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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가 운영한 무기 중개업체 ㅇ사는 과거에도 독일제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사업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독일 검찰 및 우리 군의 내사를 받은 것이다. 이번에 수사선상에 오른 ㅅ사와 ㅇ사는 실제 수주액에 비해 높은 수수료(커미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1950억원의 커미션을 챙겼다. 그런데 해당 기간 두 회사의 거래 실적은 3600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실적의 반 이상을 커미션으로 챙긴 것이다. 이는 그만큼 무기 도입 과정이 불투명했음을 뜻한다.
방산 비리 수사 1호는 ‘독일제 잠수함 도입’
합수단, MB 특명 사업인 번개·현무사업도 정조준
데스크승인 [1312호] 2014.12.09 16:32:33(월) 조해수·엄민우 기자 | chs900@sisapress.com
검찰을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 비리 정부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이하 합수단)의 1호 작품이 ‘독일제 잠수함 도입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에 연루된 무기 중개업체 ㅅ사와 ㅇ사가 주요 수사 대상이며, 이 두 업체의 소유주 정 아무개씨에 대한 기소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씨는 방산업계에서는 오랫동안 활동해온 인물로 발이 넓고 유명한 인물이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합수단은 ‘번개사업’과 ‘현무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 사업은 장비 특성상 액수가 크고 각 부품마다 여러 업체가 관여할 수 있어 비리 온상이 되기 쉽다. 때문에 해군 관련 사업이 방산 비리 수사 대상 1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방산업계 안팎에서 제기돼왔다. 특히 잠수함은 한 대에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사업이어서 더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 대우조선해양제공·시사저널포토
정씨가 운영한 무기 중개업체 ㅇ사는 과거에도 독일제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사업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독일 검찰 및 우리 군의 내사를 받은 것이다. 이번에 수사선상에 오른 ㅅ사와 ㅇ사는 실제 수주액에 비해 높은 수수료(커미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1950억원의 커미션을 챙겼다. 그런데 해당 기간 두 회사의 거래 실적은 3600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실적의 반 이상을 커미션으로 챙긴 것이다. 이는 그만큼 무기 도입 과정이 불투명했음을 뜻한다.
11월2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 현판식’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왼쪽에서 다섯째) 등 검찰 간부들과 군·경찰·국세청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독일 잠수함 사업의 거물 수사선상에
독일 잠수함 사업의 거물 수사선상에
독일제 잠수함 도입 사업 관련 수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박근혜정부의 첫 국방부장관으로 내정됐다 낙마한 김병관 전 연합사 부사령관의 이름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김 전 부사령관은 전역 후 정씨가 운영하는 무기 중개업체 ㅇ사의 고문으로 재직했는데, 이 업체는 김 전 부사령관 영입 직후 수십억 원의 수주 계약에 성공했다. 2010년 8월31일부터 10월4일까지 5건의 잠수함 부품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총 계약금은 75억3000만원에 달한다. 김 전 부사령관은 2010년 7월1일부터 이 회사 고문으로 일했다. 해당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이었다.
수사의 중심선에 설 것으로 보이는 정씨는 해사 17기 출신이다. 그와 잠수함 사업의 인연은 역사가 깊다. 정씨는 현역 당시 군수 업무를 주로 맡았고 소령 예편 후 독일 무기 제조업체 MTU 한국지사에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잠수함 사업과 인연을 갖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MTU로부터 “독일 잠수함 도입 사업을 맡아서 진행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후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MTU의 한국지사장을 맡으면서 동시에 독일 잠수함 제조사 ㅎ사의 중개업을 도맡을 회사를 설립했다. 30여 년 전인 1983년의 일이다. MTU에 소속돼 일을 했던 정씨는 회사 설립 후 자신을 대신할 사람으로 해군 선배를 사장 자리에 앉혔다. 이후 MTU와 관련된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잠수함 사업에 매진했는데, 당시 독일 잠수함업체 ㅎ사로부터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잠수함 사업과 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정씨는 또 해양과 관련한 한 민간 연구소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시사저널 11월13일자 ‘군피아, 국방을 고철덩어리로 만들다’ 기사 참조). 이 연구소는 정부 부처 지원을 받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문 공모를 하는 등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내놓는 연구 보고서도 수준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방산 및 군 관련 업계에서는 이름이 꽤 알려져 있다. 연구소 자체만 보면 흠잡을 곳이 없다는 평을 듣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 연구소 이사진에 해군 출신 인사들이 즐비하다. 참모총장 출신만 3명이고, 민간 대기업 방산업체는 물론, 방사청 차장급 인사도 있다. 무기 중개업체를 운영하는 정씨가 이곳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적 구성이 의문스럽다.
합수단은 이와 별도로 번개사업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번개사업은 ‘연평도 포격’ 이후 이명박(MB) 정부 시절 대통령 특명으로 추진된 사업이며, 당시 개발업체로 한화와 LIG넥스원이 선정됐다. 이후 감사원이 해당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부실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단거리 탄도탄 발사 시험 등을 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훗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하는 시연 행사마저도 무산되는 등 부실 및 비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던 사업이다. 번개사업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당시 국방부장관으로 있을 때 직접 승인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국방 실세들 거론…파장 만만치 않을 듯
합수단은 번개사업과 더불어 현무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서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무미사일은 잠수함에도 적용이 가능해 2020년 도입 예정인 3000톤급 잠수함 장보고-Ⅲ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이처럼 합수단에서는 그야말로 전 방위적으로 방위산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 합수단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11월27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 합수단은 대검찰청 반부패부를 중심으로 감사원, 국세청, 관세청, 경찰, 군 검찰부, 기무사령부 등 관계 기관 수사 인력 105명으로 구성됐다. 매머드급으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방산의 특성상 쉽지 않은 수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돼가고 있지만,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으로 불리는 MB 정권의 비리를 속 시원히 밝혀낸 것이 없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방산 비리 척결을 수차례 주문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방산 합수단의 ‘1호 작품’이 무엇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합수단에 참여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합수단이 독일제 잠수함 도입 사업과 관련해 해당 무기 중개업체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곧 중개상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것이다. (또한) 번개사업과 현무사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번개사업의 경우, MB 정부 당시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사업이다. 빠른 시간 안에 비리를 밝혀내는 데는 번개사업만 한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합수단에서 수사 중인 방산 비리 관련 사업은 김병관 전 국방부장관 내정자 및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급 인사들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전 정권까지 칼을 댈 수 있어 향후 수사가 어느 선까지 뻗어나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방산 비리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의 지원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합수단 시작부터 ‘팀워크 삐끗’
역대급 규모로 기세 좋게 출발한 ‘방위산업 비리 정부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이지만 갈 길은 태산이다. 합수단에는 검찰 외에도 경찰, 국세청, 관세청, 군 검찰, 기무사 등 각 기관에서 다양한 수사 인력이 모여 있다. 예컨대 군에서는 군 검찰관 6명, 기무사령부 요원 2명이 파견 나와 있다. 다양한 수사 루트를 활용해 방산을 전 방위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조직이다 보니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합수단 내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합수단에 참여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찰은 검찰의 입장이 있고 다른 조직은 또 그들만의 방향이 있다. 특히 군에서 온 요원들은 쉽게 융화가 되지 않고 있다. 군 측 요원들을 다른 수사관들과 섞어서 팀을 짰는데,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결국 군 측 요원들로만 구성된 팀을 별도로 구성했다. 이에 대한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수뇌부 회의가 열렸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조직 간의 실적 경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감사원의 경우, 지난 11월24일 방위산업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감사단을 발족했다. 감사부단장 산하 기동감찰 1ㆍ2과와 법률지원부단장 산하 법률지원 1ㆍ2팀으로 구성됐고, 감사원ㆍ검찰청ㆍ국방부ㆍ국세청ㆍ관세청ㆍ경찰청ㆍ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 정예 인력 33명이 참여했다. 이미 대규모 합수단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특감단이 꾸려지면서 업무 중복 및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특별감사단이 발족했지만 결국 기소를 하는 것은 검찰이다. 검찰이 모든 공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각 기관이 참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방산에 대한 VIP(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각 기관들의 실적 경쟁에 따라 수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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