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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생존학생 "살아 갈 날이 원망스럽다"..방청석 오열
세월호 재판, 피해자 증인 진술에 유족들 눈물바다
머니투데이 | 김정주 기자 | 입력 2014.10.21 16:37

"친구 한명 한명 모두 말투, 생김새 다 기억이 생생한데 80년, 90년 후 죽어야 그 친구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살아갈 날들이 원망스럽습니다"

21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법정. 이 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의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세월호 선장(69) 등 선원 15명의 재판에는 사고 당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단원고 학생의 글이 울려퍼졌다.

이날 재판에는 세월호 유족 100여명이 참석해 법정을 가득 메웠다. 재판부가 희생자와 유족 등 피해자 14명을 증인으로 불러 진술할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한 생존 여학생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딸의 글을 읽어 나갔다. "가족들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연 학생은 "탈출 당시 친구와 잠수해 나오기로 하고 복도에서 바닷물에 뛰어들었는데 친구 손을 놓쳐버렸다"며 "아직까지 그 일은 저를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은 "복도로 찾아오는 바닷물의 공포, 친구의 비명, 그 모든 것들이 저를 괴롭힌다"며 "친구 생각에 힘든 날에는 가위에 눌리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세월호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교사의 아내도 힘겨운 발걸음을 했다. 그는 "아직도 남편을 생각하면 흐르는 눈물 때문에 준비해 온 내용을 말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다"며 "떠나는 날 아침이 마지막이었는데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한 것이 아직도 가슴이 아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시신이 들어올 때 남편이 아니길 바랬는데 며칠이 지나고는 남편이길 바랬다"며 "형체라도 온전해서 손잡고 인사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남편의 뼛조각이라도 찾아내 어린 아들들에게 아빠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지금도 남편은 깊은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팔순 가까운 시어머니는 아직 아들의 죽음을 모른다"고 털어놨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남성은 "저만 나와서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퇴선명령이 나왔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나왔을텐데 저희가 나올 땐 이미 배가 많이 기울었다"며 "왜 객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했느냐. 자기네 들은 나오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청석에서는 "살인자들이야!" 등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편 이날 피해자 진술에 앞서 법정에는 '최후진술'이라는 제목의 5분짜리 동영상이 재생됐다.

지난 4월16일 사고 당시 선내 모습이 녹화된 영상에는 학생들의 모습과 더불어 "나 진짜 무서워요. 울 것 같아요", "엄마 정말 미안해. 아빠도 미안하고" 등 두려움에 가득 찬 학생들의 절규가 담겨있었다.

영상을 공개되자 방청석 곳곳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분노를 참지 못한 한 중년 여성은 "너희들이 사람XX냐"며 오열을 하다 밖으로 끌려나가기도 했다.

머니투데이 김정주기자 ins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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