히 하는 것은 구성원들을 두렵게 해 강제적으로 한마음, 한뜻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고 사랑을 베푸는 것은 구성원들을 감동시켜 자발적으로 한마음, 한뜻이 되게 하는 것이다. 리더에게 이처럼 상반된 덕목이 모두 필요한 이유는 인간의 행동특성에 자율성과 타율성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에 소개되고 있는 손무(孫武)와 오기(吳起) 장군의 사례다. 손무가 오(吳)나라 왕 앞에서 궁녀들을 단시간 내에 정예병사처럼 훈련한 사례는 처형과 같은 강력한 처벌을 통하면 억지로라도 단 시간 내에 구성원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기 장군이 부하 병사의 등에 난 종기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 치료해 주었더니 감동을 한 그 병사가 그다음 전투에서 가장 먼저 돌진해 싸웠다는 사례는 리더의 따뜻한 인품에 감동을 하면 구성원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자발적으로 한마음, 한뜻이 된다는 것이다. 리더십에서 다양한 인간의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이순신은 어떤 리더였는가. 그는 임진년(1592년) 첫 출동을 앞두고 여도 수군 황옥천이 집으로 도망을 가자 곧바로 잡아와서 처형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임진년(1592년) 1월에는 민폐를 끼친 박몽세에게 곤장 80대를 때렸다는 기록이 있고, 활과 갑옷, 투구, 화살통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책임자들을 처벌했다는 내용도 보인다. 조선 수군이 칠천량해전에서 패하고 다시 통제사가 되었을 때 이순신이 시행한 처벌의 횟수와 강도는 평소와 달랐다. 남은 전선이 10여 척에 불과했고, 군사들의 기강도 극도로 이완돼 있었기 때문이다. 정유년(1597년) 8월 13일 전라도 보성에 도착한 통제사 이순신은 자신을 보러 곧바로 나타나지 않은 경상우도 우후 이몽구를 잡아다 곤장 80대를 때렸다. 8월 19일에는 경상 우수사 배설이 뱃멀미를 핑계로 나타나지 않자 그의 군관을 불러다 곤장을 쳤다. 8월 25일에는 일본군이 쳐들어왔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린 백성 2명을 잡아다 처형하는 일도 있었다. 명량해전을 앞둔 위급한 상황에서는 이순신도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위주로 군의 기강과 민심을 다잡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평소의 이순신은 어떠했던가. 그는 늘 장병들의 먹을거리, 잠자리, 의복 걱정에 노심초사했다. 해전이 벌어지면 함선의 갑판에서 사부(射夫)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활을 쏘았다. 사천해전에서는 사부들과 섞여 활을 쏘다가 일본군의 조총에 왼쪽 어깨를 맞아 몇 개월을 고생하기도 했다. 절대 열세한 상황에서 벌어진 명량해전 당일에는 어김없이 제일 선두에 서서 용전분투함으로써 해전 초기의 위기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에 엄격함과 따뜻함,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는 이순신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군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매우 다양하다. 병법서 ‘손자’에서 제시하고 있는 지식, 신의, 사랑, 용기, 위엄 이외에 창의성, 솔선수범, 정의감, 책임감, 정성, 청렴, 역사의식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순신은 리더로서 어떤 덕목을 지니고 있었나. 앞으로 이 글에서는 ‘손자’에서 제시한 지식, 신의, 사랑, 용기, 위엄 등 다섯 가지 덕목에 창의성, 정의감, 정성, 역사의식을 추가해 모두 9가지 덕목의 관점에서 이순신이 지닌 리더로서의 덕목을 살펴볼 것이다. 창의성을 추가한 것은 변화를 인식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리더에게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함이요, 정의감을 추가한 것은 리더는 언제나 개인보다는 공공의 선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성을 추가한 것은 한국의 어머니들이 자식을 위해 언제나 노심초사하듯이 리더는 조직 공동체를 위해 지극 정성을 다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덕목에 특히 역사의식을 추가한 것은 리더는 조직 공동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발전시키는 데 적극 참여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는 리더를 유능한 리더와 위대한 리더로 구분한다. 유능한 리더는 실력, 전문성을 갖춘 리더다. 이순신은 탁월한 병법의 소유자로서 언제나 우세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싸웠으니 그런 면에서 이순신은 유능한 리더다. 그러나 우리가 이순신을 유능한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라고 추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가 역사의식과 고결한 인격까지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순신은 불의의 침략자 일본군을 철저히 응징해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역사의식의 소유자였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보다는 언제나 백성과 나라와 임금과 어머니를 앞세운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전문성과 역사의식, 고결한 인격을 갖춘 위대한 리더 이순신, 그는 한국적 리더의 표상이다.

임원빈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장  전 해사 교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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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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