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56284.html

[왜냐면] 낙동강 어민의 절규,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라!
등록 : 2014.09.22 18:31  정수근

준공된 지 만 2년이 지난 4대강 사업은 해마다 새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보 담수 이후 3년 연속 반복되는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에 이어, 지난 7월에 크게 논란이 됐던 것이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증식 사태였다. 정체수역의 지표종이자 외래종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출현은 4대강 사업 전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4대강이 강이 아닌 호수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또 큰빗이끼벌레라는 이 외래종 낯선 생명체의 출현은 강의 생태계가 이전과는 달리 심각하게 교란당하고 있다는 것 또한 증명하고 있다.

강원대 환경연구소 최재석 교수의 설명대로 이들은 수초와 바위틈 등 물고기와 조개 등 어폐류의 서식처 및 산란처에 대량 증식해 어폐류들의 서식 환경을 잠식하며 강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 4대강에서 어폐류들이 산란을 할 수 없게 되고, 이런 과정이 길어지면 강의 생태계가 괴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만난 낙동강의 한 어부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부의 특성상 강의 변화상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 어부를 통해 또 새로운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됐다.

큰빗이끼벌레가 지난 8월에 찾아온 늦장마로 모두 씻겨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 낯선 생물체는 지금까지도 대량 증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부는 큰빗이끼벌레가 올해 4~5월부터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물을 쳐놓으면 그물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심각히 증식을 해 그물을 들어 올릴 수 없었다. 그물뿐 아니다. 바위틈이나 강물 속 죽은 나무의 나뭇가지, 수초 등에도 엄청난 양의 큰빗이끼벌레가 자라고 있다. 조업을 오랫동안 해온 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이상한 생물은 사실 10년 전부터 보이긴 했다. 그런데 그때는 그물에 걸리지도 않아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놈들 때문에 고기가 잡히지 않아 정말 미치겠다.” 그의 하소연이다.

잡히는 물고기의 수도 4대강 사업 전보다 10분의 1 정도로 심각하게 줄었다고 한다. 강에서는 물고기들이 다니는 길이 있고, 숨어 있는 곳도 있다. 그런데 준설공사로 강바닥을 파헤쳐 놓았으니 물고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 큰빗이끼벌레까지 등장해 물고기 서식처까지 잠식하자 일주일 잡은 물고기의 양이 지난해 하루 잡은 양보다 적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후 강의 변화를 보면 어민들 입장에서 재앙과 같은 상황이란 것이다.

어부에게 더 큰 걱정거리는 현재 일부 잡히는 것이 그나마 붕어나 잉어 등인데 그들의 치어가 없다는 것이다. “중간 사이즈와 새끼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잡히는 것은 성어들뿐이다. 정말이지 곧 잉어나 붕어 등의 씨가 마를 것 같다. 향후엔 낙동강에서 조업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저렇게 보로 가두어 둔 많은 물을 도대체 어디다 쓸 것인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저놈의 보가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어부는 분통을 터뜨린다.

어민의 배에 동승해 낙동강에서 건져 올린 그물을 직접 본 필자의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물은 물고기는 없고 대신 큰빗이끼벌레가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앞으로 우리 어민도 살고 낙동강도 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예전처럼 강을 흐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 더 늦기 전에 서둘러주십시오. 우리 어민들을 살려주십시오.” 낙동강 어민의 간절한 호소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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