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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의료 비극은 작은 정부 큰 시장 탓 

 문정주 (공공의료 연구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 호수 668 승인 2020.07.07 10:02


정부가 개입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하고 상황을 주도하는 것은 정부만 할 수 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의 코로나19 비극은 친시장 정책과 국영의료 민영화 때문이다.


3월25일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의 소도시 세리아테의 한 성당에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EPA


3년 전부터 이탈리아 국영의료를 소개하는 책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가제)를 준비해오고 있었다. 책 원고를 마무리할 즈음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었다. 중국이 우한시를 통째로 봉쇄하고 한 달 지나 우리나라에서도 대구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했다. 온 나라가 비상 상태에 빠져들던 바로 그 2월 말 유럽에서도, 특히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크게 번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낙천적인 이탈리아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할머니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롬바르디아주의 베르가모라는 도시였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폭증하고 사망 환자가 많아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부족하다는, 아주 기막힌 상황이었다. 이탈리아에서도 제일 잘사는 롬바르디아주, 세계적인 대도시 밀라노 인근에서 이게 어찌된 일일까.


3월 중순이 되자 우리나라에서 신규 환자는 하루 100명 아래로 줄었지만 이탈리아에서 유행 규모는 더 커졌다. 매일 1000명 넘게 환자가 늘고 사망자가 100명을 웃돌아 주세페 콘테 총리가 전국에 휴교령과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 그래도 환자 증가세는 여전해 3월 말에 누적 환자 수가 중국을 앞질렀다.


이 상황에 관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답답하던 때, 마침 반가운 기별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홍이진 교수였다. 로마에서 정책학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복지정책을 연구한 그는 지난해 9월 중국 광저우의 중산대학교에 교수로 임용되었다. 1월에 한국에 왔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갈 길이 막혀 서울에 있다고 했다. 우리는 SNS와 메일로 한껏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쩌다 이탈리아에서 감염이 이처럼 대유행으로 번졌을까. 홍 교수의 대답은 ‘정부 개입’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했다. “정부가 개입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어요. 앞장서 미리 준비하고 상황을 주도하는 건 정부만 할 수 있으니까요. 의료제도가 국영의료, 사회보험, 민영화 등 뭐든지 간에요. 그런데도 이탈리아에는 정부 역할을 줄이고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어요. 특히 롬바르디아주,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의 발단지인 그 주가 ‘정부 개입 최소화’에 앞장서는 곳이라 했다. “롬바르디아주 코도뇨라는 시골 마을에서 집단 발병이 시작됐어요. 폐렴으로 중태에 빠진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가, 그 환자가 2주 전에 중국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는 얘기를 듣고 검사했는데 양성 결과가 나온 거예요. 그의 가족과 접촉자 중에도 여러 명이 양성이었고요. 사흘 만에 환자가 100명을 넘었어요.”


첫 코로나19 환자가 진단된 날이 2월20일인데 그때 이미 지역에 감염이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부터 환자 수가 빠르게 늘었고 바로 다음 날에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속하게 전파를 차단해야 했죠. 그런데 롬바르디아 주정부는 코도뇨와 주변 마을 몇 개에만 봉쇄령을 내렸어요. 100㎞쯤 떨어진 베르가모 부근에도 환자가 많았는데 거기는 내버려뒀고요. 주 전체에 휴교령과 행사 금지령을 내렸지만 강력한 통제는 아니었어요. 일부 작은 지역만 봉쇄한 채 잠잠해지기를 바랐으니, 사실상 감염이 번지게 한 셈이에요.”


왜 그렇게만 대처했을까. “롬바르디아주 상공업계의 입김이 너무 센 거예요. 주정부가 강력히 통제하려 해도 상공업계가 경제적 손실을 우려해 반대하면 못해요. 심지어 기업 중 상당수가 중국과 거래하고, 수많은 사람이 사업차 중국을 오가는데 말이죠.” 마침내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르가모와 거기서 가까운 브레시아에서 거의 동시에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롬바르디아주 수도인 밀라노 역시 전국에서 환자가 가장 많고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도시가 되었다.


롬바르디아주는 이탈리아 최고의 상공업 지역이다. 중국과도 교역이 활발하다. 주로 기계, 섬유를 수출하고 전자제품을 수입한다. 이탈리아와 중국 간 무역의 40%를 이 주가 차지해 연간 교역 규모가 우리 돈으로 17조원을 넘는다. 첫 환자가 진단된 코도뇨가 있는 로디, 대유행이 터진 도시 베르가모·브레시아·밀라노는 모두 중국 관련 회사나 공장이 있고 중국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그러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코로나19 감염이 번지는 것을 확인한 즉시 주정부가 강력히 개입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했다.


그러나 위기의 무게를 미처 가늠하지 못했던 것일까. 주정부는 머뭇거렸다. 3월8일 중앙정부가 봉쇄령을 내렸을 때조차 ‘필수적 생산은 예외’라는 조항에 기대어 회사나 공장의 가동을 허용했다. 그로부터 2주를 허송한 끝에 롬바르디아주의 산업 현장을 멈춰 세운 것은 결국 중앙정부였다. 전국의 모든 사업장을 예외 없이, 정부가 특별히 지정하지 않는 한 전부 폐쇄하게 한 초고강도 명령을 통해서였다. 그때가 3월21일로 이미 유행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있었다.


주정부가 비난받는 또 하나의 실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노인 환자를 요양원으로 보낸 일이다. 요양원에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 모여 있는데 코로나19 환자가 그곳에 입소하자 감염이 폭발적으로 번져 다수가 사망했다.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미처 감당하지 못할 만큼 떼죽음이 일어나 한국 텔레비전 뉴스에까지 나온, 베르가모의 비극이 바로 그것이다.


의료계는 롬바르디아주가 의료진 보호에 소홀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초기에 보호 장비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았고 감염된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을 격리 조치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환자와 주민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검사 대상에서조차 제외해, 의료진이 자기도 모르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가 되거나 환자를 치료하는 중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밀라노의 의료진이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모습. ⓒReuter


홍이진 교수는 말했다. “주정부 스스로 행정 역량을 줄인 것이 이런 대유행을 만든 거예요. 공적 영역 대신에 시장을 키워야 경제가 번영한다고 말이죠. 지금까지도 롬바르디아주는 감염을 통제하지 못해요. 이 주와 지리적으로 맞닿은 베네토주,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도 같은 시기에 집단 발병이 시작되었는데 거기서는 효과적으로 전파를 차단해 대조가 뚜렷해요.”


수치는 참혹하다. 인구 1000만명인 롬바르디아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9만명, 사망자가 1만6000명이다. 20개 주로 구성된 이탈리아에서 전국 확진자의 40%, 전국 사망자의 50%가 이 주에서 나왔다(6월16일 기준).


주정부만의 책임일까. 중앙정부가 처음부터 신속히 개입하고 사업장 봉쇄 명령도 더 일찍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홍이진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이탈리아는 ‘준연방제’ 국가로 주에 자치권이 있어요. 지방행정, 특히 의료와 사회복지는 주정부에 맡겨졌고요. 위기에 대처할 책임도 주에 있어요. 물론 전국적인 위기에는 중앙에서 주도하지만, 그럴 때도 중앙과 주가 협력하죠. 주에 따라서는 중앙정부에 비협조적이거나 동조하지 않기도 해요.”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르다. 이런 여건에서는 우리처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지휘하고 전국의 보건소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르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다 롬바르디아주는 독자적인 성향이 강하다. 20개 주 중에 인구가 가장 많고 1인당 소득도 가장 높지만, 정치에는 보수적이다. 집권당이 ‘북부동맹’이라는 극우 성향의 정당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만든 ‘포르차 이탈리아’와 연합해 1990년대 중반부터 이 주를 지배하고 있다.


북부동맹의 강령은 완전한 연방제, 즉 각 주가 중앙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성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 배경이 북부의 돈이다. 북부가 낸 세금으로 중앙정부가 소득수준이 낮은 남부를 지원하는 데 쓴다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그런 낭비가 없도록 연방제를 하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북부가 분리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중부와 남부에 지지층을 넓히려고 연방제로 돌아섰다. 이렇게 분리 독립과 독자성을 주장해왔으니 위기에도 단독 대응하려 했을 것이다. 중앙정부와 협력하거나 인근 다른 주와 공동대응하는 것은 우선적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터이다.


국영의료에 대해서도 롬바르디아주는 독자적인 방향을 추구했다. 친시장·친기업적 방향이다. 홍이진 교수의 설명이다. “롬바르디아주는 1998년부터 의료민영화를 추진했어요. 시장 논리를 끌어들여 사적 의료를 키운 거예요. 지금 이 주에는 사립병원의 비중이 50%나 되고 계층 간 불평등도 심해요.”


이탈리아에서 국영의료 운영은 거의 전적으로 주의 몫이다. 중앙정부는 제도를 관리할 뿐 실제 의료 제공에 관한 권한과 책임은 주에 있다. 자율성이 있는 만큼 세부 내용이 주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그 자치권으로 민영화를 추진한 주는 극소수다. 그중 대표 지역이 롬바르디아인 것이다.


원래 국영의료제도에서 병원은 주정부의 권역별 보건의료본부 조직 안에 있다. 의사, 간호사를 비롯해 의료진은 모두 본부 직원이고 병원이 어디에 있든 본부가 통합 관리한다. 그런데 롬바르디아주는 병원을 개별 사업체로 독립시켰다. 모든 병원이 각자도생의 길에 서고 보건의료본부는 의료비 지불 기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결과, 병원의 공적 기능(병원 간에 역할을 나누고 한편으로 연대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의료를 제공하는)이 크게 위축되고 대신 수익을 높이려는 경쟁이 일어나 의료 ‘시장’이 커졌다. 주정부의 친시장 성향까지 맞물리면서 사립병원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사립병원들은 돈 안 되는 응급의료나 중환자 치료 대신 CT나 MRI 등 영상의학 검사와 관절 수술 등에 주력했고, 점차 규모를 키워 주 전체 병상의 50%를 차지하게 되었다.


민영화가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낮춰 보게 한다. 수익 논리가 다른 가치를 압도하므로 비수익 활동인 안전망에 관심이 낮아져 위기에 대비하는 시설이나 인력에 소홀하게 된다. 홍 교수가 긴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롬바르디아주가 추구한 여러 정책이 종합해 코로나19 대유행에 귀결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정부의 역할 줄이기, 독자성 추구, 국영의료 민영화의 필연적인 결과로요.”


실은 롬바르디아만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다른 주에서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공적 의료 기능을 손상하거나 손상할 위험이 있는 정책이 채택된다. 가장 보편적인 정책이 병상 수를 줄이는 것이다. 유럽 복지국가는 공적 제도에 따라 지역마다 병원을 두고 시민에게 의료 이용을 보장하는데, 그러는 한편 정책적으로 병상을 줄인다. 그 이유는 비용이다.


비용의 관점에서 병원은 유지하는 데만도 큰돈이 드는 적자 시설이다. 병원에는 수많은 의료진과 값비싼 장비가 필요하지만, 여기서 수익이 창출될 가능성은 의료의 성격상, 특히 공적 의료의 성격상, 거의 없다. 그래서 정부가 민영화까지는 아니어도 비용을 절감할 효율화를 모색하고 그 방안으로 병상 감축을 추진한다. 1990년대 말부터 유럽 국가 대부분이 해오는 일이다. OECD 통계로 2017년도에 인구 1000명당 병상이 영국 2.5개, 독일 8.0개, 프랑스 6.0개, 이탈리아 3.2개인데 각기 2000년도의 60~90% 수준이다.


바로 이 병상 감축 정책이 코로나19 유행에 의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감염된 환자 중 일부가 폐렴 증세를 보이고,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층인 환자는 대부분 심한 호흡곤란에 빠진다. 이때 입원실과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대한민국의 방역이 세계적인 모범으로 주목받는다. 유럽은 감염의 유행 초기에 골든타임을 허비했으나 우리는 초기에 빠르게 대응한 덕에 좋은 성과를 얻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발밑의 토대가 약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위한 임시병원으로 개조된 페리선 GNV 스플렌디드에 구급차가 들어가고 있다. ⓒEPA


마치 ‘국영의료 체계가 있는 것처럼’


코로나19에 우리나라는 마치 ‘국영의료 체계가 있는 것처럼’ 대응했다. 국무총리를 정점으로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감염 통제를 지휘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 대응의 정점에 서고, 보건소가 선별검사소 설치와 자가격리 관리를 전담하고, 환자는 국가가 지정한 병상에서 무료로 치료받고, 비용은 건강보험과 국비로 부담했다. ‘국영’ 체계가 국민을 지키고 재난을 막은 것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우리식 ‘시장형’ 의료제도의 우수함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병원 대부분이 사립기관이고 저마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병상을 늘린 까닭에 인구당 병상이 유럽보다 몇 배나 많아 ‘과잉’이라고 지적되었으나, 그 덕분에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할 수 있었으니 ‘시장형’ 제도가 우수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을 거의 전적으로 공공병원이 도맡았다. 공공병원이 전체 중 겨우 5%에 불과하고 평소에 전혀 주목받지 못하지만, 코로나19 환자의 치료에는 크나큰 기둥이었다. 사립병원도 협력했지만, 대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데 그쳤고 환자를 입원시켜 치료한 병원은 소수다. 음압 격리병상을 제대로 갖춘 병원이 드물기 때문이고, 그런 시설을 갖춘 데서는 감염관리의 부담을 이유로, 혹은 코로나19 환자가 있으면 다른 환자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원시키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많은 사립병원의 병상 대부분이 코로나19 위기 대응과는 무관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병상은 많아도 인력이 매우 적다. 인구당 의사 수가 OECD 회원국 중에 꼴찌다. 간호사 수도 평균의 77% 정도일 뿐이다. 오직 병상만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 보니 병상당 인력은 OECD 평균의 30%도 되지 않는다. 이번에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도 인력이 부족해 의사도 간호사도 장시간 근무에 지쳐갔다.


그러니 의료시장 덕분이 아니다. 시장이 아닌 국가 공동체가 우리를 구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해 정부 공무원 다수가 현장을 지키며 임무에 충실했다. 학계의 위원회가 실시간으로 방역과 진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수많은 의료인이 비상근무에 응하고 자원봉사에 나섰다. 자치단체의 공무원은 자가격리 관리와 다중이용시설 감시 등 과중한 업무를 다 함께 나누었다.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국민이었다. 침착하고 적절하게 대응했다. 스스로 공공기관의 공지 등 정확한 정보에 귀 기울여 상황을 파악했고 불편을 견디며 방역 수칙을 지켰다. 마스크가 일종의 배급 방식으로 까다롭게 공급돼도 이에 호응했고,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을 응원했으며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성금과 물품을 내놓았다. 이렇게 모은 힘으로, 공동체의 연대로 우리는 위기를 건너고 있다.


5월14일 서울 성동구보건소의 선별진료소에서 구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스스로 입증한 위기 대응력을 평상시 사회 기반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일, 재난에 대비하는 필수 요소를 일상 속에 받아들이는 일이다.


첫째, 정부가 관리하는 공적 의료제도를 확고히 해야 한다. 위기가 재난이 되지 않게 하려면 누구든 안전하게 보호하는 의료, 위험을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의료가 필수다. 그런 의료를 보장할 공적 제도가 필요하다.


둘째, 건강에 관한 지역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교회, 학교, 회사, 병원, 노래방 등 어디서든 감염이 일어날 수 있고 그 영향이 모두에게 미친다. 그러므로 개인이 건강하려면 먼저 공동체의 건강이 보장돼야 한다. 지역공동체를 보호할 건강 감시 및 필수 의료 기반이 필요하다.


셋째,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공직을 확대해야 한다. 감염병 관리, 중환자 치료, 응급, 분만, 만성질환 관리 등 공공 필수 분야에 전문 의료인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한다. 위기에만 임시 동원하는 것은 단기 처방일 뿐이다. 또, 현재의 역학조사관처럼 계약직 공무원 신분으로는 임무 수행에 제약이 크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고 공동체에 헌신하며 의료인의 개인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새 직제를 만들거나 기존 직제를 바꿔야 한다.


끝으로 꼭 필요한 것이 일차의료다. 일차의료 제도의 부재는 이번에도 큰 허점이었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중에도 사람들은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겪는다. 감기몸살에 걸리고, 앓아눕고, 다치고, 임신과 출산이 진행되고, 만성질환으로 약을 먹는다. 의사를 만나야 하지만,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병원에 가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미 병이 있는 환자는 감염되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 병원에 가기 두렵다. 위험과 두려움이 일상이 될 때 일차의료는 더욱 절실하다. 안전하려면, 물리적으로 위험을 피하면서 의사를 만나려면, 자기 집이나 가까운 데서 상담과 진료를 받으려면, 일차의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일차의료 제도에 관한 한 이탈리아는 여전히 우리가 참고할 만한 국가다. 유럽이 코로나19로 대유행을 겪는 중이고 이탈리아는 그 첫 나라가 되었지만, 이는 롬바르디아주 등에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국가 전체가 재난에 휩싸인 안타까운 사례다. 어느 나라든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배울 것이 있다. 감염병 대응에 관해 서구가 동아시아의 선례에서 배워야 하듯, 우리도 공적 의료체계의 운영과 일상에서 건강을 지키는 일차의료 제도에 관해, 그들에게 배워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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