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33749
"TK, 중앙정부와 단절... 앞으로 더 어려움 겪을 것"
[4.15총선 대구경북 분석] 보수층 결집시킨 세 가지 키워드
20.04.16 19:11 l 최종 업데이트 20.04.16 19:11 l 조정훈(tghome)
▲ 미래통합당 대구시당에 모인 후보들과 당원들이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대구경북 25개 전 선거구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발표되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 조정훈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에서 과반을 훨씬 넘어서면서 압승을 했지만 TK(대구·경북)지역은 미래통합당이 완승했다.
미래통합당은 대구 12개와 경북 13개, 총 25개 지역구 가운데 홍준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대구 수성을 지역구를 제외한 24개 지역구에 분홍색 깃발을 꽂았다. 홍준표 후보가 미래통합당에 복당하겠다고 밝힌 만큼 TK 25개 지역구는 모두 통합당이 차지하게 된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힘 있는 여당"의 논리로, 통합당은 "문재인 심판"으로 맞섰다. 통합당의 '막천 공천'에 불만을 품은 후보들도 대거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섰지만 통합당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TK 민심의 세가지 키워드 : ① 조국 ② 코로나 ③ 보수의 위기
이번 4.15총선에서 TK가 미래통합당에 큰 지지를 보낸 이유는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과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불신, 보수진영의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은 조국 사태를 맞으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아졌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각종 불공정에 대한 의혹 보도가 쏟아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중진인 김부겸마저도 상대인 주호영 후보에 20%p가 넘는 격차를 보이며 고배를 마셨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실 현수막. ⓒ 조정훈
4선 중진이 맞붙은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후보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선거 초반 10%p가 넘는 격차를 보이기도 했지만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주 후보가 59.81%를 득표해 39.29%를 득표한 김 후보를 20%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김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게 이겼던 득표 차이를 이번엔 주호영 후보에게 내준 셈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말마다 정의와 공정을 외치지만, 기회는 아빠 찬스고, 과정은 문서 위조고, 결론은 부정 입학"이라며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외쳐 승리로 이끌었다.
'TK 봉쇄' 발언, 마음에 비수를 꽂다
다음으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대구에서 지난 2월 18일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후 그달 29일에는 700명이 넘는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TK 봉쇄 조치 발언'은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고 있던 대구경북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당시 김부겸 후보는 "대구경북 시민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비수가 꽂혔다"며 "봉쇄 조치 발언으로 하루아침에 지지율이 20%는 떨어진 것 같다, 도움을 못 줄망정 쓰린 환부에 소금을 뿌려서야 되겠느냐"고 당정청을 원망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TK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많이 나온 이유로 중국에 대한 봉쇄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보수정서가 강한 지역민들에 파고들었다. 부인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김용판 후보(달서병)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제한을 제대로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코로나 확산 세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확진자와 그 가족이 됨으로써 느끼는 고통을 필설로 다 말할 수 없다"며 "이 정부는 미안한 마음은커녕 틈만 나면 대구봉쇄니 어쩌니 하며 지역차별적인 모욕을 서슴없이 가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한 시민은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희생된 분들을 위해 조기를 게양하고 국가가 추모했는데 우리나라는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사망했음에도 정부에서는 유감을 표명한 적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경북대병원 "코로나19" 음압병실 10일 오전 대구광역시 경북대병원 음압병실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다. 간호사들이 온몸을 보호하는 D급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 조정훈
미워도 다시 한 번
특히 선거 막판 보수의 위기를 느낀 유권자들이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며 결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 등 범진보 세력이 비례의석을 합쳐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여권의 압승이 관측되자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투표장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9대 총선 당시 전국의 투표율은 54.2%였지만 대구는 52.3%로 인천에 이어 전국 최저의 투표율을 보였고, 경북은 전국 평균보다 조금 높은 56%였다. 4년 뒤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전국 평균 투표율은 58.0%였지만 대구는 54.8%로 전국 꼴찌를 차지했고 경북은 56.7%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대구의 투표율이 67.0%로 전국 투표율 66.2%보다 높았고 경북도 전국 평균보다 약간 높은 66.4%의 투표율을 보였다.
지난 10일과 11일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대구가 23.56%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고 평균 투표율 26.69%보다 3% 이상 낮았던 점에 비춰보면, 투표일에 보수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구경북의 경제가 계속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겨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도 한몫했다.
대구는 광역단체 가운데 평균임금이 가장 낮고 GRDP(지역내총생산)도 27년째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갔지만 가정경제는 나아지지 않는 점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결국 통합당의 '막천·사천, 낙하산 공천'이라는 비판과 일부 후보들의 자질 논란, 막말이 전국 유권자들에게 등을 돌리게 했지만, TK는 '차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셈이다.
"정치적 고립 더 커질 수도... 유권자들이 역량 있는 후보 요구해야"
▲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12명이 12일 오후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 조정훈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유독 TK만 정치적으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치적 고립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채 교수는 "이번에 당선된 지역구 의원들이 대구지역의 정치, 경제를 대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통합당 공천 과정들이 정상적이지 않음에도 선택해주는 지역 유권자들도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의 독점이나 보수의 위기의식은 공감하지만 그 안에서라도 역량있는 후보가 경쟁하고 대표가 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요구해야 한다"며 "보수 독점 체제가 당분간 이어지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내려꽂기나 돌려막기는 그만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채 교수는 한 정당이 독식하는 선거제도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치적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확립되거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진보와 보수의 양 진영이 세게 붙으면서 보수의 위기의식을 느낀 대구경북이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정부에 대한 통로가 없어져 TK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정국에서 김부겸 의원과 홍의락 의원의 역할이 컸다"며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으면서도 비판만 하고 그 후보들을 다시 찍어주는 것도 지역에서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선거는 TK지역에서 인물이나 정책보다는 당을 선택한 가장 나쁜 선거가 됐다"며 "21대 국회에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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