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0617.html

[단독] 폭행 의도 안 묻고 간부 조사 안하고…헌병 ‘대충 수사’ 일관
등록 : 2014.08.11 00:42수정 : 2014.08.11 10:38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닷새 뒤인 4월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사망 사건 1~3차 공판 기록 단독 입수]
헌병 수사 ‘부실’…가해자 해명성 진술 재확인
‘미필적 고의’는 아예 수사도 하지 않아

윤아무개 일병 사망 사건은 초동 수사과정에서 ‘살인 가능성’이나 ‘간부들의 여죄’까지를 꼼꼼히 짚었어야 했지만, 수사·공판 기록을 살펴보면 현장 조사 등을 맡은 헌병들은 ‘대충대충’ 수사로 일관했다. 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수사기록에 있는 진술서와 헌병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보면, 헌병은 주범인 이아무개 병장 등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폭행 사실만 확인할 뿐 ‘폭행의 의도’까지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 한 달 넘게 괴롭힘과 폭행이 지속됐고, 특히 사건 당일인 4월6일 이 병장 등이 윤 일병에게 입안 가득 냉동식품을 머금게 한 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에서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때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에 대한 질문은 일체 하지 않았다. 윤 일병이 ‘일을 못하고 대답이 느리다’는, 폭행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듯한 답만 들었을 뿐이다. 수사가 아니라 가해자들의 해명성 진술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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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대는 또 윤 일병이 폭행당하고 있던 기간 동안 윤 일병을 면담했던 대대장 임아무개 중령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헌병은 2월18일 전입한 윤 일병이 3월3일 생활관에서 이아무개 상병한테서 처음으로 “말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가슴 부위를 맞은 사실을 4월9일께 확인했다. 윤 일병의 병영생활기록부를 보면, 윤 일병은 이 상병에게 맞은 다음날인 3월4일 대대장과 면담했다.

폭행을 당하고 있던 3월12일, 윤 일병을 면담한 본부포대장 김아무개 중위도 폭행의 ‘전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김 중위는 “(윤 일병이) 포대로 올라가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지만 시간을 내어서 면담을 실시했다. 현재 적응 실시 중이며 선임들이 착하고 잘 챙겨줘 아픈 곳도 힘든 곳도 없이 임무수행중이라고 함”이라고 단순히 적었을 뿐이다. 윤 일병이 왜 폭행 사실을 말하지 못했는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음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헌병 조직의 특성상 징계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부실수사를 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최근까지 군법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사단장 ‘입속의 혀’가 바로 헌병”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민간에서는 경찰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체포할 수도 있지만 군조직에서는 사단장 밑에 바로 헌병대가 존재한다. 지휘관이나 군조직에 불리한 내용은 은폐나 조작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군법무관 출신인 다른 변호사는 “피해자를 생각한 인권의식이 있었다면 헌병 조사 단계에서 간부들이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를 왜 몰랐는지,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 미필적 고의 부분이 있는지 등을 정밀하게 수사했어야 한다. 보통 검경 수사지휘권을 이야기하면 검찰이 힘이 더 세지만 군대는 정반대다. 보통 헌병 수사 단계에서 어디까지 징계하고 처벌할지가 짜여지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를 더 해보겠다고 나서는 군검찰은 ‘돌아이’ 소리 듣기 쉽다”고 했다.

또다른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도 “민간과 달리 군법무관이 헌병을 지휘하지 못한다. 외부 감시기관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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