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651916.html

군 상명하복 철저한데…“김관진, 사이버사 정치개입 몰랐다”
등록 : 2014.08.19 20:04수정 : 2014.08.19 22:28 

사이버사령부 정치관여 사건 주요 혐의와 그 이유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연제욱·옥도경 사령관 추가 입건, 보고받고 지시 안해 ‘방조 혐의’ 김관진은 보고 안받았다 면죄부
조직적 정치개입 없었다? 국정원 ‘추정 아이디’ 분석만으로 “사이버사 요원과 리트위트 적어”

국방부 조사본부가 19일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본부는 이번 최종수사결과에서 애초 중간발표 때 면죄부를 줬던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형사 입건 요원을 10명에서 21명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중간수사 발표 때보다 10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조사본부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보고받았는지 여부와 국가정보원 등과의 조직적 연계 활동 여부에 대해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이런 수사결과는 위계질서가 뚜렷한 군 조직의 특성이나 2012년 대선 당시 정보기관의 개입이 사실로 확인된 현실 등에 비춰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김관진 전 장관 개입 여부 

조사본부는 김관진 전 장관이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사실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장관이 사이버사령관으로부터 받는 보고는 일일 사이버동향보고와 대남사이버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보고 등 2가지”라며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보고와 관련해선 이미 시행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같은 국방정책 홍보작전 등에 대한 결과만 보고받는다. 정치 댓글은 장관 보고 어디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굵직굵직한 정책홍보 집행 사안 등만 보고받았고 실시간 집행되는 사이버활동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사본부는 김 전 장관에게 사이버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심리전 작전 수행 체계에 대한 예규를 보면, 심리전은 심리전단장 지휘하에 이뤄지고 감독 책임은 사령관에게 있다”고 말했다.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과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의 지휘 책임하에 이뤄졌고 보고를 받지 못했던 김 전 장관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본부는 김 전 장관을 조사하지도 않아, 미리 수사범위를 정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의 조직 특성상 국방부 직할부대인 사이버사가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정치 댓글 활동을 벌였다는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다. 철저한 상명하복인 군 조직에서 대선후보를 포함한 특정 정치인에 대해 댓글 행위가 윗선의 지시 없이 사이버사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뤄졌다는 게 국방부의 이날 수사결과 발표 내용인 셈이다.

장성진급에 세 차례나 고배를 마셨던 연 전 사령관의 초고속 승진도 의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연 전 사령관은 2011년 12월 4차 심사에서 어렵게 ‘임기제 준장’으로 진급해 사이버사령관을 맡았다. 임기제 준장은 통상 2년 임기 뒤 전역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그는 1년도 못 돼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이 됐고 이후 박근혜 정부 첫 국방비서관으로 승승장구했다.

■ 국정원과 연계 등 조직적 개입

조사본부는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등 외부 기관과 연계된 조직적인 댓글 작업을 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국정원 추정 아이디 650여개와 심리전단 요원 아이디 150여개를 분석한 결과 서로 리트위트 등 교류한 횟수가 1800여회로 심리전단 요원의 댓글 활동 32만4000여회의 0.6%로 밝혀졌다”며 사이버사와 국정원의 조직적 연계를 부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입기록과 이메일, 관련 문서 등을 모두 분석한 결과에서도 사이버사와 국정원 사이에 정치활동과 관련된 의심스러운 혐의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본부가 조사한 국정원 추정 아이디가 실제 국정원 요원의 아이디인지는 불분명하다. 조사본부 관계자도 “단지 추정일 뿐 진짜 국정원 요원 아이디인지는 확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사실로 밝혀진 상황에서 국정원과 사이버사의 공조를 부인하는 수사결과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이버사는 국정원으로부터 예산편성을 통제받고 집행에 대해 감사받는 위치이기 때문에 국정원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신 조사본부는 이번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 개인의 잘못된 지시 탓으로 결론내렸다. “극우·보수 성향의 이 전 단장이 북한의 주장이나 의견에 동조하는 개인과 단체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해 직무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설명이다. 정치적 영향력이나 대선개입을 목적으로 정치 댓글이 작성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체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국방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정치인의 논리에 대응하는 댓글을 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