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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승마협회 간부 “정윤회씨 쪽에 저항한 사람들 다 날아가”
등록 : 2014.12.03 00:51수정 : 2014.12.03 08:26

정윤회씨 딸 출전 승마대회 판정 시비
“협회가 해결할 일을 경찰이 나서 조사”

지난 1년여 동안 승마계는 경찰 조사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대적인 조사·감사라는 시련을 겪었다. 전북·전남·세종 등 지역협회장의 대거 사퇴라는 내홍을 겪은 대한승마협회 내부에서는 승마선수를 딸로 둔 정윤회(59)씨 부부가 사태의 배후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도대체 정씨 부부와 승마협회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내사에 그친, 이례적인 수사 

정씨 부부의 존재가 승마계에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은 지난해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판정 시비가 일자 경북 상주경찰서는 시합 다음날 대회 심판위원장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고, 심판진을 두 차례나 대대적으로 조사했다.

이례적인 경찰 수사를 두고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시 경찰은 “첩보에 의한 내사”라는 답변을 되풀이하며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 함구했다. 결국 경찰 수사는 내사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당시 대회의 심판으로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승마협회 관계자는 “판정 시비는 협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인데 경찰이 나서서 그 자체가 의아했다. 당시 (정윤회씨 부부의 영향으로) 윗선에서 개입됐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며 “협회 창설 이래 판정 시비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없는데, 일종의 엄포용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당시 정씨 부부의 딸인 정아무개(18)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을 놓고 김아무개 선수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4월 대회 때는 김 선수가 정 선수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 ‘살생부’, ‘청와대 윗선’ 등 승마협회에 칼바람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 대한승마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시로 작성됐다는 이른바 ‘살생부’ 파문을 맞게 된다. 이와 관련해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난해 5월 대한승마협회 살생부가 작성돼 청와대에 전달됐고, 이후 청와대 지시로 승마협회를 포함한 체육단체 특별감사가 추진되고,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시도체육회에서 살생부 인사들에게 사퇴 종용 압력이 이뤄졌다”며 “이 과정에서 국가대표가 되기에 실력이 부족했던 정씨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가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문체부의 승마협회 조사·감사에 청와대와 정윤회씨 부부가 개입했다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협회 관계자들은 청와대와 문체부, 정씨 부부를 대리하고 있는 인물이 박아무개 전 협회 전무라고 지목하고 있다. 본격적인 감사 전에 청와대 행정관이 문체부에 전화해 ‘박아무개 전 전무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박 전 전무가 정윤회씨 부부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은 승마 쪽 사람들은 웬만하면 아는 얘기”라며 “그가 정 선수, 정씨 부부와 함께 다니는 게 자주 목격됐다”고 전했다. 심판 출신의 승마협회 또 다른 간부는 “(정씨가) 세긴 센가 보더라. 정윤회 쪽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다 날아가더라”며 “박 전 전무가 협회 비리로 교도소까지 갔다 왔는데 협회에서 다시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반대하다가 다 당하더라”고 전했다.

문체부는 본격적인 감사를 진행하며 각 시·도승마협회가 속한 시·도체육회 전체 예산 축소 등을 압박의 수단으로 삼았다. <한겨레>가 확보한 강원승마협회장과 강원체육회 관계자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강원체육회 관계자는 강원승마협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감사에서 특별히 나온 것은 없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그 지랄 하니까, 청와대 지시사항이라고 그러고…”라는 표현으로 ‘윗선의 지시’를 언급하는가 하면, “예산 축소”, “우수선수 관리비 미지급”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어영 박현철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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