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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미래통합당 좀비정당됐다 말할 자격이 있나

여당 심판받고, 질래야 질수 없었다? 통합 주문하고, “헌신과 희생” 박수칠땐 언제고…스스로 되돌아봐야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승인 2020.04.16 18:40


사상 초유의 민주당 총선 대승과 역대급 미래통합당 참패에 조선일보가 ‘질래야 질수 없는 선거를 졌다’, ‘좀비정당이 됐다’고 통합당을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3년 간 통합당의 정책방향이나 관점과 조선일보의 주장은 다르지 않았다. 과연 조선일보가 미래통합당에게 좀비정당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조선일보는 16일자 사설 ‘文정권 실정 아무리 커도, 민심은 통합당을 안 찍었다’에서 이번 선거가 야당이 심판받은 선거라는 점을 들어 “이번 선거는 야당이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였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실패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생활이 어려워졌고 △탈원전과 같은 국가적 자해 정책은 어떤 비판도 듣지 않고 밀어붙였으며 △조국 임명 강행과 국민 분열 △헤아릴 수 없는 내로남불 △울산 선거 공작 사건 등을 들면서 “정권의 행태는 선거로 심판을 받아야 했다”고 썼다. 야당이 이겨야 하고 이겼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유권자들은 지금의 야당에는 표를 주지 않았다”며 “‘정권의 실정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통합당만은 찍을 수 없다’는 국민이 너무 많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 선거과정을 거론했다. 이 신문은 선거를 앞두고 통합당이 출범했으나 단순히 합치는 것을 넘어 희생하고 헌신해야 했으나 끝까지 질질 끌면서 선거 후 자신의 위치만 지키려 했다며 “감동적 장면 하나 없는 통합이었다”고 썼다. 공천 막판에 터진 번복 파동이 4년 전 ‘진박 논쟁’을 다시 연상시키고, 후보 등록일까지도 오락가락했을 뿐 아니라 결과가 네 차례나 뒤바뀐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 신문은 국민이 이를 다 지켜봤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텐트’ 발언에도 면죄부를 줘 3040 유권자들의 이탈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절멸 위기에 놓인 보수 정당은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고 분칠을 해가면서 국민 앞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국민은 여전히 불신과 혐오를 거둬들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 신문은 “불출마를 선언한 통합당 의원이 통합당에 대해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했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바로 그 지적대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전날인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대국민 호소를 했다. 사진=미래통합당

▲황교안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전날인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대국민 호소를 했다. 사진=미래통합당

 

조선일보는 미래통합당 창당 과정이 희생과 헌신이 없는 감동없는 통합이라고 비판했지만, 조선일보 스스로 두달 전 희생과 헌신이 있는 통합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10일 사설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에서 “황교안 대표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종로 출마 결정을 내린 것이나 유 의원이 자신의 불출마로 통합 걸림돌을 스스로 치운 것은 결코 쉽지 않은 희생이자 헌신”이라고 평가했다. 황 대표가 유 의원에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해 귀한 결단을 했다’고 한 것을 들어 조선일보는 “그 말 그대로”라고 극찬했다. 이 신문은 이 때도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이 출범했을 때 조선일보는 2월17일자 사설에서 “미래통합당은 공천 지분과 지도부 구성을 놓고 진통을 겪었으나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의 불출마와 기득권 포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 등을 발판으로 어렵사리 장애물을 넘었다”며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통합과 쇄신 움직임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낡은 인물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기득권을 버리는 희생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앞서 통합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던 때인 지난 1월9일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에 나서라고 적극 촉구했다. “통합조건을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고, 굴복을 받아내는 자세로 버텨서 곤란하다”, “사사로운 이해타산은 다 내려놓겠다는 자세로 통합에 임해야 한다” 등의 훈수까지 뒀다.


결국 조선일보의 여러 차례 주문은 미래통합당의 창당으로 이어졌고, 황교안 대표와 몇몇 의원들은 험지 출마, 불출마 등의 희생과 헌신을 했다.


이런 당대 당 통합의 실제 이해관계 문제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비판 콘텐츠도 조선일보와 미래통합당은 거의 일치하지 않은 적이 없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조국 전 장관 임명, 울산선거개입 사건 등 조선일보와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 논평을 보면 어디가 먼저 쓴 것인지 헛갈릴 정도로 동일한 내용과 주장을 펴는 일이 지난 3년 간 계속됐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무역보복 때도 정부의 대응을 감정적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그런데 과연 미래통합당이 선거참패를 한 것이 미래통합당만의 책임일까. 공천잡음이나 막판 막말, 코로나19 정부 대응 등의 요인이 있다 해도 대한민국 역사상 유권자들이 180석이나 되는 의석을 범민주진영에 준다는 것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더구나 2016년 이후 4차례의 대규모 선거를 모두 연이어 승리한 일도 없다. 미래통합당이 더 헌신하고 막말않고 정교하게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가치와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이 조선일보를 잘 읽지도 않지만, 조선일보의 주장과 가치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국민들의 공감과 여론에 벗어난 주장이나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일방적 가치를 야당에 주입하고 야성을 키워도 국민들이 그런 당을 찍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미래통합당을 탓할 것이 아니라 미래통합당이 좀비정당이 되는데 조선일보는 뭘 했는지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조선일보 2020년 4월16일자 사설

▲조선일보 2020년 4월16일자 사설


▲조선일보 2020년 2월10일자 사설

▲조선일보 2020년 2월10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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