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248
“해외자원 개발 역사에서 가장 큰 성과”…지금은 “진상 규명”
[해설]조중동, 정부 발표 검증없이 받아쓰다 정권 바뀌니 비판보도
입력 : 2014-11-26 09:15:04 노출 : 2014.11.26 09:23:14 조수경·금준경·장슬기 기자 | jsk@mediatoday.co.kr
이명박 정권의 집권 5년 동안 진행된 자원외교의 손실액이 수십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 이명박 정권 당시 ‘VIP’ 등이 나서 관련 MOU를 체결해 투자한 금액만 1조4661억 원이 되지만 회수액은 ‘0원’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유전 등 해외자원개발에 17조원을 투자했지만 반입 원유는 ‘0’에 불과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올해 1.6조원의 영업손실을 입어 자본잠식 될 위기에 처했다.
보수언론도 MB정부의 자원외교 실패를 비판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자원외교에 대한 야당의 국회 국정조사 요구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지난 12일자 사설에서 “정쟁은 지양해야지만 의혹이 있다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18일자 사설에서 “우리는 부실 의혹이 제기된 자원외교 관련 사업에 대해선 우선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부실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최근 여러 날 4~6면에서 국정조사 문제를 다뤘다.
▲ 동아일보 11월12일자 사설
5~6년 전,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적극 홍보했던 자신들의 논조와는 정반대다. 고기영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2008~2009년 언론들은 ‘역사 이래 최고의 경사’, ‘자원 부국이 된다’는 식으로 칭찬 일색의 보도를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권은 2011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유전을 확보해 석유·가스 자주개발율이 10.9%에서 15%로 올라갔다고 홍보했다. 정부는 “10억 배럴 이상의 생산유전에 석유공사 컨소시엄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많은 언론이 유전 확보를 정부 치적이라고 홍보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2011년 3월 14일 1면에서 이 소식을 전했으며, 2면 <싸늘하던 아부다비, ‘1년 정성’에 마음 돌렸다>에선 “협상이 별 진척을 보이지 않자 이 대통령도 고공 지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15면 기사 <석유 메이저 따돌린 작전…MB 비밀 친서가 UAE 왕세제 마음 움직였다>에서 이 전 대통령의 활동을 부각시켰다. 조선일보 역시 같은 날 사설에서 “우리나라 해외자원 개발 역사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 중앙일보 2011년 3월14일자 15면 기사
하지만 다음해 UAE 유전 확보는 과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양국이 맺은 양해각서의 골자는 ‘자격이 있는 한국기업들에게 참여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JTBC는 지난 10월 23일 “우리 돈 총 799억 원이 들어갔지만, 고작 회수율은 9%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UAE 유전확보 이전에 발생한 CNK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언론은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외교통상부가 2010년 12월 한국 업체 CNK가 카메룬의 4억 캐릿 다이아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시작된 CNK 사태는 ‘다이아 국민 대사기극’으로 막을 내렸다. 2012년 카메룬 다이아 광산 매장량은 CNK가 17배나 부풀린 수치였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의 주도로 과장된 보도자료를 언론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받아쓴 결과였다.
당시 외교통상부 보도자료를 그대로 쓴 중앙일보는 2011년 9월19일자 사설에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일조한 셈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고, 동아일보도 2012년 1월27일자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고위 공직자들이 사실상 주가조작에 관여하고 공무 수행 중 얻은 정보로 사익을 취한 파렴치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역시 2011년 12월19일자 머리기사에서 “감사원이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의 친지가 CNK 주식을 보유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다이아 게이트’에서 드러났듯,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무리한 추진과 과장 홍보, 실세 개입으로 얼룩졌다. 하지만 자원외교에 대한 비판은 박근혜 정부에서야 이뤄졌다. 조선일보는 2013년 7월4일 6면 기사에서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의 손실이 8200억원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7월23일 1면 <MB정부때 해외자원개발, 확정된 손실만 1조1559억>에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외 자원 개발 실적이 기관·기관장 평가의 주요 지표였기 때문에 석유공사가 수익성 없는 해외 자원 기업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2013년 7월23일자 1면 기사
중앙일보도 2012년 12월19일 <가스공사, 해외자원 개발 헛발질 … 올해 3400억 적자>라는 기사에서 캐나다의 혼리버·웨스트컷 광구 사업과 호주 GLNG 사업의 실패를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이명박 정부가 한창 에너지·자원외교에 주력할 때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만에 이들은 가스공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과거 보도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은 이런 사안에 대해 기본적인 리서치나 팩트 체크만 했어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서야 사안을 분석하기 시작한다”며 언론의 감시 기능 및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에서 하면 언론이 띄워주고, 다시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정부가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됐다. 정부도, 국회도, 언론도 누구하나 공공성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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